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최나연(24·SK텔레콤)이 지난 10월 16일 말레이시아에서 막을 내린 LPGA 아시아투어 사임 다비 대회에서 한국 여자선수 누적 1백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구옥희(55·KLPGA 전 부회장)의 1988년 첫승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아홉 수 고비’는 예상보다 높았다. 작년만 해도 10승을 추가하며 통산 98승을 기록했던 한국 여자골프는 올 상반기 내내 승수를 더하지 못했다. 또 하반기 US여자오픈에서 유소연(준우승은 서희경)이 메이저 우승을 거뒀지만 아홉 수 고비를 ‘이 중(99승)’으로 겪기도 했다.
이제 ‘골프 강국’ 한국이 얼마나 빨리 2백승 고지에 도달하느냐가 관심거리다. 한국은 미국 LPGA 무대에 30명 안팎의 골퍼가 활약하고 있다. 지금 잠시 주춤하고 있는 신지애는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록 올시즌 한국 여자골프가 다소 부진했지만 두꺼운 선수층을 감안하면 ‘23년 걸린 1백승’보다 훨씬 빨리 2백승 위업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저변에는 한국 골프를 세계에 알린 구옥희 박세리 등 ‘선구자’들의 공로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
구옥희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스탠더드레지스터콰이즈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국 LPGA투어 우승자가 됐지만 당시는 골프 대중화가 되어 있지 않았고, 서울올림픽의 열기 때문에 관심 밖이었다. 개척자이면서도 무명에 가까운 실정이었기에 구옥희는 한국 여자 골프 LPGA 진출사에서 1세대라기보다는 ‘0세대’, 혹은 ‘선사시대’(구체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음)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한국 여자골프가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 역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박세리부터다.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세리는 Q스쿨에서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했고, ‘루키 시즌’ 4승을 건져올려 ‘올해의 신인상’을 받으며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이후 박세리의 영향으로 김미현이 미국으로 건너갔고, 미국에서 유학했던 박지은과 호주 유학파인 박희정, 그리고 일본 유학파인 한희원 등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투어에 합류했다.
2세대(2003~2007년)는 정일미 강수연 양영아 이민아 김주미 장정 이미나 강지민 김주연 김영 이선화 등의 미국 진출 시기를 꼽는다. 이들은 1세대 성공을 기반으로 한국 선수가 대규모로 미국에 진출, ‘1인 다승 시스템’이 아닌 ‘다인 1승’의 시대를 열게 된다.![]()
2세대와 3세대 사이에 ‘낀 세대’가 있다. 안시현 이지영 홍진주 등으로, 이들은 한국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인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기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미국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직행’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철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현지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Q스쿨이나 퓨처스투어 경험을 통해 어렵게 미국 본선 무대에 선 프로보다는 경험도 적고, 문화적 부적응도 클 수밖에 없어 이렇다 할 추가 성적을 내지 못했다.
3세대(2008~현재)는 본격적인 ‘세리 키즈’의 미국 진출이다. 또한 이들부터가 ‘1백승+α’를 책임질 세대들이다. 지은희 최나연 김송희 신지애 오지영 박인비 김인경 등 1988년생이 대거 투어를 점령한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제2의 박세리’를 목표로 골프를 시작한 부류다.
미국 투어에 주력하지만 일본이나 한국도 투어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규정된 대회 수를 채워 가며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문어발 세대’다.
제4세대(2011년 이후)는 골프 실력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갖춘 세대다. 서희경, 유소연, 제니퍼 송(송민영), 제니 신(신지은), 양자령 등을 들 수 있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0세대’, 미국이라는 골프신대륙을 발견한 ‘개척의 1세대’, 골드 러시처럼 1세대의 활약에 자극을 받아 태평양을 건넌 ‘2세대’, 박세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3세대의 세리 키즈’를 뛰어넘는 세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골프 역사로 따지면 ‘세리 키즈의 키즈’, 이른바 박세리의 손녀세대뻘 되는 ‘웰메이드(Well-made)’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박세리는 스스로도 “노는 법을 몰랐다”고 할 만큼 골프에만 올인했다. 그러나 1백1승, 나아가 2백승을 달성하게 될 4세대 골퍼는 피겨의 김연아처럼 미모와 골프 실력, 글로벌 시대의 어학 능력, 완벽한 자기 관리 능력 세대다.![]()
예전에는 하루에 볼 1천개 친 것이 큰 자부심이고, 좋은 선수가 되는 지름길이었지만 이제는 볼은 1백개만 치고 필라테스, 요가, 마사지,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에 시간을 쪼갠다. 1백승 후 멋진 영어 인터뷰를 한 최나연도 영어교사와 체력트레이너를 투어에 동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자골프계에서도 ‘빌리언달러(1천만달러) 베이비’라 불리며 타이거 우즈와 비견되곤 했던 미셸 위처럼 ‘엄친딸’이 성공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기 계발을 완벽하게 하면서도 골프, 취미나 여가활동까지 자기 것이라면 버리지 않겠다는,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야무진 세대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글·장수진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