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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제34호>경북 포항 ‘구룡포 과메기’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경북 포항시 구룡포 ‘과메기’ 덕장. 겨울 햇볕에 반짝이는 과메기 수천 마리가 대나무 꼬치에 주렁주렁 매달린 채 동해의 파도를 배경으로 함께 넘실거린다. 어민들이 덕장과 세면장을 오가며 쉴새없이 꽁치를 씻고, 매달고, 옮긴다. 컨테이너 박스에서는 할머니 3명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게 꽁치 배를 가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이고 허리야. 그래도 ‘과메기’덕에 돈깨나 만져 보잖아.” “맞다 아이가. 과메기가 효자제. 겨울철에 일할 데가 어디 있노.” “포항에서는 겨울에 이 맛에 산다 아이가!” 50여 평의 배지기(꽁치의 배를 갈라 뼈를 발라내는 것) 작업장은 30~50대 주부들의 신명난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기름이 뚝뚝 떨어질 듯한 과메기 한 마리를 들어 보이는 덕장 주인은 이미 손이 부르텄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꽁치 살을 발라내 세척장으로 옮긴다. [B]올 겨울 예상매출 500억 규모[/B] 주인장은 “배를 가른 꽁치를 깨끗이 씻어 바닷바람에 사나흘을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면 겨울철 별미 과메기로 재탄생한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칼질을 두 번 하는 두 배지기로 손질하는데 구룡포에서는 칼질을 네 번 하는 네 배지기로 뼈와 가시를 완전히 발라 최상품의 과메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올해는 주문이 밀려 눈코 뜰 새가 없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올겨울 이 덕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5000여 만 원. 안주인은 “추운 날씨에 하루 15시간 넘게 일하지만, 이렇게 겨울 서너 달 일해 번 돈이 우리 가족의 1년 생활비나 다름없다”고 했다. 10여 명 종업원도 월 평균 150∼200만 원을 받는다. 몇 년째 겨울이면 이곳에서 일하는 최씨는 “적적한 겨울날 과메기는 노인한테 용돈까지 벌게 해 주는 최상의 소일거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는 박씨는 “돈 버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아느냐”며 자랑했다 성수기는 한풀 지났지만 여전히 구룡포엔 활기가 넘친다. 구룡포의 과메기 생산업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 중에는 40명이 일하는 곳도 있다. 과메기는 꽁치를 두 쪽으로 나눠 뼈를 발라내고 물에 씻어 바닷바람에 숙성시킨 겨울철 구룡포의 지역 특산물이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전국 생산량의 80%…일자리 효과도 ‘짭잘’[/B] 구룡포 과메기는 매년 8월쯤 북태평양에 나가 잡아오는 꽁치로 만든다. 과거에는 청어로 만들었지만 기름이 많고 비린내가 심한 데다 많이 잡히지도 않아 요즘은 꽁치를 쓴다. 어획량이 부족했던 지난해에는 대만산 꽁치를 쓰기도 했다. 올해는 어획량이 많고, 판매량도 늘어 무려 7000만 마리를 사들였다. 과메기는 구룡포가 주산지다. 구룡포를 번쩍 들어올리는 핵심 산물이다. 경북 동해안 일대 어민들이 즐겨먹던 과메기는 눈을 뚫어 말렸다는 의미의 ‘관목(貫目)’이란 말이 변형된 것. 예전에는 동해에서 잡은 청어를 말려 과메기를 만들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청어가 잘 잡히지 않자 어획량이 많은 꽁치로 대체됐다. 요즘은 살이 푸석푸석해 씹는 맛이 떨어지는 근해산 대신 원양 꽁치로 과메기를 만든다. 원래는 영하 5도~ 영상 5도 상태에서 15일 정도 말렸다가 내장을 빼내고 먹었다. 그러나 지금의 과메기는 도시 사람들도 쉽게 먹도록 하기 위해 배를 가르고 내장과 뼈를 발라내 영하 1도~ 영상 8도 상태에서 3일 정도 건조해 만든다. 과메기는 배를 갈라 말리는 ‘배지기’와 통째 말리는 ‘통마리’로 나뉜다. 예전에는 통마리 뿐이었지만, 1990년 초반 이후로는 먹기 좋게 다듬은 배지기가 주류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쫀득한 맛이 배지기의 특징이라면 통마리는 내장과 함께 보름 정도 말리기 때문에 특유의 향기가 배어 있다. 구룡포에서 과메기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대개는 말끔하게 다듬은 배지기를 선호하지만, 포항 사람들은 어릴 적 먹던 옛 맛이 그리워 통마리를 즐긴다”며 “과메기는 미역·다시마·배추·파·김과 곁들여 먹으면 각각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과메기는 성인병에 좋은 불포화지방산과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돼 술 안주로, 일반인에게는 겨울 별미로 사랑받는다”고 덧붙였다. 구룡포는 겨울철 밤낮의 적당한 온도 차(영하 4∼5도에서 영상 10도)와 50%가량인 습도, 그리고 영일만 해풍이 밤낮없이 불어와 과메기 생산에 천혜의 적지(適地)이다. 전국 생산량의 80%가 구룡포에서 생산된다. 구룡포의 과메기는 바닷바람과 맑은 햇살을 받아 얼었다가 녹았다가를 반복하며 꾸득꾸득 마른다. 