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끔 텔레비전을 볼라치면,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공익광고를 만나곤 한다. 굶주리고 있거나 아픈 어린아이를 비추며 도움의 손길을 호소한다. 이제는 넉넉하게 살고 있는 처지에서, 그리고 우리 또한 그런 과거가 있다는 회상에서 인도주의적 손길에 보탬이 되려는 마음을 굳히곤 한다. 좋은 일이고 더 널리 퍼져야 할 일이다.
근데, 담비사 모요의 <죽은 원조>를 읽다 보며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토록 많은 도움이 있었는데 아프리카는 왜 아직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은이가 성토의 주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가 차원의 원조다. 아프리카 대륙의 곳곳에서 독립국가가 탄생하고 한때 일부 국가에서는 부흥의 기미가 있었으나 현재 사하라 사막 아래 있는 국가들은 빈곤한 상태에 빠져 있다.
지은이는 원조가 결국에는 그 원인의 하나라고 보며 탈원조를 통해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사례와 통계자료를 나열하고 있어 정신없는 측면이 있는데, 원조가 끼친 나쁜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 두 가지를 보면 이렇다.![]()
먼저 원조는 정부가 시민에게 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게 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중산층이 형성되면, 이들이 국가재정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게 된다. 세금을 말한다. 타락한 정부는 시민사회를 건실하게 뒷받침해 줄 중산층 형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개인적인 축재에 몰두하게 된다. 성장 가능성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다는 말이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아프리카에 모기장 보급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에 세계의 각종 단체에서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나타났다. 무료로 들어온 모기장 때문에 아프리카 현지에서 모기장을 생산하던 기업이 파산하고 말았다.
보탬을 주려는 마음은 칭찬할 만하다. 그런데 방법이 잘못되면 약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되고 만다.
상식 차원에서 보더라도 지은이의 문제의식은 옳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여태 원조에 의존해 연명한다는 것은 스스로 발전할 가능성을 죽이는 꼴이다. 혁명적으로 원조를 끊을 수 없다면, 순차적으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야 마땅하다.
비판했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은이는 책의 후반부에서 자신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게 논란거리가 될 만하다. 교육받은 아프리카 사람으로 세계은행과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경력에 걸맞게 일종의 시장주의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자고 말하고 있다. 지은이의 대안은 무역의 활성화와 외국인 직접투자를 골자로 한다. 시장주의자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지은이의 대안에 한계도 있다. 시장주의를 내세우는 선진국, 특히 아프리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럽국가들은 1차산업분야는 사실상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자기들이 성장할 적에는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우다 다른 국가가 성장을 쫓아오자 보호무역주의로 방어했다는 이야기는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아프리카의 특성상 1차산업이 시장의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데 선진국의 보호무역이라는 담장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지은이도 책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자원확보를 위한 중국의 과감한 아프리카 투자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경험해 보았지만, 사모펀드들의 투자는 상당히 위험하다. 이익의 대부분이 국외로 빠져나가는데다 먹튀라고 언제든지 투자를 거두어들여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논란거리가 있음에도 지은이의 문제의식은 상당히 의미 있다. 설혹 비판하고 논쟁하더라도 아프리카가 원조경제에서 벗어나 자립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터이니 말이다. 우리도 원조를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빚을 갚아야 할 때라는 말이다. 아프리카 발전에 도움이 될 길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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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