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4만년 전 빙하시대. 늦가을 아침 안개가 깔린 강가에서 털옷을 걸친 크로마뇽인 가족이 천천히 움직인다. 갑작스러운 돌풍이 강 건너편의 어둠을 들어올렸다.

순간 소년이 소리를 지르며 엄마 곁으로 달려간다. 우락부락하고 털이 무성한 얼굴이 강 건너편 덤불숲에서 조용히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한 네안데르탈인이다. 아버지는 강 건너편을 바라보고 창을 흔든 뒤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아버지는 말한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야. 우린 그저 그들을 무시하면 된다.”

세계적 고고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신간 <크로마뇽>의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 약 2만년 동안 함께 지구상에 존재했던 사실조차 낯선 독자들을 위해 가상의 장면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크로마뇽인은 약 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1만5천년 전쯤 빙하시대가 끝난 뒤에도 살아남은 ‘최초의 현생인류’이다.

이 책은 크로마뇽인의 생존투쟁 역사를 생생히 그려 낸다. 고고학·인류학적 연구성과를 총동원했지만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것이 대가의 솜씨답다.


저자에 따르면 약 20만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네안데르탈인과 5만년 전에 등장해 약 2만년간 네안데르탈인과 지구상에 공존했던 크로마뇽인은 정말 모든 게 달랐다. 외모도 달랐고, 사용하는 도구의 정밀성도 달랐고, 사냥하는 방법도 달랐다.

대표적인 예가 크로마뇽인에겐 귀가 뚫린 바늘이 있었고, 네안데르탈인에겐 없었다.

이 사소한 차이는 털가죽 여러 겹을 덧댄 옷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갈렸고, 크로마뇽인이 빙하기를 견뎌 내며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그뿐 아니라 크로마뇽인은 투창기를 사용해 네안데르탈인보다 먼 거리에서 대형 동물을 사냥할 수도 있었다. 동굴 벽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말과 소의 그림을 그릴 정도의 예술적 능력도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없었다.

이상이 고고학적 발굴·연구성과를 퍼즐조각처럼 맞춘 뼈대라면, 저자는 여기에 인류학적 연구성과로 살을 붙인다. 독자들을 아직 얼음이 덮인 선사시대로 이끄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우리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박기태 지음 | 달봄·1만3천8백원
개인과 국가, 그리고 지구촌의 이력서를 만나볼 수 있다. 평범한 청년에서 귀빈이 된 한 청년의 이력서를 통해 사회에서 원하는 스펙이 아닌 본인만의 진짜 스펙을 찾으라고 전한다. 한 나라의 이력서를 통해서는 대한민국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외국의 세계사 교과서와 매체에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로 소개된 우리나라의 역사를 정정해 나가는 활동들도 소개한다.

신정근 교수의 동양고전이 뭐길래
신정근 지음 | 동아시아·1만6천5백원
인문학자인 저자가 25권의 동양 고전을 새롭게 해석했다.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등 각각의 책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핵심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풀어 냈다. 우리가 동양인이며 의식의 심층에 동양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고, 이것이 21세기 몰락하는 서구 이념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록으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독법’을 실어 다양한 독법으로 읽기를 권한다.

나는 사랑입니다
동물자유연대, 손현숙 지음 | 지식의숲·1만2천원
유기동물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기동물을 입양한 후의 행복한 모습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전한다. 분리불안이 있는 유기동물을 입양한 부부, 열 살 노령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가족 등 유기동물을 입양해서 사랑으로 보듬는 사람들의 사례를 담았다.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동시에 동물을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