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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전쟁의 광기… 남은 것은 사회의 냉대




1960년대 미국은 경제적인 선진국이지만 역사상 가장 큰 시련에 직면한다. 월남전에서의 패배와 그로 인한 내부적인 반성의 움직임이었다. 월남전의 영웅들은 본국으로 화려한 귀향을 하지만 정작 국내의 반응은 냉담한 것이었다.

패배한 전쟁에 대한 원인분석을 통해 월남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제국주의 전쟁으로 평가되면서 전쟁영웅들 역시 무고한 양민을 살육한 부끄러운 모습으로 저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슴의 상처를 간직한 전쟁영웅들의 부적응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은 이후 미국사회에서 큰 호응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영웅들의 이미지는 새로운 영웅상, 즉 패배의 영웅상을 보여주는데 그것을 반영웅(Anti-hero)이라고 부른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1976)는 처음으로 월남전의 반영웅상을 보여준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월남전의 영웅이었던 주인공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는 사회에 복귀하면서 뉴욕의 택시운전기사로 활동한다. 뉴욕의 밤거리는 창녀들과 마약상인들과 범죄자들의 온상이다. 트래비스는 그들을 매일 바라보면서 이들을 없애는 일만이 정의를 위한 길이라고 믿게 된다.

그는 12세 어린 창녀 아이리스를 구하기 위해 직접 사창가에 총을 들고 찾아가 포주를 쏴 죽이고 그녀를 구해내 시골로 되돌려 보내준다. 이 영화를 통해 월남전의 영웅들은 신경쇠약에 걸린 사회부적응자로 그려졌다.

80년대에 들어와 월남전의 영웅이 부당하게 취급당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는 <람보>(1982)다. 그린베레 출신의 월남전 영웅 람보는 어느 마을의 경찰서에서 심하게 몸수색을 당한 후 월남전의 포로였던 악몽이 되살아나 경찰서를 부수고 도주하게 된다.

사건의 도화선이 된 것은 월남전 영웅에 대한 경찰들의 무시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결국 람보는 그를 잡으려는 경찰 및 군인들과 대치하여 전쟁을 치르게 되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끝에 그린베레 상관의 회유로 눈물을 흘리며 자수한다. 이 영화는 월남전에 대한 미국 사회의 냉담한 시각을 교정하기 위해 월남전 영웅의 입장에서 월남전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갖는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7월 4일생>(1989) 역시 <람보>에 이어 월남전 영웅들이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냉대받았고 미국정부는 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우리에게도 고엽제 피해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억울한 사연과 정부를 향한 대책마련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남아 있다.

<7월 4일생>은 론 코빅이라는 인물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월남전에 자원해서 참전했지만 반신불수가 되어 의가사제대를 한 후 미국 사회에서 냉대받고 버려지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그는 미국정치가 평범한 시민들을 애국주의에 동원했고 나중에 이용했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인권을 제고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론 코빅은 패배한 전쟁의 영웅이며 미 제국주의의 꼭두각시로서 마치 명분 없는 전쟁을 수행했다는 불결함을 갖는 반영웅이지만 자신의 몸이 불구가 될 정도로 국가를 위해 희생했던 순수한 인간주의적인 애국자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재형 (동국대 교수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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