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091012호

기아 타이거즈 ‘대망의 V10’ 잔치는 시작됐다




해태 시절을 포함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1983년 첫 우승을 일군 타이거즈는 1986년부터 4년 연속 챔프에 오르는 등 최전성기를 달렸다. 1991년과 1993년 징검다리 우승에 이어 1996~97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01년 8월, ‘쇠퇴한 명가’ 해태에서 KIA로 간판을 바꿔단 지 9년 만에 다시 ‘V10’을 눈앞에 뒀다. 타이거즈는 그동안 아홉 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단 한 번의 좌절 없이 매번 우승컵을 들어올린, ‘진정한 한국시리즈 강자’다.

 


 

붙박이 톱타자 이용규가 불의의 부상으로 낙마하고 믿었던 마무리 한기주가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못해 오히려 위기를 키우면서 연이은 ‘불쇼’를 펼치는 등 지난 4월까지만 해도 KIA의 행보는 불안했다. 어쩔 수 없이 에이스 윤석민의 보직을 잠시 마무리로 돌리는 등 진통도 겪었다.
 

하지만 구톰슨, 로페즈 두 빼어난 용병 투수와 시즌 개막 전 ‘트레이드 카드’로 거론됐던 양현종 등 선발 마운드의 막강한 힘을 원동력 삼아 차츰 힘을 냈다. 불펜에선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유동훈과 손영민이 힘을 보탰다. 조범현 감독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불펜진을 최강 컨디션으로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기용’을 했고, 이는 KIA가 긴 연패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시즌 초반 한때 꼴찌까지 추락했던 KIA는 막강한 선발 마운드의 힘을 주춧돌 삼아 차곡차곡 승수를 만회하며 결국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7월 28일 후반기 시작과 함께 무서운 힘을 내더니 8월 2일 시즌 첫 4연승을 올리며 2천5백16일 만에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라섰다. 그 후 거침없는 페이스는 이어졌다. 최근 2년간 양강 체제를 형성했던 SK(21~23일), 두산(28~30일)과의 원정 3연전을 잇따라 싹쓸이하는 등 ‘찬란한 8월’을 보냈다. 8월 들어 11연승을 내달리며 KIA 창단 후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한 달간 무려 20승을 거두며 프로야구 역대 월간 최다승 신기록(기존 19승)도 새로 썼다.
 

9월 들어서도 KIA의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마지막 7게임을 모두 잡으면서 시즌 막바지 아시아 신기록인 19연승을 달리며 턱밑까지 따라붙은 ‘디펜딩 챔피언’ SK의 추격을 따돌렸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KIA 공격의 핵은 ‘C-K포’로 불리는 4번 최희섭-5번 김상현이다. 시즌 타율 0.308에 33홈런(2위), 1백 타점(3위)을 기록한 최희섭은 상대 투수들을 심리적으로 압도한다. 5, 6월 컨디션 난조로 고전했던 아픔이 후반기 대분발이라는 자극제가 됐고 빼어난 선구안과 호쾌한 타격으로 팀 타선을 이끈다. 특히 페넌트레이스 막판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그는 “한국 무대 복귀 이유였던 타이거즈 우승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시즌 전, 4강 진출을 목표로 했던 KIA가 예상을 깨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김상현의 힘이 절대적이다. 4월 중순 LG에서 트레이드된 김상현은 2000년 신인 2차 지명 6번(전체 42번)으로 해태에 입단했던 ‘타이거즈 맨’. 2002 시즌을 앞두고 LG로 이적했다 7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고, 이후 KIA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그가 가세하기 전까지 KIA는 최희섭 외에 이렇다 하게 장타를 때릴 수 있는 거포를 보유하지 못했고, 최희섭 역시 상대 견제가 집중되면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김상현의 가세는 팀의 운명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고 그는 홈런(36개), 타점(1백27개), 장타율(0.632) 등 공격 3개 부문을 석권해 사실상 정규시즌 MVP를 예약했다.
 

김상현은 특히 8월 한 달간 24경기에서 15홈런 38타점을 마크했다. 둘 모두 프로야구 역대 월간 최다 기록 타이다. 홈런은 1999년 이승엽, 타점은 1991년 장종훈이 기록했다. 김상현은 결국 이승엽과 장종훈을 합한 활약을 펼쳤고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을 한국시리즈에서 맞게 됐다. “개인 성적보다, 팀이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짐하고 있다.

 


 

조범현 감독은 꾸준히 공부하는 ‘준비된 지도자’다. KIA 사령탑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 6위에 머문 아쉬움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 2년간 첫 계약의 마지막 해. 재계약을 염두에 둔 대부분의 감독들은 눈앞의 성적에 욕심을 낸다. 첫해 성적이 6위에 머물렀다면 더 그렇다. 그러나 조 감독은 달랐다. 꼼수를 부리기보다 장기적인 팀 플랜을 중시했다. 원칙을 중시하며 욕심을 내지 않은 것이 되레 좋은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6월 이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가 왔을 때도 그는 “아직 때가 아니다”면서 무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8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지 만 2년도 되지 않아 KIA는 몰라보게 다른 팀이 됐다. 이제 KIA 선수들에겐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합리적인 성격의 조 감독은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했고, 개인보다 팀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제 KIA 선수들 중엔 팀은 졌지만 자신만 안타를 많이 때렸다고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KIA는 과거 근성으로 똘똘 뭉쳤던 해태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기엔 조 감독의 화려하지는 않으나 강한 리더십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일찌감치 합숙 훈련에 돌입, 실전 모드에서 치열한 담금질을 계속해온 조 감독은 “이제 한국시리즈에서도 우리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10월 15일. 한국 시리즈 1차전이다. ‘호랑이들’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김도헌(스포츠동아 스포츠부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