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박태환 vs 마이클 펠프스.’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수영으로서는 감히 생각도 못할 대결구도가 팬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경영 7월 26일~8월 3일·한국시간)를 앞두고 ‘마린보이’ 박태환(20·단국대)과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4·미국)의 맞대결이 수영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두 사람은 자유형 2백 미터에서 다시 한번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그동안 올림픽에서는 결선 8강에만 올라도 빅뉴스였던 ‘수영의 변방’ 한국은 박태환의 등장으로 세계 수영의 중심에 진입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에서 박태환이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자유형 4백 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박태환은 자유형 2백 미터에서 펠프스와 맞대결을 펼쳐 1분44초85의 아시아 기록을 세워 1분42초96으로 세계 기록을 경신한 펠프스에 이어 은메달까지 획득했다. 한국 수영이 세계 최강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박태환은 한국 수영의 구세주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선수가 월계관을 쓰면서 ‘몬주익의 영웅’으로 불렸듯 박태환은 ‘베이징의 영웅’이 됐다. 박태환의 금메달로 한국에 ‘수영 붐’까지 일게 됐다.
펠프스는 미국의 영웅이다. 지난해 올림픽에서 7개의 세계 기록을 세우며 8관왕에 올랐다. 자유형 2백 미터(1분42초96), 접영 2백 미터(1분52초03), 개인혼영 2백 미터(1분54초23), 개인혼영 4백 미터(4분03초84), 계영 4백 미터(3분08초24), 계영 8백 미터(6분58초56), 혼계영 4백 미터(3분29초34)에서 모두 세계 기록을 세웠다. 8관왕은 1972년 뮌헨올림픽 때 ‘미국 수영의 전설’ 마크 스피츠가 기록했던 역대 한 대회 최다 금메달인 7개를 갈아치운 것이기도 하다. 특히 펠프스는 어린 시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수영으로 극복해 미국에서는 장애를 넘어 세계를 정복한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최고에 오른 자는 외롭다고 했던가. 박태환과 펠프스는 올림픽이 끝난 뒤 나란히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먼저 펠프스는 올해 2월 영국의 한 주간지에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진이 게재돼 전 세계 수영팬들을 경악케 했다. 펠프스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마리화나를 흡입했다고 시인했고 결국 미국수영연맹으로부터 3개월 출전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이후에도 펠프스는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드나드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바른 생활 사나이’로 알려졌던 그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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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은 펠프스와는 다른 경우다. 올림픽 금메달에 취해 다소 훈련을 등한시한 것이다. 스타는 자신에게 따라오는 인기를 누릴 특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스타로서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땀을 흘려야 한다.
박태환은 전담팀을 구성해 올해 1월과 4월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올림픽 금메달을 만든 노민상 감독이 버티고 있는 대표팀이 상시 훈련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굳이 전담팀을 구성한 것에 대해 국내 수영계에서는 걱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개인 중심의 전담팀에서 훈련량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올림픽을 앞두고 박태환은 전담팀과 촌외 훈련을 하다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당시에는 올림픽을 5개월여 남겨둔 상태에서 대표팀에 복귀했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해 노 감독은 송홍선 체육과학연구원 박사와 함께 ‘지옥 훈련’을 시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수렁에 빠질 듯했던 펠프스는 바로 훈련에 매진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자유형 1백 미터에 이어 7월 10일 미국선수권 접영 1백 미터에서 연달아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 세운 1백 미터 신기록 50초22는 2005년 7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언 크로커(미국)가 세운 종전 기록 50초40을 0.18초 앞당긴 것이다.
최상의 컨디션인 펠프스는 5개 종목의 세계 기록을 보유하며 개인 통산 33개째 세계 기록을 수립해 스피츠의 현역 시절 세계 신기록 수와 타이를 이뤘다. 이런 상승세를 볼 때 펠프스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하는 자유형 2백 미터, 접영 1백 미터와 2백 미터, 계영 4백 미터와 8백 미터, 혼계영 4백 미터 등 6개 종목에서 금메달 획득이 유력시되고 있다.
반면 박태환은 최근 기록이 저조하다. 5월 미국 전지훈련 막판에 참가한 재닛 에번스 대회에서 자유형 1천5백 미터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14분55초03)에 못 미친 14분57초06을 기록했다.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들려면 14분40초대에 들어야 한다. 또 주 종목인 자유형 4백 미터에서는 3분52초54로 올림픽 금메달 기록(3분41초85)에 10초 이상 뒤졌고 자유형 2백 미터에서도 1분47초43으로 역시 지난해 올림픽 기록(1분44초85)에 2초 이상 차이가 났다. 그만큼 훈련이 덜 된 것이다.
노민상 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이 지난 5월 말 대표팀에 합류하자 “시간은 많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최상의 성과를 내겠다”며 박태환이 훈련량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당시 시점에서 90퍼센트 이상 몸 상태를 올려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박태환은 노 감독의 조련에 따라 막바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노 감독은 “태환이가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팬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태환은 7월 26일 자유형 4백 미터 예선을 시작으로 7월 27일 자유형 2백 미터 예선, 8월 1일 1천5백 미터 예선에 출전한다. 펠프스와의 ‘운명의 맞대결’은 자유형 2백 미터 예선이나 2백 미터 준결승(7월 28일) 혹은 결승(7월 29일)이 될 전망이다.
글·양종구(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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