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즈음 나온 우리 소설들에 공통사항이 있다. 등장인물이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다. 김연수의 <원더보이> 속 주인공이 청소년이다. 오랜만에 장편을 들고 돌아온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등장인물이 청소년이다.
왜 그럴까? 한동안 어린이 문학이 있다면 청소년 문학도 있어야 한다 했다. 일정하게 맞는 말이다. 또래의 이야기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없다. 역량 있는 작가들이 청소년 문학에 뛰어드는 일은 그래서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소설의 주인공이 청소년인 경우가 여럿인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하가 이번에 빚어낸 이야기는 오토바이 폭주족이다. 책의 말미에 이 작품을 쓰기 위해 관련단체와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논픽션처럼 붙여놓았다. 영화가 끝나자 감독이 영화 만드는 과정을 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이야기의 출발부터가 비극이고 엽기다.![]()
소녀 노숙자가 고속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를 데려다 제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키워준 이는 돼지엄마다. 이들이 기거한 다세대 주택의 주인 아들이 마침 또래다. 제이의 과거사와 성장사는 이 녀석의 증언으로 구성된다.
태생부터 불행했으니 제이의 인생사가 순탄할 리 없다. 돼지엄마가 바람 나 집을 나가고, 세든 집은 재개발 대상이 된다. 학교도 때려치우고 이른바 비행소년들과 어울린다. 여기서부터는 시사주간지 특집 기사에서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세계가 나온다. 가출 청소년들의 비행부터 혼잡스러운 섹스 이야기까지.
처음에 제이는 이 세계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약한 부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토바이 폭주족의 리더가 된다. 이렇게 된데는 이유가 있다. 작품제목이 상징하는 바대로 제이의 공감능력이 뛰어났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제이는 간단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전했다.
너희들은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로 인해 아프다. 아이들은 제이가 자기들의 고통을 공감하는 존재라고 느꼈고, 그의 기이한 생활태도에 외경심을 품었다. ‘마치 오랜 수련을 끝내고 산에서 내려온 무협영화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제이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오토바이 폭주족을 이끌고 광복절 대폭주를 연출해낸다.
흥미로운 것은 경찰의 집요한 방해와 추격 끝에 제이가 궁지에 몰리고 그러다 한강으로 추락하는 대목이다.![]()
목격자 수백 명이 제이가 승천하는 장면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의경도 동의한다. 독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한 장면이다. 물론 작가는 이 장면을 위해 복선을 깔아놓았다. 작품 들머리에 하늘로 사라진 마술사 이야기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실마리는 여기서 찾아야 하는 법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구름 위로 올라간 마술사가 어디로 갔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의 조수를, 마술사가 사라진 뒤 내시의 피로 흥건했을 현장에 홀로 남겨졌을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한다.
작가는 제이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으로 여긴 듯싶다. 승천했다는 제이를 궁금해하지 말고, 그렇게 믿는 남은 아이들을 주목하라고 말이다. 방황하고 일탈하고 있는 그들의 고통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고민하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앞에 던져놓은 질문의 답은 얼추 짐작이 간다. 왜 우리 문학이 부쩍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울까? 그 나이 때에는 방황하고 일탈을 꿈꾸고 억압받는다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 바로 그런 이들이 많으니 제발 관심 좀 기울이라는 하소연이 아니겠는가 싶다. 문학은 늘 한 시대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법이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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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