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화 <국가대표>는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 속 좌충우돌 훈련과 대회 출전담을 담고 있다. 영화 속의 스키점프 대표팀과 현실에서의 대표팀은 그리 다르지 않다. 열악한 환경은 오십 보 백 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인 법. 과장과 각색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극적인 효과와 재미를 위해 군데군데 실제 국가대표팀과는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실제 국가대표팀 김흥수(29) 코치는 미혼이다. 영화에서 방 코치(성동일 분)는 다 큰 딸이 있는 50대 전직 스키강사다. 김 코치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저보고 말썽쟁이 딸이 잘 있냐고 물어봐요. 미혼인 저한테 그러니 혼삿길 막힐 것 같아 무섭죠”라고 웃었다.
실제 국가대표 선수인 최흥철(28)과 강칠구(27)는 그대로 이름이 영화에 사용됐다. 영화배우 김지석이 강칠구를, 김동욱이 최흥철로 분해 열연했다. 강칠구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김용화)이 제 이름과 흥철이 형의 이름을 들어보더니 느낌이 좋다며 그대로 영화에 쓰자고 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는 이처럼 실제 국가대표팀 상황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이들이 훈련하던 무주리조트의 스키점프대는 올림픽 유치와는 상관이 없다. 1997년 전북 무주에서 개최된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를 위해 만들었다. 또 무주는 200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다가 떨어진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무주는 국내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탈락해 실제로 올림픽 유치후보 도시가 된 적이 없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도시는 강원 평창이다.
또 영화에서 대표팀 선수는 후보까지 포함해 5명이다. 실제 대표팀 선수는 최흥철, 강칠구, 최용직(27), 김현기(26) 단 4명뿐이다. 영화에서는 대회 도중 4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부상하게 되자 후보 선수가 대신 나선다.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일단 엔트리에 등록을 하면 경기 중에는 선수를 바꾸지 못한다.
달리는 승합차 천장에 올라가 중심잡기와 허리에 끈을 매달아 위로 들어 올리는 훈련을 하는 장면도 영화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으로 각인됐다. 최용직은 “이젠 그런 무식한 훈련은 하지 않는다. 스키점프도 과학적으로 훈련한다”며 웃었다. 비 오는 날 훈련은 현실에서도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선수들이 즐거워하며 하는 것은 아니다. 강칠구는 “옷이 비에 젖어 무거워지는 등 힘든 점이 많아 선수들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9월 3~5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평창 스키점프 대륙간컵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김현기는 K-125 경기(채점 기준 비행거리 1백25미터) 금메달, K-98경기(1백9미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에서 10년 만에 열린 이번 스키점프 국제대회에 관중들이 1만여 명이나 몰렸다. 비인기 종목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관중이었다.
김현기는 “관중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몰려 당황스러웠다. 외국 선수들도 많은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오랜만에 외국 선수들 앞에서 어깨를 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은 막내 강칠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이 국내에 스키점프가 처음 도입된 1991년부터 무려 18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스키점프를 시작한 ‘1세대’인 이들은 새로 들어오는 선수가 없어 10년 가까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대한스키연맹 등록 선수는 10명 남짓. 하지만 이들 4명 외에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스키점프 선수는 6백여 명. 유럽은 수천 명이 넘는다. 최용직은 “자주 대회에 나가다 보니 타국 선수들이 ‘또 너희들이냐’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인 만큼 이들의 현실은 힘들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받는 돈은 하루 3만원의 훈련수당으로 1년에 3백9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에서 딴 메달 덕분에 매달 45만원의 연금을 받지만 모두 훈련 때의 경비로 들어간다. 유니폼도 제대로 없어 1년에 한두 벌로 버티다 찢어진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생계를 위해 이들이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다. 막노동은 기본, 인형 탈을 쓰고 놀이동산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올해 해외 전지훈련 때 비행기 티켓은 외상으로 끊었다. 다행히 지난해 최흥철과 김현기가 실업팀 하이원에 들어갔다. 연봉도 일반 직장인 수준인 데다 훈련비용까지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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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머지 2명은 아직도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다. 실업팀 창단 얘기도 있고 하이원에서 영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말만 나오고 있다. 김현기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취업을 한 팀이 없는 선수들 때문에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지원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대표팀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왔다.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대회 단체전 금메달, 올해 중국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개 등 국제대회 입상이 이어졌다.
이제 이들의 목표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다. 강칠구는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세계 수준과 큰 차이가 났으면 그만뒀겠지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계올림픽까지의 길은 아직도 험하기만 하다. 훈련 경비가 모자라 올해 11개 정도의 해외 월드컵대회에 참가할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함께 점프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이들이 내년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스키점프의 인기를 몰 수 있을지, 영화 <국가대표> 속편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김동욱(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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