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투→타 변신 I’m Possible! 타→투 변신 Impossible?

20년 동안 죽어라 방망이만 돌린 타자라도 시즌 내내 타율 3할을 넘기기 어렵다. 때문에 3할은 억대 연봉 보증수표로 통한다.
그런데 요즘 이른바 ‘뜬 타자’들을 보면 특징이 있다. 투수에서 전향한 선수들이 적잖다는 것이다. 한국 최고 타자로 올 시즌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롯데자이언츠)를 비롯해 채태인(삼성라이온즈), 장기영(넥센히어로즈) 등도 투수 출신으로 올시즌 맹타를 휘둘렀다. 국민타자 격인 추신수(미국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이승엽(일본 지바롯데 마린스) 역시 중도에 ‘전공’을 바꾼 경우다.
이대호는 올해 연속경기 홈런 부문 세계신기록(9경기)을 세웠고, 추신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도루)-20(홈런) 기록을 세우며 아메리칸리그의 대표적인 호타준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승엽은 전성기가 다소 지났지만 국내 무대에서 아시아 홈런신기록(56개)을 작성한 뒤 일본에서도 아시아 최고의 거포라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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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시절 촉망받는 투수였던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 입단한 뒤 어깨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했다. 이승엽은 경북고 시절 청룡기 고교대회에서 우수 투수상을 받을 정도로 투수로 유망했지만 팔꿈치 부상 재활 때 방망이를 잡게 됐다. 부산고 에이스로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추신수의 경우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 때 타자 전향을 제의받고 보직을 바꿨다.
20년 한 우물을 파도 득도하기 힘든 게 타격 기술인데, 중간에 노선을 수정한 선수들이 성공한 비결은 뭘까.
야구는 크게 투타로 나뉘지만 기본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왕년의 국가대표였던 박영길 회장도 “투수와 타자는 중심이동과 임팩트 때의 메커니즘이 같다”고 했다. 다른 건 한 가지. 그는 “투수는 임팩트 순간에 허리를 숙여 가슴을 허벅지까지 끌고 가지만 타자는 허리를 세워 공을 치는 것이 다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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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투타 기본 메커니즘을 공유하는 데다 투수 출신만의 장점도 있다. 투수들은 타자보다 허리를 잘 쓴다. 하체를 동반한 중심이동에 능하다. 또 투수는 신경과 근육의 공조가 타자보다 좋다. 그래서 타격에 눈을 뜨면 일취월장한다.
우수한 인재가 대부분 투수를 원하는 것도 한 이유다. 프로에서 투수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아마추어에서 ‘야구 좀 한다’는 선수들은 대부분 투수를 한다. 고교 야구팀 에이스는 대부분 3~5번 중심타선에 포진된다. 던지는 감각이 좋으면 치는 감각도 좋은 것이다. 또 투수 경험이 있어 상대 투수의 노림수를 잘 파악한다.
타자는 매일 경기에 나선다. 경기당 네다섯 번 타석에 선다. 경험을 누적하기 쉽고 투수보다 성장이 빠르다. 그래서 2, 3년 착실히 출장하면 상당한 노하우를 갖는다. 그래서 타자로 전향한 뒤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다 홈런기록(8백68개)을 보유하고 있는 왕정치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경우다.
그렇다면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해도 성공할까. 이론상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 권준헌(한화이글스), 황두성(넥센히어로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승엽, 이대호, 추신수 등의 사례에 비춰볼 때 크게 성공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
부상이 가장 큰 문제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어깨가 강해 전향 제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강한 어깨만 믿고 전향을 결심했지만 이내 부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투수와 타자의 어깨 근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투수는 타자에 비해 어깨 근육이 상당히 강하다. 그 근력 강화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공을 던지면서 조금씩 강화된다.
그래서 전향자들은 근육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통과의례’식으로 부상을 겪는다. 공 한 개를 던질 때, 스윙을 한 번 할 때는 몸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 이가 상해 마우스피스를 끼어야 할 정도다. 경기당 공을 한두 개만 던진다면 모를까, 지속적으로 수십 개의 공을 던지니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강한 어깨를 앞세워 1999년(LG트윈스) 투수로 전향한 심재학(현 넥센히어로즈 코치)은 3승3패에 그친 채 타자로 되돌아갔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투수 근육은 다르다고 들었는데, 막상 던져보니 어깨가 많이 아팠다. 진통제 예닐곱 알을 먹고 마운드에 오른 게 예사였다”면서 “근력운동을 했지만 투수 근육은 근력운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져야 강화될 수밖에 없었는데, 당장 아프니 고통스럽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한화이글스 권준헌도 “초반에는 팔을 펴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다”고 했다.
중심이동에 필요한 하체나 허리 근력도 문제가 된다. 심재학은 “어깨가 아프기 전에는 허리 때문에 애를 먹었다. 투수 전향 뒤 3주 후에는 허리 통증으로 앓아누웠다”고 했다. 그러니 공 20개 정도는 강하게 던질 수 있어도, 그 이상 넘어가면 공의 위력이 현저히 떨어져 난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심재학은 “어쩔 수 없이 경기당 20개 정도를 던지는 불펜투수로 나섰지만, 뭉친 어깨 근육이 쉽게 풀리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힘 있는 직구만 믿고 전향했더라도 또 다른 벽을 실감한다. 투수는 변화구가 있어야 산다. 그런데 통상 변화구 한 개를 장착하는 데 2, 3년이 걸린다. 요즘엔 좌우로 휘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에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 포크볼 정도는 기본이다. 이 네 가지를 갖추는 데 산술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 셈이다. 근력도 안 갖춰진 데다 변화구까지 추가해야 하니 웬만해서는 투수로 자리 잡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글·윤승옥(스포츠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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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