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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책 읽어주는 남자 <공자, 경영을 논하다>




세상은 늘 변하는 법이다. 굳이 석가가 남긴 마지막 말이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묘한 일이 있다. 다 변하는 듯싶은데,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 말이다. 여기저기서 고전이라는 우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길어올리는 풍경을 보면 딱 그렇다 싶다. 특히 경영과 관련한 분야에서 호들갑스럽다 할 정도로 고전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한마디로, 만시지탄이나 반가운 일이다.

배병삼의 <공자, 경영을 논하다>는 이런 흐름과 맞으면서도 다르다. 맞는다는 것은, <논어>라는 낡을 대로 낡은 고전에서 경영에 적합한, 또는 오늘날 경영학이 힘주어 말하는 것과 일치하는 대목을 들춰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르다는 것은, 유행에 맞추겠다고 <논어> 해석의 품격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어>의 본디 뜻을 충실히 설명하면서도 경영관점에 적절한 내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본디 유학은 경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기실 자신과 가정, 그리고 국가와 세계경영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지은이는 <논어>도 깊이 보면 결국 국가경영에 대한 이야기라 본다. 평천하를 이루기 위해 군주가 실천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수기치인이나 내성외왕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수신이 전제되어 그 깊은 속내를 잘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지은이는 논어에서 경영의 4대원칙을 뽑아낸다. 첫번째는 갖춘 사람을 바라지 마라. 공자는 “중용을 행하는 사람을 얻어 함께하지 못할 바엔, 반드시 광하거나 견한 사람을 얻어야 하리라.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우직함이 있는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이 말은 스펙을 따지지 말고 에지 있는 사람을 고르라는 뜻이다. “모난 사람들을 원활하게 기용할 수 있는 관용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보면 된다. 이는 미국의 광고경영자 오길비가 CEO의 역할로 “창의력이 뛰어난 독불장군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든 것과 상통한다.

두번째는 인사가 만사다. 공자의 제자가 성주로 부임하자 단 하나의 질문만을 던졌다. “자네는 사람을 얻었는가”라고. 지은이는 공자가 재능 있는 사람을 얻는 득인과 그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용인을 중요시했다고 풀이한다. 이는 오길비가 한 말과 일치한다. 그는 “광고대행사의 성패는 무엇보다 대표가 훌륭한 광고를 만들어낼 열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현장에서 배워라. 공자는 가난한 삶을 산지라 어려서부터 일을 하며 공부를 병행했다. 그래서 “내 일찍이 종일토록 밥도 먹지않고 또 밤새 잠도 자지 않고 생각에 골똘해 봤지만 얻는 것이 없었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만 못하더구나”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피터 드러커는 예기치 못한 실패를 직원의 무능력이나 우연한 사고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고, 시스템 실패의 한 징후로 파악해야 한다 지적했다. 네번째는 경영자는 책임자다. 공자는 “군자는 문제의 원인을 자기에서 찾고, 소인은 문제를 남에게서 찾는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더불어 “자신에게서 찾아 심하게 질책하고, 남에게서는 가볍게 책임을 물을 때, 조직의 원망은 사라진다”고 말한 바 있다.

지은이는 이 말이 “경영자란 그 지위를 누리는 자가 아니라 사태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도덕적 존재”를 뜻한다 풀이했다. 드러커는 “품성이나 성실성이 부족한 경영자는 제아무리 지식이 풍부하고, 똑똑하고 유능하다 하더라도, 조직을 파괴한다”고 일갈했다.

오랫동안 동양의 것을 낡고 추하다고만 여겼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을 읽다 보면 동양의 것이 오히려 오래된 미래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실패한다. 변하지 않는 가치도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흥한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듯 겹눈으로 세상과 책을 보아야 하는 법이다. 그 눈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보아야 할 성싶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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