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걸 그룹이 주축이었던 아이돌 가수의 인기는 작년까지만 해도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인터넷, 전파, 행사, 다운로딩 차트 등 음악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아이돌 가수들이 석권했다. 40대 남자들도 모이면 걸 그룹 품평회를 할 정도였다.
지난해 한 가요매니저는 “아이돌 가수를 찾으려 전국의 중ㆍ고교를 뒤지고 있다. 처음에 잠깐일 줄 알았는데 당장 대세이고 앞으로도 오래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모두 다 그렇게 아이돌 음악이 상당기간을 지배할 것으로 여겼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아이돌 파워가 젊은 층을 장악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주춤한 듯한 양상도 보인다.
먼저 그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다운로딩 차트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소라, 김건모, 김범수, 윤도현, 이은미 등 아이돌과는 거리가 먼 중견가수들의 노래에 대중들이 갑자기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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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 낸 변화의 바람이다. 그게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다운로딩 차트 사상 중견가수들의 노래가 상위권을 점령하기는 처음이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의 경우 2005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애청곡이긴 했지만, <나는 가수다>에 소개되면서 전국적 히트곡이 됐다. MBC 라디오 한재희 프로듀서는 “좋은 노래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미 검증된 가수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비판이 집중되고 있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아이돌 댄스음악에 가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좋은 노래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면서 가창력에 대한 얘기가 부쩍 늘어났다.
한 주부는 “그동안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댄스만 있고 노래는 없지 않았는가. <위대한 탄생>이나 <나는 가수다>를 통해 제대로 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면서 “이제 조금 가요 프로그램 볼 맛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비로소 가수의 기본인 가창력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피어오른 아이돌 그룹의 강점이 댄스라고 한다면 이들에 의해 소외된 과거의 가수들, 이른바 7080가수의 무기는 가창력이다. 그 시대에는 노래를 못하면 가수로서 존재할 수 없었다. <나는 가수다>의 출연가수들을 7080세대로 묶을 수는 없지만 이들과 함께 가창력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최근 7080음악이 다시금 힘을 받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기세가 약간은 주춤한 이유가 7080음악의 부상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결정적인 것은 ‘세시봉과 친구들’ 열풍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그리고 이장희 등 1960년대 서울 무교동에서 성업했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활약했던 옛날의 가수들 음악이 TV콘서트로 재조명되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60대 중반의 큰아버지 아니면 작은할아버지라고 할 어르신
음악에 그들의 존재를 알 턱이 없는 새파란 젊은이들이 감동을 받았다는 점이다.
한 여대생은 “우연히 TV로 보게 되었는데 그 느낌이 묘했다.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 우리처럼 격의 없이 즐겁게 얘기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막상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들 잘하시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음악이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고 고백했다.
뛰어난 가창력에 경이와 경외를 동시에 느꼈다고 할까. 세시봉을 계기로 요즘 음악에서 7080의 옛 음악을 찾아 듣는 쪽으로 돌아선 젊은이들도 꽤 늘었다고 한다.
세시봉 음악, 즉 통기타 음악이 나이 든 세대에게 어필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나간 시절의 음악을 모처럼 다시 듣게 되었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하지만 평소 옛날 음악을 ‘구린’ 음악으로 여겨 온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세시봉 음악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지금의 10~20대들은 아이돌 음악에 열광하지만 솔직히 그것이 소비를 겨냥한 공산품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미디어를 통해 그것 외에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접하지 못했을 뿐이다. 어찌보면 그들도 나름의 소외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막상 TV에서 세시봉 콘서트를 보니 비록 흘러간 것이라도 그 음악이 순수하고 진솔하며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어떤 무게감이 있음을 느낀 것이다.
요즘의 아이돌 음악은 격한 댄스리듬이 주도하면서 노랫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젊은 음악이 어른들에게 정을 못 주는 이유는 가사 전달력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도 있다. 이에 반해 7080음악은 뛰어난 가창력에 의해 그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노랫말이 분명하게 들린다. 음악관계자들은 바로 이 부분이 젊은 층을 움직였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크게 보면 ‘세시봉과 친구들’을 비롯한 7080세대 문화의 부활은 다양성을 향한 구조조정의 흐름일 것이다.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그리하여 일부 세대만 반응하는 왜곡된 음악현실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 ‘좋은 노래’, ‘가창력’, ‘순수’에 대한 요구와 함께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여러 음악스타일이 고루 환영 받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 주류 양하다면 당연히 음악도 다양하고 어른과 젊은 세대의 음악이 고루 시장에 분포되어야 한다는 경고로 볼 수도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 잊고 살았다. 비록 한때로 그칠지라도 우리 음악계는 그러한 한때가 자주 나타나야 한다.
글ㆍ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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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