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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부산 부전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 ‘시장통 비엔날레’




 

“반짝이는 별빛 아래 소곤소곤…♬” 10월 10일 일요일 오후, 부산 부전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리랑상회’ 주인 할머니는 손님이 생선을 이리저리 뒤집어보건 말건 옛 가요 ‘무너진 사랑탑’의 도입부만을 몇 번이고 신나게 흥얼거렸다. 이유를 물었더니 할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저 위 천장에 매달린 거 땜에 생선들이 억수로 반짝거리지예. 말도 몬하게 신나는 거지예.”

천장엔 음료수와 맥주 페트병 묶음이 걸려 있다. 초록색과 갈색 페트병이 시장 내 조명과 어우러져 묘한 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을 되살리고 신인 미술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기획한 ‘시장통 비엔날레’(9월 11일~11월 20일)의 아케이드 갤러리 작품 중 하나다.

신인 예술인 박연진 씨가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희망의 나무(작품명 ‘TREE 美’)다. 이 나무 아래에서 시장 상인과 손님 모두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제작한 것.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를 작품의 의미를 알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부전시장에는 천장과 점포 간판에 대형 그림과 설치작품 등이 걸려 손님을 맞고 있었다. 작품 아이디어는 부산지역 예술인 40여 명이 시장을 돌아다니고 합숙을 하면서 짜낸 것이다.

생선을 파는 가게나 마트가 있는 골목으로 진입하니 천장에 수십 가지 연이 매달려 있다. 이것도 아케이드 갤러리 작품이다. 연에는 상인들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형상화한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연 꼬리엔 상인들의 신체적 특징과 습관을 신랄한 표현을 섞어 적어놓았다.







 

‘생선가게 아저씨, 처진 몸뚱이에 물이 뚝뚝뚝… 현란한 칼놀림 뎅강뎅강. 이봐요 아저씨 물 튀겨요. 그럼 꺼져. 예사롭지 않은 눈빛, 알고 보니 그는 전설의 쌍칼. 후덜덜 덜덜.’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입을 가리고 웃는다. 연의 그림과 글 그리고 주변 상인들을 번갈아 쳐다보다 주인공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다 손님들과 상인들은 물건을 흥정하기 전에 밝은 표정으로 만나게 되고, 상인들이 물건 값을 깎거나 덤으로 물건을 더 주는 정겨운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부전시장에서는 문화예술과 상인이 결합된 이색 행사와 볼거리도 많다. 지난 5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오후 2시면 부전시장 입구 건너편 공영주차장에 상인 DJ가 나타나 성대하게 야시장 개막을 알린다.
 

야시장에선 ‘국민 간식’ 붕어빵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행사가 열리며, 부산의 젊은 예술인들과 대중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술을 즐길 수 있는 예술 포장마차가 운영된다. 여기서 손님들은 직접 주방장이 돼볼 수도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엔 시장 2층 다방에서 술이나 차를 마시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마담’이 된 작가들과 함께 경품 뽑기, 윷놀이 토너먼트를 즐길 수 있다.

부전시장 지하 수산물 코너에서는 상인들과 ‘공공의 적’인 고양이들이 서로의 공존을 위해 협상하는 희한한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부전시장 ‘시장통 비엔날레’ 배인석 감독은 “이 비엔날레를 통해 ‘전통시장의 상권을 살린다는 것이 상인에게, 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예술과 시장이 정말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데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통 비엔날레’ 효과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부쩍 늘었다. 상인들도 시민들이 자주 발걸음을 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보답한다.

특히 자발적으로 고객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자고 약속했다. 시장 구석 골목 소매상 주인들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상추 값 깎아드릴게예. 지난주 1근에 3천원 했는데 가격이 내렸으니 2천원만 받을게예.”

한 청과물 상인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채소를 손님들에게 싼값에 내놓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의 기분이 좋아지니 그들에게 낱개 과일을 파는 수레상 할머니들도 바쁘다.

“할머니예. 사과 한 소쿠리(주먹만한 사과가 7개 들어가는데 2천원이다) 주이소. 홍시도 있지예. 그것도 주시고.”

부전시장 최윤엽 상인회장은 “‘시장통 비엔날레’로 시장 전체 분위기가 전보다 밝게 변했다”며 예술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매우 반겼다.

최 회장은 시장이 한창 침체기에 빠져 있을 때보다 손님이 15~20퍼센트 증가했다며 비엔날레를 통해 젊은 층이 전통시장에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앞으로 젊은 분들이 전통시장을 자주 이용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고장이 살아날 수 있죠. 마트나 백화점이 부산 시민한테서 벌어들인 돈으로 부산을 위해 투자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점포가 3백40개나 되는 부전시장, 나아가 4천3백여 개에 이르는 부전마켓타운은 이번 행사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히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침울했던 전통시장에 생기가 돈다. 전통시장을 이젠 문화시장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글·유재영 기자


부전시장·부전마켓타운 ‘시장통 비엔날레’ 문의 ‘날라리낙타사랑방’ ☎ 051-805-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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