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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술자리가 잦은 새해 초.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선 저마다 잔을 채운 뒤 다 함께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치게 마련이다. 몇 해 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건배 구호가 바뀌고 있다. ‘위하여’ ‘건배’ ‘지화자, 좋다’ 등 오랫동안 애용돼온 구호 대신 요즘은 ‘9988234!’가 주로 쓰인다고 한다.

 무슨 암호처럼 착각할 법도 한데, 그 뜻이 재미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 3일 앓다 죽자(死)”라는 의미란다. 오래 살고 싶다는 인간 본성에 ‘건강하게(팔팔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욕망이 건배 구호 하나에 모두 담겨 있는 셈이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자.’ 이 말에 대해 불가능한 바람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건배 구호가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면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9988234!’라는 구호는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는 전망이 나온 뒤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통계청이 해마다 발표하는 ‘완전생명표’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수명은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1997년과 2007년에 집계된 생명표를 단순 비교해도 갓 태어난 영아의 기대수명은 10년 만에 5년 가까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의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커 보인다.



1997년을 기준으로 0세아(兒)의 기대수명은 74.4세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인 2007년엔 79.6세로 늘었다. 0세아의 기대수명은 나이별 사망률을 모두 감안한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의미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별 기대여명도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기대여명이란 특정한 나이까지 생존했을 경우 앞으로 더 살 수 있는 평균기간이다. 예를 들어 2007년을 기준으로 60세까지 산 사람의 기대여명은 22.9년이다. 즉 평균수명은 79.6세이지만, 60세까지 산 사람은 ‘살아온 나이(60)+기대여명(22.9)= 82.9세’까지 살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10년 만에 평균수명이 5년 가까이 늘었다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20~30대 청년층은 물론 40~50대 장년층과 60~70대 노년층의 기대여명이 모두 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다 보니 완전생명표 작성 기준연령도 훨씬 높아졌다. 1997년의 완전생명표는 85세까지만 작성됐다. 그 이상은 ‘85세 이상’으로 한데 묶어 기대여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7년 생명표에서는 100세까지 기대여명이 나이별로 촘촘히 표기돼 있다. 통계청은 1997년에는 행정자료 부족 등으로 85세까지만 집계했다고 밝혔다.

기대여명 표시 연령이 높아진 것뿐이 아니다. ‘100세 이상’의 기대여명도 2.4년이나 된다. 100세까지 생존하면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여명이 평균 2년 4개월 정도 된다는 이야기다. 1997년에 ‘85세 이상’의 기대여명이 4.4년이었으니, 기대여명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만 60세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갑자(甲子)까지 살았다고 하여 환갑잔치도 하고 큰 의미를 뒀다. 그런데 지금 같은 추세대로라면 칠순이나 팔순이 돼도 ‘아직 젊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적어도 100세는 살아야 ‘살 만큼 살았다’며 축하받을 날이 머잖아 올지 모른다.

글·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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