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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가로운 평일 오후 경복궁 내 민속박물관을 둘러보는 관광객은 수학여행 온 학생 아니면 외국인 둘 중 하나다.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인기 관광지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1일 오후, ‘2008 문화동반자사업(CPI 프로그램)’에 참가한 30개국 95명의 문화전문가들도 이곳을 찾았다. 19일부터 시작한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호기심 어린 눈빛만큼은 빛나고 있었다. 이들은 앞으로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물며 문화, 예술, 체육, 관광, 미디어 분야 등으로 나뉘어 각자 전문연수와 200시간의 한국어 수업을 받고 돌아간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동반자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라크에서 온 영화 촬영감독 모하메드 자노(35) 씨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나운서 이리나 박(27) 씨, 필리핀 관광공사의 한국 담당 마르빅 마카레나 세빌라(28) 씨가 그 주인공이다. 세 사람을 만나 소감을 들어보았다.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모하메드 자노(이하 모): 저는 한국 방문이 두 번째예요. 지난 1995년부터 이라크 컬디스탄 지역에서 카메라맨으로 활동해 오고 있던 중 우연히 한국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 필름아카데미(AFA)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6년 9월이었는데, 이 아카데미에 참가해 2007년 2월부터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6개월간의 한국어 연수를 마치고 서울에 위치한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강좌를 듣고 있어요.

이리나 박(이하 박): 저도 한국에 자주 옵니다. 이번이 여덟 번째예요. 부모님이 두 분 다 고려인이시거든요. 언니도 얼마 전에 한국인과 결혼했어요. 그래서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아요. 이번에는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 아나운서 자격으로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연수 받으러 왔어요.

마르빅 마카레나 세빌라(이하 마): 저 역시 한국에 자주 올 수밖에 없답니다. 필리핀 관광공사에서 한국을 담당하고 있거든요(웃음). 2002년부터 관광청에서 근무했어요. 첫 번째 프로젝트가 한국팀의 영상 담당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태권도 종주국이란 것밖에 없는 상태였는데…. CPI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기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생활해 보는 기회도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번 문화동반자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수를 받나요.

모: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6개월간의 한국어 연수와 한국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에서 1년 동안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전문교육을 받고 있어요. 한국의 영화 제작 수준은 꽤 높은 편이에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마: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국가관광청직원 초청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에요. 관광에 대한 이론 및 현장교육, 부서 실무 교육 등을 받을 예정입니다. 저는 이번 경험이 다이내믹한 나라 한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한국관광시장에 대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에서 근무한 지 5년 정도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아나운서 외에 프로듀서 분야 등 다른 일도 배우고 싶던 참이었어요. 앞으로 6개월 동안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방송제작, 멀티미디어 교육 등을 배우게 됩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커요.

마: 저는 이번 기회에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한국어는 참 독특해요. 어렵기도 하고. 지금은 잘 못하지만 배워두면 필리핀에 돌아가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고려대 국제교육원에서 2005년부터 1년간 한국어를 공부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어로 유창하게 말하기는 힘든 상태예요. 이번에 확실히 배워가려고 합니다.
 

-‘한국’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마: 저는 한국 하면 일단 인천공항부터 떠올라요. 그동안 여섯 번 정도 방문했는데 인천공항에 내릴 때마다 새롭거든요. 정말 인천공항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대단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빠른 시일 내에 그런 공항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모: 저는 인터넷이 떠오릅니다. 처음 부산에 올 때 인터넷에서 체크해 보니 정보가 참 많더군요. 심지어 한국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듣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았어요. 이젠 정보를 찾을 때 인터넷에서 먼저 찾아봅니다. 또 한국에 대한 이미지로 한 가지 더 말한다면 평화를 꼽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우리 쿠르드족 지역에는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우리 민족을 도와주기 위해서지요. 그래서 우리 민족 모두 한국에 대해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도 큰 인기를 모았답니다. 저에게 한국은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예요.

박: 아마도 한민족이 모여 살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저는 한국 하면 한민족이 떠올라요.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130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조부모가 연해주에서 우즈벡으로 강제이주 당한 이주 3세대죠.

