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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글 | 유인경 (경향신문 기자)


 

2008년은 무자(戊子)년, 쥐띠 해이다. 쥐는 천장에서 밤새 박박거리는 소리를 내서 불면증에 시달리게 하거나 각종 균을 옮겨 식당에서 뛰어나오면 밥맛이 똑 떨어지는 기분 나쁜 동물로 흔히 여겨지지만, ‘미키마우스’나 ‘톰과 제리’ ‘라따뚜이’ 등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도 갖고 있다.

쥐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약 36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쥐는 이렇게 긴 시간을 인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동거해 오면서 많은 억압을 받아왔다. 여전히 쥐덫이 팔리고,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국민위생 문제 때문에 골목에 ‘쥐를 잡자’ 등의 포스터가 붙어 있기도 했고 학교에서 쥐를 잡아 꼬리만 잘라 오라는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들의 그런 핍박(?)에도 불구하고 쥐는 인간을 대신해 각종 실험을 당하고 질병을 앓는 등 인류를 위한 착한 일을 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쥐띠해에 태어나면 식복과 좋은 운명
쥐띠 해를 풍요와 희망, 기회가 드는 때라고 여겼으며,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난다고 했다. 쥐가 일상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으로 쥐의 행동을 통해 위험을 방지하기도 한다. 영화 등에서 보면 지진 발생이나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앙을 예고할 때, 흔히 쥐가 떼 지어 나타나는 장면을 만나게 되는데, 쥐가 갖는 예지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쥐가 동양에서 영물로 받들어지기는 12지신에 들면서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12지신에 쥐는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설화에 따르면 우직한 소가 부지런히 달려갔을 때, 소의 머리에 앉았다 먼저 뛰어내려 선착순에서 1등을 차지했다고 할 만큼 영민하고 지혜로운 동물로 꼽힌다. 하루를 12간지의 시간으로 나눌 때 자시(子時)는 밤 11시와 1시 사이를 나타낸다. 끝과 시작을 포함하는 시간으로 낡은 것을 마감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그래서 쥐띠 해는 새로운 일을 하는 희망의 해를 뜻한다.

그동안의 고민거리, 갈등, 후회 등등을 모두 떨쳐버리고, 새 마음 새 뜻으로 희망찬 새해, 새날에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기에 12간지를 시작하는 쥐띠 해처럼 적당한 해는 없다. 우리나라도 새해엔 대통령과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고 국회의원도 바뀌고 각종 제도도 달라진다. 이런 새로운 변화를 그저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꿈을 현실로 만들 때이기도 하다.

또 쥐는 예로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이었다. 궁궐에서는 풍년 기원의 뜻으로 상자일에 곡식 알맹이를 태워 비단주머니에 넣어서 신하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쥐의 출산 능력은 경이롭기만 하다. 쥐의 임신 기간은 21일. 그런데 출산 후 몇 시간만 지나면 발정을 해 곧바로 교미할 수 있다. 한 쌍의 쥐가 10마리씩 일년에 5번의 새끼를 낳는다고 하면 3년 후에는 3억 5천 마리가 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저출산 문제는 지난해 황금돼지 해에 이어 다산의 쥐띠 해에 출산이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게 한다.

눈치 빠르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쥐는 또한 다복(多福)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저 주어진 행운이 아니라 성실하고 열심히 일해 스스로 가꾼 복이라 더욱 가치 있다. 쥐는 여기저기에서 긁어모은 곡식을 철저하게 저축해 놓는다고 한다. 근면성과 저축성이 돋보여 쥐띠 해를 맞아 각 은행에서는 돼지저금통 대신 쥐 모양의 저금통을 만들어 ‘쥐처럼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저축해 복을 받으시라’고 권한다.







성실로 일군 ‘다복’ 더욱 가치 있어

이렇게 쥐를 행운을 주는 존재로 여긴 속담들도 많다. ‘쥐가 모자를 씹으면 재물을 얻게 된다’거나‘쥐가 방안에서 쏘다니면 귀한 손님이 온다’ 했으며, ‘쥐가 집안에서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고도 하고 ‘쥐띠가 밤에 나면 잘산다’ 등등이 그것이다.

쥐띠 해와 관련한 이런 속설들은 그저 막연한 기대나 허망한 꿈만은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그리고 설문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국민들이 이 당선자가 국정을 잘 수행하고 나라 경제도 좋아지리라고 기대했는데 청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삼성과 LG 등 대표적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2008년은 부진했던 내수가 살아남에 따라 그간 강세를 보였던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의 쌍두마차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4분기 내지 올 1분기를 저점으로 상승세를 보다 뚜렷이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 이고 설비투자 호조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런 기조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늘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남들이 느긋하게 놀 때도 항상 부지런히 일하고, 숱한 역경과 핍박을 받아도 불굴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무섭도록 강한 생산력으로 자손을 퍼뜨리는 쥐. 쥐띠 해에는 우리도 이런 쥐의 덕목과 장점을 벤치마킹해 보면 어떨까. 로또에 당첨되거나 부동산투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대신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고, 가족과 이웃과의 사랑에서 힘을 얻는 것이 2008년을 맞은 우리의 각오가 되어야 할 게다.

엄청나게 커다란 몸과 강력한 힘을 갖고도 사라져버린 무디고 나태한 공룡보다는 그 작은 몸으로, 각종 눈치를 보면서도 아직까지 살아남아 우리 인간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애환을 함께하는 쥐들에게서 21세기의 적응력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 변화무쌍하고 파란만장한 시대에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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