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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대박을 예고하는 책이다. 출간된 지 2주 만에 이미 1만부를 돌파했다. 역자 후기를 포함해 1백28쪽 분량. 마음먹으면 반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분량이다. 그러나 막상 들춰 보면 니체, 푸코, 보드리야르, 아렌트, 카프카, 한트케 등 서양 철학자·작가 이름과 인용문이 매쪽 등장한다. 논리적이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단어와 문장 사이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런데 왜 인기일까? 일단 제목 덕분이 큰 것 같다. ‘간 때문이야’라는 CF송이 히트를 쳤듯이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의 대중이 공통적으로 절감하고 있는 단어를 건드리고 있다. 바로 ‘피로’다.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교수인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간명하다. 과거엔 남(타인)을 착취했다면 지금은 자기를 착취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질병이 있다”고 시작한다.

과거의 질병이 밖(타인)으로부터 비롯됐다면 현재의 질병은 안(나)으로부터 발병한다는 것이다. 밖으로부터의 질병은 백신을 쓰거나 치료약으로 막으면 된다.

그러나 안으로부터의 질병은 나 스스로가 원인이기 때문에 막고 싸울 수도 없다. 한 교수에 따르면 20세기까지는 ‘규율사회’였다. 즉 ‘~해서는 안 된다’ ‘~해야 한다’가 강제되는 사회다. 강제적 부정성이 규칙이다. 다른 말로는 ‘면역학적 패러다임’의 시대였다.


반면 현재는 ‘성과사회’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이 사회의 특징은 ‘안 된다’가 없다. 대신 무한정 ‘할 수 있다’고 한다. 자유다. 강한 긍정성, 과잉 긍정성이 규칙이다. ‘예스 위캔(Yes, we can)’이 시대정신이다. 여기선 ‘우리(We)’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 잘할 수 있는데, 이젠 뭔가 못하면 자기 책임이다. 그런 과정에서는 착취하는 주체도 대상도 모두 자기 자신이 된다.

나 스스로가 주인인 동시에 노예이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가 소진(消盡)되어 죽는 순간까지도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성과 올리기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자유롭다고 착각하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할 수 있다’고 할 때는 ‘우리’이지만, 못할 때는 ‘고독한 나’만 남는다. 그래서 생기는 대표적 질병도 우울증이다.

흥미로운 것은 ‘피로’라는 점에선 독일이나 우리나 비슷하다는 점. 2010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3만 부가 팔리며 독일 사회에 ‘피로사회’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연암 박지원
임채영 지음 | 북스토리 | 1만2천8백원
쉰다섯의 나이에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보낸 5년간의 기록을 통해 박지원의 인간적인 고민과 노력들을 담았다. 실학자로서, 문장가로서의 연암이 아닌 백성을 생각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휴머니스트로서의 삶이 진솔하게 배어 있다. 가난한 백성들을 보고 후대에는 조선이 부강한 나라가 돼 있길 바라는 소망과 믿음을 절절하게 읊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

강의실 밖 문학수업
이병렬 지음 | 유리창 | 1만6천원
교양으로서의 문학을 접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중·고교시절 입시를 위한 수험서로서의 문학에 지쳐있던 사람들이 진정한 문학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 소설, 수필 등 문학의 다양한 장르를 모두 담았다. 소설 속 명장면을 제시하고 가요와 일상언어에 담긴 문학적인 의미를 해석하는 등 비전공자도 즐겁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일상에 치여 살던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 여유를 갖고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조지프 핼리넌 지음 | 문학동네 | 1만3천8백원
20여 년간 사람들의 실수담을 모아,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인간이 실수를 하는 이유를 편향성, 자기과신, 멀티태스킹 등 여러 가지 경향으로 바라봤다. 각종 실험 연구 결과 등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실수 예방법도 제시한다. 인간이 가진 구조적인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우리 모두 보통의 존재임을 인식하라는 메시지와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법을 제시한 사회심리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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