마: 필리핀 역시 다민족 국가예요. 제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놀란 점은 한국처럼 한민족으로 이뤄진 국가가 타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려 하고, 또 자신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타 민족에게 여러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문화동반자사업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 모: 저는 전문수업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 문화, 생활 등 전반적인 부분을 심도 있게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국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듯합니다.

마: 한 프로젝트에 이렇게 많은 기관이 참여하는 점이 놀랍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의 네트워크가 되는 거죠. 앞으로 문화동반자로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을 좀더 가졌으면 좋겠어요.

박: 저도 이런 기회를 통해 여러 사람들을 친구처럼 만나게 돼서 좋아요. 이왕이면 연수 기간이 좀 더 길었으면 합니다. 6개월 동안 전문연수에 한국어까지 배우기는 좀 빠듯해요. 적어도 1년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간이 늘면 좀더 ‘한국인’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원래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한국인이잖아요.

-앞으로 연수를 마치고 본국에 돌아가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마: 현재 필리핀 관광시장에서 한국인 관광객 비율이 가장 높아요. 따라서 한국마케팅이 가장 중요하죠. 이번 기회가 제 커리어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배운 것들을 다양한 마케팅 사업에 접목해 보고 싶습니다.

박: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고려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체류기간 동안 한국 생활이나 음식, 전통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우즈베키스탄 방송에서 방영할 생각입니다. 워낙 다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보니 국영방송 중 고려인을 위한 프로그램 시간이 따로 있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프로그램 개설 직후부터 아나운서를 수년간 맡아 오시다 이제는 프로듀서로 일하고 계십니다.

모: 돌아가면 제가 한국에서 지낸 동안 보고 듣고 느낀 한국 문화와 영화산업 등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영화 자료도 열심히 수집 중이에요.



문화동반자사업

긍정적 한류 형성 위해 2005년부터 시작


문화동반자사업(CPI: Cultural Partnership Initiative)은 각 나라에서 선발된 젊고 유망한 문화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 및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류 열풍이 강한 아시아 지역에서 일방적 한류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 긍정적 한류를 형성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작됐다. 2005년 57명, 2006년 144명, 2007년에는 130명의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 체육 분야 유망인사가 참여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반응이 좋아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까지 초청범위를 확대했다.

올해에도 30개국 95명의 문화전문가들이 지난 5월 19일부터 4박 5일간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올해에는 특히 베를린국제영화제 및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이라크 감독 모하마드 자노(Mohammed Jano), 콜롬비아 미래지도자 100인으로 선정된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 멘도사(Andres Felipe Solano Mendoza)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동반자들은 체류기간 동안 국립극장,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 21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서 공동창작·연수 등에 참여한다.

또 올해부터는 자국 문화에 대한 발표와 전통문화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문화 전도사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6월 7일부터 5주간 매주 토요일 2008 문화동반자사업 참가자들이 직접 진행하게 될 동반자 문화교류 프레젠테이션은 쌍방향 문화교류를 활성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행사는 문화교류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제2, 제3의 한류 열풍 주역으로
현재 귀국한 동반자들은 국가 간 문화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책 교류를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는 동반자의 참여로 한국에 관한 프로그램이 제작, 방영됐다. 특히 몽골 국립방송 ‘TV9’에 13회 걸쳐 방영된 ‘몽골보다 가까워진 한국(Mongol near to Korea)’은 2006년도 1O대 인기 프로그램(시청률 상위 10위권 기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또 필리핀 국립도서관에서는 귀국한 필리핀 동반자가 ‘도서관 안의 한국 보석: 한국 수집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얀마, 베트남, 몽골에서는 동반자들이 귀국 후 본국의 문화부 국장급 공무원에 임명되어 자국의 문화정책 결정권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양래 경영관리처장은 “CPI에 참여하는 동반자는 25세 이상 45세 이하의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전문가들”이라며 “올 사업부터는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200시간의 한국어 연수는 생활회화 식으로 쉽게 진행하고, 전문교육은 동반자가 본국에 돌아갔을 때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수업의 질을 높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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