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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정이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총의 분포도는 내전, 반군, 약탈, 납치, 유괴가 자행되는 무정부 상태 지역의 지도와 그대로 포개질 것 같다. 길이 86.9센티미터, 무게 4.3킬로그램인 AK47소총 이야기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중동·아프리카 총국장을 역임한 저자는 AK소총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 국제정치학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아사히신문> 연재 제목은 ‘칼라시니코프-총·국가·사람들’이었다.

AK47은 1947년 구소련 기술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92)가 개발한 자동소총. AK는 소박한 애국심으로 탄생했다. 당시 20대였던 칼라시니코프는 2차대전 중 독일군의 공격으로 왼쪽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고 요양명령을 받고도 자원해서 자동소총 설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고장 적고, 다루기 쉬운 총이 빚어낸 비극은 엄청나다. 분해에 2분, 청소에 10분, 조립에 3분 등 도합 15분이면 분해·조립이 끝나는 간편함은 아프리카 소년·소녀들을 전쟁터로 끌어냈다.

냉전은 이 총을 구소련뿐 아니라 유고슬라비아, 중국, 북한 등 공산국가에서 제조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고, 냉전 종식은 그 관리체계마저 허물었다. 그 결과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말처럼 모든 분쟁의 현장에선 빠지지 않는 ‘악마의 총’이 됐다.


책을 읽으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절감한 대목은 칼라시니코프와 M16을 개발한 스토너의 만남. 베트남전을 비롯해 20세기 후반의 거의 모든 전쟁에서 대결한 총을 개발한 두 사람이 1990년 미국에서 만났을 때 스토너는 “베트남에서는 당신의 승리였다”고 덕담을 건넸다. 둘의 삶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1백 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회사를 가지고 플로리다에서 살았던 스토너와는 달리 칼라시니코프는 2002년 저자가 찾았을 때 모스크바 동쪽 1천킬로미터 거리의 이제프스크라는 도시의 5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미혼의 손자와 살고 있었다. 4백 달러 월급에 연금 등을 합하면 8백 달러 수준. 개발한 동기가 순수했던 노인은 노년에도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칼리시니코프가 개발한 총은 그의 꿈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을 빚어냈다. 동기와 결과, 개인과 국제정치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모습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퍼디 아디스 지음 | 라이프맵·1만5천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웅변가들까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명연설을 소개한다. 위대한 명연설들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역사를 바꿀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각 장은 연설이 있기 전의 시대상황을 간략히 소개한 후 연설문을 다루고, 연설이 있은 후의 변화를 설명하는 구조로 구성됐다. 영문으로 된 연설 원고를 부록으로 실어 독자들이 원문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일침
정민 지음 | 김영사·1만4천원
정민 교수의 내면 성찰과 세상에 대한 사유를 담은 책이다. 1백개의 글을 25개씩 네 갈래로 묶어 1부 ‘마음의 표정’, 2부 ‘공부의 칼끝’, 3부 ‘진창의 탄식’과 4부 ‘통치의 묘방’으로 구성했다.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세상에서 잃어버린 나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등을 사자성어 네 글자의 ‘일침’을 통해 살펴본다. 저자의 간결하고 명확한 해설이 돋보이며, 한시와 그림 등의 자료를 통해 이해를 도왔다.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
로자 파크스, 짐 해스킨스 지음 | 문예춘추사·1만3천원
로자 파크스가 직접 쓴 자서전이다. 평범한 시민에서 ‘미국 흑인 시민권운동의 어머니’라고 불리게 되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녀의 숨겨진 눈물과 노력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본문 뒤에 로자 파크스의 생애 연표가 수록돼 있어 그녀의 일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로자 파크스가 직접 제공한 사진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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