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오는 길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빨리 연극을 보고 싶어요.”
“극장도 연극도 처음이에요. 엄마랑 같이 왔는데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서울 명동예술극장 로비에서 만난 조희(34) 씨와 김은혜(23) 씨는 연극 관람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기분이 고조된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아이 손을 잡고 연극 구경을 할 날이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김나경(가명·52) 씨, “‘나자로의 집’이 문을 연 이래 최초의 연극 관람”이라는 김용주(41) 시설장…. 원생과 부모, 자원봉사자, 교사들 모두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공연 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의 연극은 <시라노 드 베르쥬락>. 1992년 같은 작품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김철리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시라노로 분한 개성파 배우 안석환과 뮤지컬계의 히로인 김선경이 연기하는 록산느의 호연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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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오는 탤런트가 나온대요. 빨리 보고 싶어요.” 상기된 얼굴의 이미진(19) 양은 연극 관람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연극 관람이지만 이들에? 2010·11·03 공감겐 또다시 주어질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각별한 기회다. 그것은 이들이 중증 지적장애인이라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자로의 집’ 원생들은 대부분 중증 지적장애인들로, 혼자서 외출하기가 어려워 보호자 동반이 필수다. 보호자를 동반한다고 해도 계단, 승강기 등 편의시설 부족으로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보호자와 자원봉사자가 일대일로 보살펴줘야 가능하다. DM 발송사업과 문구류 포장, 생활용품 부품 조립 등의 자활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바깥활동이 익숙함에도 외출은 이렇듯 큰맘 먹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따라서 야외활동은 봄가을의 소풍 정도로 제한돼왔다. 김용주 시설장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다. 자원봉사자들과 부모님이 동반해주셔야만 야외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선입견과 시선을 견디기 어려운 것도 외출을 꺼리는 중요한 이유다. 김 시설장은 “공연장이나 극장, 미술관 등 일반인과 함께 어울려야 하는 공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있는 이상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어쩔 수 없이 피해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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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원생들은 ‘초대받은 손님’의 자격으로 당당히 극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나자로의 집’ 식구들이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소외계층도 적극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펼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바우처 사업 덕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영화,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연과 전시 관람 및 도서구입 비용으로 1년에 5만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문화바우처 사업과 저소득층 장애인, 어르신들을 위한 기획공연 등으로 소외계층이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연극 주제를 ‘나자로의 집’ 원생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김 시설장은 “전혀 문제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적장애인들도 문화를 즐기고 감정을 느끼는 정도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순수해 우리들이 놀랄 때도 적지 않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 권영태(48) 주무관은 “ ‘나자로의 집’ 원생들의 연극 관람은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나눔 활동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활동 지원책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엔 미술관이나 콘서트장에 가고 싶어요. 샤이니,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 가수들을 직접 보고 싶어요.”
이날 만족스럽게 연극 관람을 마친 김은혜 씨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글·이윤진 기자
나자로의 집 ☎ 02-887-3629 www.nazar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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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