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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문대라 문대” 연수가 호그라인(스톤을 놓는 지점)에서 사뿐히 스톤(돌)을 내려놓자, 팀의 리더인 연수 아빠 하충훈(46) 씨가 빙판을 미끄러져 가는 스톤에 속도를 가하라고 연수 엄마 남윤금(44) 씨에게 내지르는 작전 명령이다. 있는 힘을 다해 브러쉬(빙판을 쓰는 기구)를 잡고 빙판을 쓸어내니, 스톤은 하우스(동그란 원이 그려져 있으며 중심에 가까이 있는 스톤이 점수를 얻는다)로 그림같이 빨려 들어가 상대편 스톤을 밀치고 중심에 자리 잡는다. 연수네 팀 1점 획득!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으로나 접할 수 있는 컬링 게임이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생소하다. 그것도 엘리트 선수들이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엄마와 아빠, 학교를 파한 아이가 한 팀을 이뤄서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컬링은 얼음에 미끄러지듯 움직이면서 밀고 쓸고 닦는 스포츠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죠. 몸이 유연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실력이 훨씬 빨리 는다니까요. 우리 가족도 모두 경력 1년차의 초보지만 폼은 연수가 가장 프로 같아요.” 아내 남윤금 씨, 연수와 한 팀을 이뤄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하충훈 씨의 말이다.


온 가족이 즐기는 레저로 제격
컬링(Curling)은 어떤 레저보다 가족끼리 즐기기 좋은 스포츠다. 한가족이 모두 의성스포츠클럽 소속인 연수네 가족은 1주일에 한두 번 빙상장에서 경기를 갖는다. 기자가 컬링센터를 방문한 날도 연수네 가족은 혜민이네 가족과 가족 대항 팀플레이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컬링 경기는 4명이 한 팀을 이루기 때문에 가족 대항 스포츠로 제격이다. 또 다른 가족 팀을 꾸리고 나온 이종철(43) 씨는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다 보니,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모든 게 경북 산골에 이런 최신 시설을 갖춘 빙상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동계스포츠의 꽃, 컬링. 150여 년 전 캐나다에서 시작된 컬링은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높은 TV 시청률을 자랑하는 인기 종목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언제든지 컬링을 배울 수 있다. 지난해 2월 컬링센터가 문을 연 이후 경북 의성군은 한국 컬링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국제 규격을 갖춘 컬링 전문 빙상장은 의성 군민들의 으뜸 자랑거리다. 

컬링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 의성 사람들은 “딱히 자랑할 만한 거리가 없었다”고 한다. 자랑은커녕 서울 사람들에게 ‘의성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설명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경북 의성군은 경북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인구 또한 1970년대 후반에는 20만명을 육박했지만, 지금은 6만3000명 정도의 작은 소도시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의성군내 초·중·고 12개교 팀 운영
이런 의성군에 컬링이 도입된 것은 경북컬링협회의 힘이 크다. 1995년에 출범한 협회는 의성군뿐만 아니라 전국 10여개 시·도의 컬링협회 창립과 보급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컬링센터 건립 당시 문화관광부와 경북도청, 의성군의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재 컬링센터는 자체적으로 조직된 의성스포츠클럽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클럽은 초창기 컬링을 보급한 멤버들과 의성군 동호회원들의 자발적인 조직으로 센터 운영은 물론 컬링 강습회, 학생 선수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재 의성스포츠클럽 소속 컬링 선수는 일반인과 학생을 합쳐 약 150여명. 국내에서 상시적으로 컬링을 하는 사람이 기껏해야 수백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엘리트 선수’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이 컬링 하나에만 목매는 전문 선수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모두 동호회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의성군 내에는 초등학교 3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6개의 컬링팀이 운영되고 있지만, 모두 방과 후에 훈련에 임하고 있다.


초보자도 한나절만 배우면 기본기 익혀
경제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다. 마땅히 군을 홍보할 거리가 없었던 의성군청은 컬링센터가 건립되고 난 뒤 경북 지역의 다른 시·군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TV에서만 보아온 컬링은 실제 어떤 느낌일까? 컬링 전용화를 신고 빙판에 나가보았다. 보통 왼쪽에 미끄러운 신발을 신는데, 몸의 중심을 왼발에 놓고 오른발로 밀어서 움직여야 한다. 빙판 걸음마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스톤을 던지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볼링과 비슷한 면이 있다. 미끄러운 왼발을 빙판에 대고, 도약대(핵)에 오른발 앞꿈치를 디딘 다음 힘껏 몸을 밀어나간다. 이때 왼손에 브러쉬를 집고 몸의 균형을 잡는다. 호그라인(스톤을 놓는 지점)에서는 스톤을 가볍게 밀어야 하는데, 당구대를 잡듯이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스톤 손잡이를 살짝 잡아 빙그르르 놓아야 회전이 잘 먹힌다. 글로써는 다 설명하기 힘들고, 직접 따라 배우기는 더 어렵다.

의성스포츠클럽 소속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컬링센터 사용료(1시간 5000원)만 내면, 컬링을 체험할 수 있다. 컬링은 1팀에 4명으로 구성되므로 가족체험을 원한다면 스키나 스노보드 등 다른 겨울 레저에 비해 훨씬 싼 편이다. 신발과 브러쉬, 스톤은 모두 컬링장에서 빌려 쓸 수 있다. 요즘엔 제법 입소문이 나서 경북 지역은 물론 대구나 부산, 서울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

컬링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올림픽 출전권은 개최 전년도까지 3년간의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을 종합해 남녀 각각 12개국에게 주어진다. 컬링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에서는 컬링이 국민적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데, TV 중계 시청률이 보통 13%에 달한다고 한다. 컬링 선진국으로는 미국과 유럽 각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다.

컬링이 한국에 도입된 것은 1996년부터이다. 현재 전국 15개 시·도에서 컬링협회가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의성컬링센터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일반 빙상장에 컬링 경기 라인을 그려놓고 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성컬링센터는 2007년 2월에 생긴 국내 최초의 컬링 전용 빙상장. 4개의 레인을 갖추고 있으며, 오후 2시부터 문을 연다. 초보자의 경우 따로 강습비를 낼 필요 없이 컬링장 사용료만 내면, 의성컬링센터를 운영하는 의성스포츠클럽 소속 코치가 기본적인 자세를 지도해 준다. 보통 한나절 정도 연습하면 기본기는 배울 수 있다. 054-834-9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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