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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외수 상경 "간달프님 서울 다녀가셨다면서요"





삶에 지쳐 감성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세상을 이겨내는 자세를 일러주던 이외수 작가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제가 어려워지자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며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내가 사는 마을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소설가랍시고 소설만 쓰고 있을 수는 없지요. 오늘도 화천 감자떡 팔기는 계속됩니다. 시간 있는 대로 다른 지역 특산물도 광고해 드릴 예정입니다. 서울광장에서 뵙겠습니다. 포옹과 인증샷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2011년 1월 28일 금요일 @oisoo

1년 동안 40여억 원이 투자된 ‘제9회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구제역으로 취소되자 이미 구매해 둔 농특산물과 산천어 처리 문제로 지역경제에 막대한 손실이 생겼다. 이때 이외수 작가가 직접 나서 트위터로 찐빵과 감자떡을 홍보하면서 전국으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덕분에 초상집 같았던 지역 분위기가 다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이외수 작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설맞이 구제역 피해지역 특산품 직거래 장터’의 강원도 화천군 부스에 힘을 보태려 한 것이다.

그의 지속적인 트위터 생중계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화천 부스를 찾았다. 심지어 그의 트위터를 보고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도 있었다. 작가는 찐빵과 감자떡을 일부러 사러 온 시민 한 명 한 명과 즐겁게 인증샷을 찍으며 행사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화천군은 그의 지원에 힘입어 이날 준비한 찐빵 70박스, 감자떡 60박스를 모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젊었을 때는 가끔씩 자살을 생각했다. 하지만 예술에 내 목숨을 바치고 최선을 다해 본 다음 그래도 세상이 나를 보듬지 않으면 그때 자살을 해도 늦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새 이순(耳順). 이제는 내가 세상을 보듬을 차례다.’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중에서)


이외수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독자들과 소통해 왔다. 개인 홈페이지부터 트위터까지 자유자재로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세상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마음껏 펼치는 중이다.

작가가 날마다 실어 올리는 트위터의 1백40자 안에는 자기반성부터 문학과 예술에 대한 심오한 결과, 그리고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명철한 시각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60만명이 넘는 팔로어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 언론은 물론 작년 9월에는 일본 ‘아사히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저는 날마다 밥상을 차리는 기분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립니다. 당연히 고소한 음식, 달콤한 음식만으로는 맛있는 밥상이 될 수가 없겠지요. 더러는 매운 음식도 섞여 있고 짠 음식도 섞여 있어야 맛있는 밥상이 되겠지요. 무료급식인데 둘러엎지는 마옵소서.’
- 2010년 12월 27일 @oisoo

이외수 작가의 장편소설 <장외인간>에는 리니지 게임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동시대 작가들과 달리, 작가는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작가로서는 드물게 TV 토크쇼와 CF에 출연하는가 하면,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 독자들과의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혼탁하고 물욕으로 가득한 세상의 정반대인 ‘선계’를 구원의 지점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세상을 차마 등 지지 못하고 차라리 더 껴안고 보듬으려 한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을 읽은 문학평론가 김현은 생전에 그를 윤동주, 이상, 앙리 미쇼에 견주며 “세계를 달리 보는 감수성”을 지닌 작가라고 극찬했다.

밀린 방세를 갚으려고 첫 소설을 썼다는 그는 처녀작 <견습 어린이들>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덜컥 당선되자, 괜한 죄책감에 산골로 들어가 문장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이후 학원 강사, 연탄배달까지하며 <장수하늘소> <들개> <칼>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어떤 독자가 내게 물었다. 글이 안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내가 대답했다.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독자가 다시 물었다. 지겹지 않으세요. 내가 다시 대답했다. 글이 저를 지겨워하겠지요.’
(<아불류 시불류> 중에서)

2005년 장편소설 <장외인간> 발표 이후, 이외수 작가는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하악하악> <청춘불패> <아불류시불류> 등의 감성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친근한 ‘꽃노털 옵하’의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사인회마다 독자들의 행렬이 서점 입구까지 길게 이어짐에도, 서너시간은 거뜬히 소화해 내는 이외수 작가. 사인회를 찾는 독자들의 모습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책 표지마저 조심스럽게 넘겨야 하는 작가의 초판본을 품에 고이 안고 오는 중년의 독자가 있는가 하면, 트위터에 올릴 인증샷을 부탁하며 작가의 품에 안기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도 있다.

1978년 <꿈꾸는 식물> 출간부터 근간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까지 때로는 생명력을 뿜어내는 강렬한 메시지로, 때로는 고달픈 청춘들을 보듬는 따뜻한 응원을 아우르며 35년 문학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이외수 작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청춘이나 영혼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작가가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계속된다면, 팍팍한 이 세상은 감성 가득한 곳으로 푸근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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