그래서 붉은 색이 돌고, 윤기가 흐르며 탄력이 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올해는 꽁치가 풍어여서 포항지역의 과메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4000여 톤으로 예상되며, 가격도 조금 내려 소비자들은 20마리 한 두름을 8,000원에 살 수 있다. 포항시청 이광희 계장은 “포항시는 과메기 덕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올겨울(11∼2월) 예상수익은 총 500억 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구룡포읍 1년 예산(30억 원)의 16배가 넘는 수치죠.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날 전망입니다. 과메기 생산 덕장만 450여 곳이고, 종사자는 하루 800명 정도죠. 1만2000명 구룡포 읍민 대부분이 과메기 덕에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볼 정도니까요.” 주말이 되면 과메기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구룡포 읍내는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구룡포에서 과메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가구만 150가구, 부업으로 삼아 하는 집까지 포함하면 구룡포 대부분의 어민들이 과메기를 말린다. 최근에는 인터넷 직거래를 하는 가구도 늘었다. ‘구룡포 과메기’가 조그마한 어촌 마을을 거대한 일터로 바꾸어 놓았다. 농한기에 할 일이 없어 손을 놓고 있던 사람들에게 짭짤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구룡포 과메기 조합에 따르면 과메기를 만드는 500여 곳에서 모두 1200여 명이 일을 한다. 일을 하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200여 명 늘었다고 한다. 과메기가 서울·수도권 주민에게 알려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메기 업체를 운영하는 윤씨는 “15명의 인력이 하루 15시간씩 작업해도 주문 물량을 대기 벅찰 정도”라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인력을 더 늘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읍내의 과메기 생산업체도 비슷했다. 30여 명이 배를 갈라낸 꽁치를 씻어 대나무 발에 걸어 말리느라 분주하다. 인근에 산다는 김씨는 “고되긴 하지만 돈 버는 재미가 이만한 곳이 없다”며 활짝 웃는다. 고용 인력의 70% 가량이 여성이어서 가계에 많은 보탬이 된다고 한다.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 [B]‘과메기 특구’ 조성, 산업·관광자원 육성[/B] 구룡포 주민들은 “일거리가 없어 대낮에 술 마시고 읍내를 배회하던 젊은이들도 사라졌다”며 “겨울철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이 과메기”라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수입도 짭짤하다. 주부들은 꽁치 한 상자(65∼70마리)를 배지기 하면 3000원을 받는다. 하루 일당 15만 원에 이르는 사람도 많다. 물에 씻은 꽁치를 건조장에 널고 포장하는 사람의 일당도 최소 5만 원이다. 이렇다 보니 과메기 성수기인 겨울철 4개월 동안 1200만 원의 목돈을 쥐는 사람도 상당수다. 과메기 조합은 지난해 전체 인건비가 6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1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재덕 과메기조합 대표는 “등 푸른 생선으로 만든 영양식품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문이 엄청나게 늘어 매출액도 지난해의 두 배가량인 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일자리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과메기는 이미 전국적 먹을거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구룡포읍은 지난달 구룡포리에 ‘과메기거리’를 조성했고, 30여 개의 판매점을 유치했다. 2~3주 만에 1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매년 연말에는 포항시 호미곶에서 ‘과메기 축제’가 열리고, 작년 12월에는 ‘과메기 서울나들이 축제’가 열려 서울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과메기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도 50개에 이르고, 대부분의 덕장에서 택배로 전국으로 판매한다. 진공 포장해 1년 내내 생산·판매하는 곳도 생겼다. 이 계장은 “구룡포읍 일대를 ‘과메기 특구’로 지정해 과메기 거리를 만들고 건조장 건립을 지원하는 등 산업·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가기로 했다”며 “6월에는 재경부에 정식으로 특구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RIGHT]백창훈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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