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부가 우리 음식을 세계 5대 음식의 하나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한식 세계화 추진단을 꾸리고 국제 심포지엄을 여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까지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길 만큼 추진력도 갖췄다. 거의 매일 한식 세계화 관련 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 음식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것일까?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떡볶이 연구소에 1백40억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잘못된 방향이다. 떡볶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떡볶이 연구에 1백4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쏟아 붓는 일이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의 하나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전략으로 적절한 것일까? 어떻게 떡볶이가 한식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서양 사람들은 끈적끈적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세계화하려는 한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떡볶이인가, 갈비인가, 김치와 고추장인가? 사찰 음식인가, 궁중 요리인가? 아니면 한국의 식사 예절인가?
이를 바탕으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한식을 세계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돈을 버는 게 목적인지, 아니면 돈은 벌지 못해도 한국문화를 알리는 게 목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우선 한식 전문 교육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요리사가 없는 일류 음식문화는 없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전문가들은 스타 요리사를 키우는 일을 한식 세계화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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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코르동 블뢰(Cordon Bleu), 이탈리아의 ICIF, 일본의 츠지조 등은 자기 나라에서 요리사를 길러내는 일도 하지만 자국 음식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학교는 당연히 연구 기능을 갖게 되니, 연구소를 따로 둘 필요도 없다. 요리학교는 단순히 요리사만 키워내는 게 아니다. 코르동 블뢰와 츠지조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요리책을 펴내고 있다. 이 학교 교수들은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콘텐츠 생산 기지 역할을 한다.
요리책은 음식문화를 퍼뜨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어로 된 한식 요리책 없이 한식 세계화는 불가능하다. 해외 한국문화원에 영어판 한국 요리책이 비치돼야 한다. 출판을 포함한 미디어 전략은 해외 홍보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한식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편집자와 사진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하지만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 한식당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네 곳에 불과하다. 특급호텔이 세계화의 척도는 아니겠지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고급 한식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장소는 호텔 식당일 것이다. 한식당이 점점 사라지는 서울에서 한식당을 되살리고 지켜야 한다.
음식과 식당은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음식맛이 좋아도 그것을 접하게 되는 레스토랑의 시설이나 서비스가 허술하면 일류가 될 수 없다. 음식을 담는 그릇도 중요하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 도자기문화와 음식문화를 결합하면 좋겠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떡볶이는 절대 세계화될 수 없다.
이처럼 음식문화는 미학적, 감성적 접근이 필요한 종합예술이다. 음식문화를 세계화하는 일은 종합 엔터테인먼트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한식 세계화와 관련한 논의를 지켜보면, 글로벌시대가 요구하는 문화 수준에는 한참 뒤떨어지는 듯하다. 음식이라는 나무가 아니라 레스토랑이라는 숲을 생각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역설이지만 한식 세계화 전략은 한식 전문가들만 주도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해당 부처 간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홍보와 마케팅, 미디어 전문가들의 참여로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그들의 일상에 자리 잡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음식의 전파는 자동차나 반도체 등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다파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과제다. 그것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우리 정부가 국가 미래 전략으로 삼은 한식 세계화가 반짝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글·손일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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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