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얼마 전 반(反)월가 시위가 전세계를 휩쓸었다. 도대체 왜 세계의 젊은이들은 월가에 분노하고 있을까. 최근 번역된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관련자들에 대한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통해 30여 년간 월가가 재앙을 향해 걸어온 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 보면 위기의 시작은 어쩌면 선의(善意)에서 비롯됐다.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시작된 일이 이 모양이 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주택보유율이 떨어지자 클린턴 행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1년 “향후 6년간 주택보유 가구수를 8백만 가구 늘리겠다”며 “주택을 구매할 현금이 부족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금융전략”을 옹호했다. 2008년 전세계 경제를 강타한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본격 등장하게 된 계기다.
‘서브프라임’은 수입 증빙서류가 없고 부채가 많은 고객이 대상이다. 클린턴의 발언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며 서브프라임 대출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대출업체들은 대출을 남발했고, 갚을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빌려줬다. 월가는 가장 위험한 대신 가장 기대수익률이 높은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채권 매입에 열을 올렸다.![]()
돈이 들끓는 곳엔 탐욕과 부패가 만연하기 마련.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대출금을 조기상환하면 벌금을 매기는 계약서까지 강요했다.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기관들은 신용평가사에 좋은 등급을 매겨줄 것을 협박하다시피했다. 이런 경쟁 속에 무디스는 급성장, 2000~2007년 주가는 3백40퍼센트나 올랐다. 그렇지만 폭탄 돌리기가 영원할 수는 없는 일. 2007년 9월 메릴린치 CEO 스탠리 오닐이 리스크 매니저 존 브라이트를 만나 나눴다는 대화는 월가의 무한속도전의 마지막 풍경을 잘 보여준다. 5년 동안 한 번도 찾은 적 없이 뒷방에 내몰렸던 리스크 매니저에게 오닐이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가?”라고 물었다. “60억 달러.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답했던 브라이트는 “그 순간 오닐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에필로그에서 “금융위기 동안 벌어진 상당수의 일들은 비도덕적이고, 부당하고, 비겁하고, 망상에 사로잡힌 행동이었지만 엄밀히 말해 범죄는 아니었다”며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새로운 법률은 불공정을 시정할 수도 없을 것이고, 월스트리트에 도덕적 목적의식을 심어 주지도 못할 것이다”고 말한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새로 나온 책
서울, 성밖을 나서다
이현군 지음 | 청어람미디어 펴냄 | 1만3천8백원
우리는 서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역사지리학자인 저자가 도보여행을 통해 찾아낸 ‘살아있는 서울 역사지리 교과서’다. 조선후기, 일제강점기, 광복을 거쳐 현재 서울이 되기까지의 서울의
변화를 추적한다. 옛 길을 따라 걸으며 서울의 전체지도를 그리는 법을 알려주고 문화역사도시로서의 서울의 가치, 미래를 그려본다. 저자는 옛 지도를 펼쳐놓고 강의하듯 쉽고 생동감 있게 서울의 모습을 전한다.
뉴욕에서 예술 찾기
조이한 지음 | 현암사 펴냄 | 1만6천8백원
이 책은 전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지 ‘뉴욕의 예술’에 대한 에세이다. 여성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조이한은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에 이어 뉴욕을 선택했다. 뉴욕을 여행하는 내내 미술관에서 살았다. 저자는 작품이 만들어진 상황과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작가를 탐구했다. 독자가 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최영미 지음 | 이순 펴냄 | 1만3천원
최영미가 2년 만에 축구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축구 마니아다. 시집과 소설 출간을 무한정 미룰 정도로 저자의 축구앓이는 지독했다. 저자는 말한다. “축구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건진 최상의 것이다.” 이 책은 2002년 월드컵부터 2011년 챔피언스리그까지 지난 10년간 저자를 사로잡아 온 축구에 대한 열정의 기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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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