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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1130호

LPGA 3관왕 오른 신지애의 위대한 도전





전남 영광군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아버지의 수입은 월 60만원에 불과했다. 여관 숙박비를 아끼려고 새벽 2시에 골프대회 장소로 떠났고 주차장에서 식어빠진 김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고달픈 나날이었지만 신지애는 더욱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골프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한눈 팔 여유는 없었다. 중학교 때만 해도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신지애는 지독한 연습을 통해 고1 때 처음으로 전국대회 우승을 했다. 그 후 주니어대회 우승을 휩쓸고 대표팀에도 뽑혔다. 고3 때인 2006년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하고 국내 프로무대에 뛰어들어 3년 연속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에는 미국 LPGA투어에서 비회원으로 사상 첫 3승을 거두며 준비된 스타로서의 자질을 과시했다.
 

신지애는 스포트라이트 속에 올해 LPGA투어에 정식 데뷔했지만 첫 대회였던 지난 2월 SBS오픈에서 예선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당시 그는 “보약 같은 경험이었다.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로 알겠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호된 신고식 뒤 신지애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3월 HSBC챔피언스에서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6월 웨그먼스LPGA, 9월 P&G뷰티 NW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차례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신지애가 국내에서는 골프 지존으로 통했지만 미국 LPGA투어의 높은 벽을 허물 수 있을지는 골프 전문가들조차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미국 골프장은 낯선 데다 대부분 한국보다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코스도 더 길어 키가 1백56센티미터도 안 되는 신지애는 거리 부담에 시달렸다. 올 시즌 그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백46.8야드로 하위권인 98위로 처졌다. 러프도 길고 억세 공이 한번 빠지기라도 하면 찾기도 힘들 정도다. 대회 때마다 미국 전역을 돌아 차량 이동거리만도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신지애는 정교한 샷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런 핸디캡을 극복해나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신지애의 샷이 똑바로만 나간다며 ‘초크라인(분필선)’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비거리 열세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우드 샷이 강해진 것도 소득이었다. 신지애는 드라이버와 3, 5, 7번 우드, 23도 하이브리드를 넣고 다니며 코스를 공략해나갔다.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미국 진출 후 언어문제로 고생을 한다. 신지애는 비록 영어는 서툴러도 다른 해외 선수들과 어울리기를 즐겼다. ‘콩글리시’가 섞이기도 하지만 영어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미국 LPGA투어 관계자들과 현지 언론들은 신지애의 이런 대처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신지애는 최근 신인상 수상식 때 드레스 차림으로 미리 준비해온 장문의 영어 연설문을 낭독해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철저하게 현지화를 위해 노력했던 것도 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가정의 안정을 통해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되찾았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신지애의 가슴 속에 늘 남아 있지만 2007년 아버지의 재혼으로 인연을 맺은 새어머니와는 틈날 때 여행도 같이 다닐 만큼 가까워졌다. 신지애가 병 수발을 했던 여동생은 어느덧 고교 졸업반이 돼 서울대 물리학부 수시모집에 지원해 12월의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한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신지애는 올해 골프대회 출전 상금이 27억원 이상, 스폰서 수입을 합치면 연간 소득이 5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경을 이겨낸 영향인 듯 그는 선행에도 관심이 많다. 거액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쾌척하고 홀로 사는 노인이나 복지관 등에 기증도 자주 한다. “내가 도움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작은 손길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잘 알아요. 도움 릴레이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지 않을까요?”
 

신지애는 올해의 선수상을 놓친 뒤 전화 통화에서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안주할 수 있었는데 다른 목표가 생기지 않았는가. 이제 다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은 오프라 윈프리의 <나는 실패를 믿지 않는다>다. 언젠가 남은 용의 눈마저 채워 넣어 하늘 높이 날아오를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글·김종석(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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