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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장뇌' 라는 이름은 줄기와 뿌리를 잇는 뇌 부분(끝머리)이 길기 때문에 붙여졌다. 통상 장뇌삼은 산삼의 씨를 뿌리거나 산삼의 ‘묘(어린 싹)’를 깊은 산 속에 심어 재배한다. 최근에는 산삼을 구하기 힘들어 인삼 씨나 묘를 사용한다. 이를 야생상태 그대로 재배하기 위해 가능한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곳에 씨를 뿌린다. 봄철에 씨를 뿌리거나 묘를 심으면 잡초를 제거하는 것을 빼놓고는 수확 때까지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장뇌삼 농가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평창군민은 ‘장뇌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봉평면의 박상수(41) 산수건강원 대표를 찾으라고 입을 모은다. 주변 사람들은 15년 넘게 장뇌삼을 재배해 온 그를 최고의 장뇌삼 전문가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B]해발 700m에서 자연 그대로 재배[/B] 산수건강원의 장뇌삼 재배지에 가려면 봉평면에서 자동차로 30분을 이동한 뒤 다시 걸어서 20분 정도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일반인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이곳, 6000여 평이나 된다는 산지에는 빽빽하게 심어진 장뇌삼이 비밀스레 자라고 있다. 박 대표는 “장뇌삼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심고 자연에 맡겨야만 천연 산삼에 가까워집니다”라고 말한다. 또 ‘땅심’이 좋은 곳을 찾았다 하더라도 장뇌삼 전부에 통용되지는 않으며 1년생, 10년생, 15년생마다 좋아하는 곳이 달라 이것들에 맞는 최적의 장소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평창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축산 부농의 꿈을 꾸며 소를 키웠다. 하지만 ‘소 파동’으로 쓴맛을 보고 고랭지 채소 재배를 시작했다. “사실 채소를 키우면서도 내심 약초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채소보다 고소득을 보장해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채소를 그만두고 자연산 약초를 캐러 다녔습니다.” 약초를 캐러 산속을 다니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산삼 서너 뿌리를 발견했다. 오래된 산삼이 아니었는지라 큰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산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한동안 산삼을 찾아 평창 일대 산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기를 3개월여. 영험하다는 산삼은 아무에게나 눈에 띄지 않는 법. 박 대표가 장뇌삼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잘 키운 장뇌삼은 산삼의 효능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장뇌삼을 직접 재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재배법을 몰랐던 박 대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장뇌삼 재배 농가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기술 전수는 고사하고 문전박대 일쑤였다. “지금도 장뇌삼 재배 기술을 잘 전수하지 않는데 당시야 오죽했겠습니까. 별 수 없이 이왕 도전한 것 혼자 해보기로 작심했습니다. 심마니 경험도 있었으니까요.” [SET_IMAGE]3,original,center[/SET_IMAGE] [B]재배 농가끼리 기술 노하우 공유[/B] 박 대표와 형제처럼 지내며 인근에서 장뇌삼을 재배하고 있는 김대섭(39) 씨는 “다른 장뇌삼 재배 농가는 기술을 숨기기에 급급한 데 반해 박 대표는 오히려 기술을 전수해주려고 한다”며 수없이 많은 장뇌삼을 버려가며 연구를 거듭한 결과를 쉽게 내주는 것 자체가 존경받을 일이라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박 대표는 중국산 장뇌삼에 밀려 국산 장뇌삼이 고전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평창 장뇌삼도 사장되고 말 것이다. 질 좋은 장뇌삼을 생산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보유 기술을 여러 농가와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처음 이 산 저 산을 돌아다니며 장뇌삼을 혼자 연구할 때만 해도 다른 농가에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박 대표의 노력을 지켜보던 마을사람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7명이 가입한 한국산림농업협동조합 평창군 지부가 바로 그 열매다. 평창 지부는 장뇌삼 공동판매뿐 아니라 다른 지역 지부와 달리 서로의 기술과 정보를 공유한다. 어떤 흙이 좋은지, 어떤 산에는 몇 년생 장뇌삼이 잘 자라는지 등의 사소한 정보까지 서로 나눈다. 이 같은 협력은 평창이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장뇌삼을 생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평창지부 조합원 곽희창(42) 씨는 “누군가 앞에서 힘든 길을 가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처럼 질 좋은 평창 장뇌삼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연구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보와 지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귀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평창 장뇌삼의 진가는 외국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홍삼판매상이 찾아와 장뇌삼을 구매해 가기도 했다. 많지 않은 물량이었지만 평창 브랜드의 장뇌삼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박 대표는 “그동안 외국에서는 대부분 인삼이나 홍삼을 많이 찾았는데 최근에는 장뇌삼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는 수출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창 장뇌삼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널리 인정받는 것은 인위적으로 성장을 조율하지 않는 데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장뇌삼을 비닐하우스에서 인위적인 온도 조절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B]100여 농가 생산… 해외수출도 시작[/B] 현재 평창에는 100여 농가가 장뇌삼을 재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뇌삼 농가 통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농가들이 밝히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사실 박 대표처럼 장뇌삼 재배지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야 된다는 게 주된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난’ 때문. 지난 5월 강원도 인제군에서 무려 1만 뿌리(시가 1억5000만 원 상당)의 장뇌삼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평창군 농업기술센터 최종수 계장은 “장뇌삼의 경우 도난 사건이 많기 때문에 농가들이 위치는커녕 재배한다는 사실조차도 숨기는 일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최근 평창군은 전담팀을 만들어 각종 지원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정과 관계자는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평창 장뇌삼도 세계 속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평창군은 장뇌삼 홍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장뇌삼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등산로 이곳저곳에 장뇌삼을 심어 등산객의 눈에 띄게 하기도 한다. 장뇌삼 심기 운동은 처음 1~2개 면에서 시작해 지금은 8개 면으로 확대됐다. 평창군은 장뇌삼 브랜드화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산 장뇌삼이 대거 국내에 밀수되면서 많은 농가가 피해를 당했기 때문. 심지어 중국산 장뇌삼 묘를 재배해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있다. 평창군 관계자는 중국산 장뇌삼이 국산으로 둔갑하면서 소비자의 불신이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이런 불신을 없애기 위해 평창 장뇌삼 브랜드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IGHT]최재영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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