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대상과 내용에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항상 누군가와 만나면서 삶을 살아간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의 인물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도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으며 살아왔다. 헤어짐과 동시에 잊혀져간 사소한 만남들도 있었을 것이고, 역사적인 큰 사건을 불러일으킨 만남도 있었을 것이다.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한국편>은 저자 함규진 씨가 역사 속 인물들의 다양한 만남을 소재로 우리 역사를 훑어보고자 쓴 책이다.
그는 역사 속 인물들의 만남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소개하면서 만남이 역사를 뒤흔든 사건들을 설명해준다. 저자는 한국정치사상을 전공한 정치학 박사로 성균관대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먼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인 ‘물과 고기의 만남(水魚之會)’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신라시대 문(文)과 무(武)를 대표하며 삼국통일을 이룬 김춘추와 김유신의 만남, 조선 건국의 위업을 이룬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이 그것이다.
다음은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한 ‘불과 얼음의 만남(火氷之會)’이다. ‘평양회담’의 실패로 관계가 나빠진 연개소문과 김춘추, TV 드라마 단골 소재인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만남을 소개하고 있다.
또 불과 나무가 만나 활활 타오르다가 다 탄 후에는 검은 재만 남듯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는 ‘불과 나무의 만남(火木之會)’도 있다. 서양화가 나혜석과 천도교 지도자 최린은 한때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지만 최후에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운 만남이다.
서로 다른 배경, 관습, 논리 등의 이유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들이 서로 만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만남, 즉 ‘산과 바다의 만남(山海之會)’의 예로는 거란의 병영 뜰에서 서로 이익을 얻어낸 서희와 소손녕의 만남, 청나라에 점령된 북경에서의 소현세자와 서양 선교사 아담 샬의 만남 등이 있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소개한 만남은 ‘구름과 구름의 만남(雲雲之會)’. 한때는 단짝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각자의 길을 떠나 많은 기회와 희망이 아쉽게도 사라진 만남이다. 대표적인 예로 공민왕과 신돈을 꼽았다. 신돈은 고려조 사상 최대의 권한을 왕에게서 받고 사상 최대의 개혁에 착수했으나 6년 만에 권력을 잃게 된다. 게다가 역적의 오명을 쓰고 처형을 당한다.
저자는 만남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아무리 당장 성과가 없어 보이는 만남이라도, 아무리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만남이라도, 만남은 반드시 무엇인가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야 한다”고.
이처럼 자신 앞에 다가온 만남의 기회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만남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줄 뿐 아니라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만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글·이아진(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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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