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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호랑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호랑이 가족이 달밤에 손가락을 입에 대고 있는 작품(안윤모 작 ‘쉿’)을 보며 지승현 교육강사가 묻자 아이들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애기 호랑이가 아파요!” “다 같이 코를 파고 있어요!” “조용히 하라고 하는 것 같아요!”
 

지 강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게 모두 정답”이라며 “미술은 여러분이 느끼는 대로 감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1월 5일 ‘학교로 찾아가는 어린이미술관(이하 어린이미술관)’의 네 번째 시간으로 수원 영덕초등학교를 찾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준비해온 작품은 이 학교 5층 다목적실에 전시됐다. ‘미술관’ 프로그램은 오전 9시, 슬라이드를 이용한 간단한 작품 감상과 미술관 관람예절 안내,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 등을 가진 뒤 10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작품 감상이 시작됐다.
 

전시된 작품은 안윤모 작가의 동물가족 그림들과 박형진 작가의 ‘정원에서 놀기’ 등 모두 12점.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 이승미 팀장은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어린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작가의 협조로 추가된 작품, 미술은행 작품 등이며 모두 어린이들이 재미있어하고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작품들로 엄선했다”고 밝혔다.

 


 

한 번에 두 학급씩 오후 2시까지 전교생 1천1백여 명이 모두 관람한 이번 미술관 프로그램의 첫 관람객은 1학년 1반과 2반 어린이들이었다. 지 강사는 아이들에게 작품에 대한 해설보다 작품에 대한 견해를 묻고 자유롭게 대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갔다.
 

지 강사는 “어린이들의 그림 감상에서 강조하는 것은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어린이 스스로 작가가 되고,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지 강사와 함께 작품 해설을 맡은 이애선 팀장은 “미술관이 재미있는 곳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술관 수업 후 어린이들이 미술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만연한 신종플루 때문에 외부 견학 등 ‘찾아가는’ 수업을 하지 못한 어린이들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미술관 수업에 시종일관 즐거워했다. 이 팀장은 “신종플루 확산으로 각 학교에서 미술관 방문을 곤란해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견학을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교내로 찾아오는 미술관 수업에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선숙 교장은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접하는 것이 정서교육에 큰 도움이 되지만 우리 학교는 미술관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접할 기회가 적었는데 국립현대미술관의 ‘찾아가는 어린이 미술관’ 프로그램이 있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이들이 오랜만에 나들이 기분을 내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이 팀장은 “국립어린이미술관을 1년에 1회라도 찾는 어린이들이 5퍼센트 미만”이라며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린이들이 미술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문화·예술 교육은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이뤄지고, 아이들도 부모에 이끌려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프로그램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월 15일 의왕 갈뫼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2일 부천 송일초등학교, 29일 오산 대호초등학교 등에서 진행됐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실시한 ‘초등교사 초청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서울·경기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신청을 받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신청학교 중심이다 보니 외딴 섬에 있는 오지 학교 등은 미술관이 찾아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애초에 신청 자체를 포기하거나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누락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지금과 같은 시범교육을 해나갈 계획이다.
 

미술관 프로그램이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시간 부족이다. 특히 학생 수가 많은 서울·경기지역은 1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3, 4시간 사이에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지승현 강사는 “참가 어린이 숫자에 비해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술관 프로그램은 작품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학교로 찾아오는 미술관’을 계기로 어린이들이 미술에 흥미를 느껴 미술관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들에게 미술에 대한 관심과 재미를 붙이는 게 우선임을 강조했다.
 

이 팀장 역시 “미술은 쉽고 재미있고 창의적 영역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교과서 속 미술의 이해’라는 청소년 미술 감상 교육프로그램도 10월 3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학교로 찾아가는 어린이미술관 mo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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