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올해 한국 야구는 ‘대박’을 터뜨렸다. 올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 여파로 국내 프로야구가 정규시즌 총 관중 5백92만여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와 함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도 주목 대상이 됐다.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추신수(27·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소속팀의 주축 선수로서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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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올 시즌 자신의 오랜 꿈 중 하나를 현실화했다. 바로 메이저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 것이다. 비록 6차전(한국시간 11월 5일)까지 경기를 벌여 뉴욕 양키스에게 우승을 내주었지만 말이다. 지난 1994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처음 선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이던 2006년에야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했다. 2008년엔 LA 다저스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총 4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그가 속했던 팀은 모두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박찬호가 선발은 아니지만 필리스의 찰리 매뉴얼 감독은 그를 ‘불펜의 핵’이라고 표현한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박찬호는 2차전과 4,5,6차전에 등판했다. 6차전을 제외하면 두 번째 투수였고, 점수 차도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6차전에선 4번 타자 라이언 하워드의 2점포가 터지며 3대 7로 추격한 직후 등판이었다.
박찬호는 선발투수로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8일(한국 시간) 워싱턴 내셔널스 전에 선발로 나와 1과 3분의 1이닝 동안 5실점하고 강판된 뒤 구원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박찬호의 올 정규시즌 성적은 3승3패, 평균자책 4.43이다. 선발투수로서는 7게임에서 1승1패, 평균자책 7.29로 부진했던 반면 구원투수로서는 38게임에서 2승2패, 평균자책 2.52로 월등히 좋았다. 박찬호는 여전히 선발투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매뉴얼 감독은 ‘구원투수’ 박찬호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찬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최고 시속 96마일(약 1백55킬로미터)의 강속구를 던졌다. 2002년 자유계약선수(FA)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천5백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은 이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강속구다.
박찬호는 FA 계약을 앞두고 2000년과 2001년 2년 연속 2백20이닝 이상을 던지며 무리를 했고 이로 인해 허리와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렸다. 또 2006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엔 장출혈로 입원하기도 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예전의 강속구가 되살아났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은퇴를 생각할 시점이지만 박찬호는 아직 이뤄야 할 목표가 남았다고 말한다. 바로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갖고 있는 동양인 투수 최다승(1백23승) 기록이다. 올 시즌 3승을 보탠 박찬호는 내년 시즌 4승만 추가하면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승수를 쌓기에는 아무래도 선발투수가 구원투수보다 더 유리하다. 박찬호가 다시 선발투수를 꿈꾸는 이유다. 측근에 따르면 박찬호는 동양인 투수 최다승 기록을 세운 뒤 명예로운 은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노모처럼 미국의 마이너리그 팀을 매입해 구단주가 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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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금의환향한 추신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어느 해보다 값진 한 해였다. 팬들의 성원이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풀 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전체 일정(1백62게임) 중 6게임을 뺀 1백56게임에 출전해 타율 0.300, 20홈런, 86타점, 21도루를 기록했다.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자가 됐고, 특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4명에 불과한 ‘20-20클럽(홈런과 도루 모두 20개 이상 기록)’에 가입했다.
‘20-20클럽’이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장타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만능선수로서 인정받는 기준이다. 부산고에서 투수로도 활약했던 추신수는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빠른 송구로 주자를 잡아내는 수비능력까지 갖췄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그를 ‘파이브 툴 플레이어(Five Tool Player·타격의 정확성, 장타력, 빠른 발, 수비 범위, 강한 어깨 등 5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선수)’로 부르는 이유다.
이런 활약으로 그는 인디언스의 중심 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팀 내 홈런, 타점, 장타율, 도루 1위, 타율 및 출루율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문 인디언스는 시즌 중반 라이언 가코, 빅터 마르티네스 등 주축 타자들을 트레이드하며 팀 전력을 재정비했지만 추신수만은 철저히 보호했다. 추신수는 입국 후 기자회견에서 “시즌 중 나를 모델로 한 버블 헤드 인형도 제작됐고, 내 사진이 야구장 안에 크게 붙어 있어 놀랐다”며 달라진 팀 내 위상을 전했다.
추신수의 올 시즌 연봉은 42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선수 중 최하위권이다. 내년까지는 연봉 조정신청 자격이 없다. 하지만 추신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인디언스 구단이 내년 시즌 중반 다년 계약으로 추신수를 묶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추신수는 “한 팀에 오래 있고 싶다”며 인디언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내년 시즌을 마친 후 병역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추신수가 정상급 메이저리거로서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가 병역문제에 구애되지 않고 메이저리거로서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미국 영주권을 받는 것이다.
추신수는 “WBC 대회 때 좋은 경험과 추억을 남겼다. 기회가 된다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이 사용하는 방망이 손잡이 부분에 태극기를 붙일 만큼 애국심이 남다른 추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실력파 외야수로 오랫동안 한국 팬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글·고석태(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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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