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인터뷰를 위해 들른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김갑수 씨의 작업실 ‘줄라이홀’은 3만 장이 넘는 LP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너 개의 턴테이블과 대형 스피커도 눈에 띄었다. 김 씨는 그날 처음 만나 지인이 됐다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대 프랑스 지식인의 모임 장소인 ‘살롱’이 이러했을까. ‘인문학 열전’ 진행자인 김 씨의 편안한 진행 노하우는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과 인문학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제 삶의 일부나 다름없어요. 방송도 똑같아요. 어느 분야의 어떤 거장이 나와도, 그분이 하는 말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들다 보면 어느 순간 제 관심사가 되죠. 발동되기 시작한 제 지적 호기심이 출연자에게 영향을 주고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제 스스로 너무 재미있어요. 이렇게 제가 재미있으면 시청자도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인문학 열전’은 시류를 타는 사회적 이슈보다는 문화적 자양분인 인문학을 깊이 있게 다뤄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평생 한 우물만 판 인문학 거장들을 초대해 제대로 심층 대담을 해보자는 것.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던 김 씨는 거장들과 인문학 대담을 할 만한 적임자로 꼽혔고, 첫 회부터 진행을 맡았다.
“처음엔 출연자와 토론하는 스타일로 진행하고자 했어요. 제가 가진 지식으로도 그들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곧바로 ‘고작 책 몇 권 읽고 다 안다’고 믿었던 제 자신이 얼마나 교만했는지 깨달았어요. 또 인문학의 폭과 깊이가 헤아릴 수 없이 광범위하다는 진실을 접하게 됐죠. 지금은 방송 때마다 매번 많이 배우고 깨닫고 있어요.”

‘인문학 열전’은 1월 28일 현재 34회를 맞았고 모두 35명의 인문학 거장들이 출연했다. 김 씨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분석심리학의 대가인 이부영 교수, 전문 저술가 남경태 씨,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 실존주의 철학자인 이기상 교수 등을 꼽았다.
“이부영 교수 편에선 ‘마음 속 그림자’라는 주제를 다뤘어요. 그런데 방송하는 내내 제가 상담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모든 이야기가 다 제 문제인 것 같았거든요. 즐거운 경험이었죠. 주로 역사와 철학에 대한 책을 쓰는 남경태 씨의 경우 ‘말꾼’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어요.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은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역사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고요. 최근에 만난 이기상 교수도 제게 엄청난 지적 충격을 줬습니다. 제가 실존주의 철학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웃음), 이번 기회에 완전히 다시 정리하게 됐죠.”
‘인문학 열전’이 출연자와의 대담 형식인 데다 인문학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자칫 내용이 어렵거나 지루해질 염려도 있다. 김 씨는 “그럴수록 더욱 본질에 몰두한다”고 강조했다. 즉 출연자의 말투나 옷차림과 같이 비본질적인 것에서 재미를 찾는 것보다는 거장들이 스스로 신이 나서 이야기하고, 그 에너지가 시청자에게 전달되도록 이끄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김 씨는 ‘인문학 열전’을 진행하면서 ‘여유롭게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그의 소망은 그 성찰을 깊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너무 드라마틱하게 살았고, 그래야만 살아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달라졌고, ‘인문학 열전’을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지은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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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