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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두물머리 옆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정원이 있다. 바로 세미원이다. 면적 18만제곱미터 규모의 정원 안엔 연꽃으로 뒤덮인 6개의 커다란 연못과 산책로, 창덕궁 장독대를 묘사한 분수대, 유상곡수(流觴曲水) 등 풍성한 볼거리가 들어앉아 있다. 세미원이라는 이름은 <장자>에 나오는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에서 따왔다.

세미원의 정문 격인 불이문을 지나면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이 나온다. 시냇물 가운데로 돌다리가 깔려 있는데 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것 같지 않게 운치 있다.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 귓전이 시원하다.




시냇물을 건너면 한반도 모양의 공원이 있다. 고산식물과 무궁화 등을 심어놓았는데 수많은 항아리로 장식된 분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새벽마다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을 위해 비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크고 작은 항아리 3백65개를 이용한 것으로 항아리마다 분수가 솟아오른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항아리 분수를 지나면 커다란 연못이 펼쳐진다. 이 연못에는 백련, 홍련, 가시연, 수련 등 1백여 종의 연꽃을 비롯해 가는잎네갈퀴, 생이가래 등 4백 종의 수생식물이 자란다. 연못을 돌아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길은 돌 빨래판으로 되어 있어 걷는 느낌도 색다르다. 끝자락엔 ‘모네의 정원’도 들어서 있는데, 프랑스의 화가 모네가 그린 수련 정원을 옮겨놓은 것이다.

연못 곳곳에는 청계천 수위를 재던 수표, 조선시대 청화백자용 문항아리 등 선인의 지혜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산책의 재미를 더해 준다. 세미원을 둘러본 뒤 3천원짜리 입장권을 농산물판매장에 제시하면 3천원어치의 쌀과 야채, 음료 등으로 교환해 준다는 점도 흥미롭다.



세미원을 나와 체육공원 앞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왼쪽 물길을 따라 산책로가 나온다. 20분쯤 걸으면 두물머리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곳. 두물머리는 양평의 대표적인 명소다. 4백년간 두 물줄기가 만나는 모습을 지켜본 거대한 느티나무가 두물머리의 운치를 더해 주고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간다. 도무지 역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정말 이런 곳에 역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예쁘고 아담한 간이역이 나타난다. 구둔역이다. 구둔역이 자리한 구둔마을은 임진왜란 때 이곳에 9개의 진지가 구축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둔역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제법 북적이는 역이었다. 용문산 일대에서 약초와 취나물, 두릅을 뜯어 경동시장으로 팔러나가는 노인들이 새벽기차를 타기 위해 구둔역을 찾았다. 양평에 장이 서는 날이면 장보러 가는 주민들과 기차로 통학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젊은이들은 거의 떠나갔고 마을에도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기차를 타는 사람은 없다. 구둔역에도 하루 90여 대의 기차가 들어오지만 그냥 지나치는 통과열차다.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세 번 설 뿐이다. 지난 1996년부터는 아예 기차표를 팔지 않는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1940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구둔역. 처음 생길 때와 모습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시멘트와 목조로 건축된 역사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 있다. 녹색 페인트로 덧칠한 대합실 나무벤치엔 구둔마을 사람들의 체취가 오롯이 배어 있다.

대합실 앞 화분에는 가을꽃이 활짝 피었다. 은행나무와 향나무가 오가는 이를 보내고 맞는 구둔역은 역이 아니라 예쁜 정원 같다.

구둔역은 2006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히기도 했다.




구둔역 가기 전 잠깐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용문면 삼성리에 자리한 수진원이라는 농원이다. 전통된장을 담그는 곳이다. 6백여 개의 된장 항아리가 가을볕을 받으며 보기 좋게 늘어서 있다.

수진원을 만든 고 정두화 옹은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도 등장한 인물이다. ‘말표 구두약’을 탄생시킨 정옹은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양평으로 내려와 수진원을 일구었다.

수진원 사람들은 뒤편에 있는 2만5천 평의 밭에 직접 콩을 재배해 매년 11월에 메주를 쑤고, 이듬해 1~2월에 장을 담근다. 그리고 4~5월엔 간장과 된장을 뜨고 이렇게 만든 장을 사려는 이들이 전화주문을 해오면 택배로 보내준다. 농원은 한국적이라기보다는 이국적이다. 동화에나 나올법한 예쁜 건물이 서 있고 분수가 솟구치는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눈부신 가을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은행나무길은 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다.

얼마 전부터 레일바이크를 양평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양평 레일바이크는 중앙선이 개통되면서 폐선이 된 철로를 이용해 개발한 것으로, 용문~원덕까지 왕복 6.4킬로미터 구간에 마련돼 있다.

철로 한쪽으로는 흑천이 흐르고 있고 한쪽으로는 칠읍산이 서 있다. 이렇게 산과 개울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레일바이크의 또 다른 매력이다. 과수원과 논밭이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페달을 밟는 재미가 쏠쏠하다.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20여 분. 회차 구간에 20여 분 정도 휴식시간이 있어 실제로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중미산자연휴양림에서의 1박도 흥미롭다. 백운산, 유명산, 용문산 등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 강원도 산골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숲 체험코스 1.2킬로미터, 태교의 숲길 6백미터, 등산로 6.4킬로미터 등 숲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고 중미산천문대 등이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찾기 좋다.

등산로를 따라 40분 정도 가면 정상에 닿는다. 남한강, 북한강은 물론 서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숲속의 집을 비롯해 오토캠핑장도 운영하고 있다.

글과 사진·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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