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박물관’에 아이디어가 전시되었다?




 

“이 칼 손잡이에 새겨진 무늬와 그림을 보십시오.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지 않습니까?”

“지난번 빗살무늬도 좋았는데 이번에는 직선과 원을 시도하셨군요. 태양의 힘을 상징하는 듯한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약 4천 년 전 청동기시대에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

지난 8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물관과 공예·디자인의 만남-문양의 재해석’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의 첫 번째 시간 ‘청동기 속 문양의 재해석’ 강의를 듣고 떠올린 상상이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유물에 표현된 문양을 바르게 이해하고 전통과 현대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공예 및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를 교류하는 기회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서정화 교육홍보부장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애플사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문화의 보고(寶庫)인 박물관을 찾아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우리 문화의 기초를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자생력 있는 디자인문화가 활성화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지난 1월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2월 고판화박물관(강원 원주), 3월 온양민속박물관(충남 아산), 4월 혜곡최순우기념관(서울), 5월 세계장신구박물관(서울), 6월 세계술문화박물관(충북 충주)을 거쳐 7월에는 다시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각 전문 분야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을 직접 찾아 현장에서 유물을 보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시간으로, 모집 공고가 나가면 하루 내지 이틀 만에 접수가 종료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청동기 속 문양의 재해석’을 발표한 국립중앙박물관 조현종 학예연구실장은 “삼국시대 금속공예품이나 통일신라시대 기와, 고려청자 등을 응용한 디자인 연구는 이미 활발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유물 속에 당시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공간 구성력을 볼 수 있는 정교하고 다양한 무늬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금속을 처음으로 사용한 시기인 청동기시대는 의례와 제사가 처음 시작된 때로 이 시대 문양에는 기원과 염원의 의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과 점을 이용해 해, 별, 번개 등 경외의 대상이 되는 자연의 숭배물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과 장식을 통해 지배자의 권위를 높이는 문양이 쓰였음을 볼 수 있다.

우리 청동기 유물이 얼마나 정교한가 하면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고리가 여러 개인 잔무늬 청동거울)은 0.013밀리미터의 선이 13만 개 들어 있는 번개 문양을 어떻게 새겨 넣었는지 현대의 기술로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을 정도다.





 

“청동기 문양이 시공의 차이를 극복하는 현재화와 창조적 응용을 통해 현대 디자인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 실장의 강의를 들은 후 참가자들은 박물관 전시실로 자리를 옮겼다.

강의에 등장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자로 인식한 새의 모양으로 만든 토기, 기하학적 문양을 새긴 청동 거울,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문양이 들어 있는 팔주령, 번개 문양 등을 손잡이에 새겨 사용자의 권위를 한껏 높인 여러 가지 형태의 청동 무기류를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다.

세미나의 2부 순서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이명주 교수의 ‘오방색과 함께하는 장신구’ 강의였다. 가야금 모양의 장신구 케이스, 오방색으로 한글을 패턴화한 브로치, 5개의 적색 항아리를 연결한 모양의 목걸이 등 음양오행 사상을 담은 우리 민족 고유의 색채인 오방색이 현대 예술작품에서 응용된 사례가 제시됐다. 이 교수는 “오방색은 우리 문화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 참가자 중 수원에서 온 도예가 김혜중 씨는 “강의와 함께 전시실에서 직접 유물을 관람하며 설명을 들으니 더욱 이해하기 쉬웠다. 한 주제를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시도되는 세미나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물관과 공예·디자인의 만남 세미나는 매달 두 번째 수요일마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된다. 10월에는 ‘경주, 고대도시 천년문화의 재해석’, 11월에는 ‘도자기 속 문양의 재해석’, 12월에는 ‘불교조각 속 문양의 재해석’이 진행된다.

특히 10월에 열리는 세미나는 국립경주박물관 및 인근 유적지에서 1박2일 동안 진행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매달 1일부터 30명씩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글·오진영 객원기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화번호 02-398-7925 홈페이지 www.kcdf.kr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