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더할 나위 없는.’ 9월 18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 시내 일원에서 개막한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는 ‘옷’ ‘맛’ ‘집’ ‘글’ ‘소리’ 등 5개 주제전의 경우 입고, 먹고, 쉬고, 배우고, 즐기는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총체적 문화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살림’과 ‘살핌’의 2개 프로젝트전에서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차별이 아닌 차이를 수용하는 디자인을 제시한다.
11월 4일까지 계속되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는 48개국 5백19명의 디자이너(국내 1백59명, 해외 3백60명)와 3백76개 기업이 참여해 1천9백51개 디자인 작품을 볼 수 있다. 올해 비엔날레의 특색은 전시의 출발점을 ‘우리 것’에 두었으며, 전시대상 콘텐츠를 대량생산 소비재에 국한시키지 않음으로써 디자인전의 획일성에서 탈피하려고 시도한 점이다. 또한 음식과 소리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조명한 색다른 전시도 포함돼 있다.
은병수 총감독은 “한국의 우수한 문화원형과 현대 디자인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며 “세계 문화와 산업, 그리고 예술과 디자인계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두 차례의 행사가 디자인비엔날레의 존재를 각인시켰다면 이제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때라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5개 주제전에서는 한국 문화원형을 어떻게 세계에서 통하는 디자인으로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엿보인다. 우리 의생활문화 속에 나타난 디자인적 가치를 조명한 ‘옷’ 전시에는 다양한 한복 차림의 인형 1천개가 바닥에 놓여 있다. 저고리의 무한 변신을 보여주는 설치작업이다. 아울러 이탈리아 프리울리 모자이크 전문학교에 한국의 조각보와 문 창살 등을 모티프로 제시한 뒤 그들의 시각과 기법으로 재창조해낸 작품을 선보인 코너도 눈길을 끈다.
‘글’ 주제전은 ‘한글 디자이너 이도’를 집중 조명한다. 이도는 세계에서 가장 실용적인 글자 중 하나로 꼽히는 한글을 만들어낸 세종대왕의 이름. ‘쓰기 쉽고,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한글 창제원리야말로 현대 디자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일치한다는 점을 깨우쳐준다.
‘맛’에서는 밥, 떡, 식기 등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식생활문화를, ‘소리’에서는 우리의 전통악기와 다양한 음향기기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주제전은 ‘집’. 담양 소쇄원에 대한 자료를 제공받은 국내외 디자이너와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창의적 발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40여 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기아자동차 디자인총괄 부사장)는 소쇄원을 대나무와 콘크리트를 활용한 휴식공간으로 표현했다. 관람객과 소통하는 작품도 많다. 사람들은 한국 전통가옥에서 한 칸으로 일컫는 크기(2×2×2미터) 안에 압축해놓은 작품 속에 직접 들어가 명상하거나 쉴 수도 있는 작품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환경과 소외계층을 생각하는 ‘살림’과 ‘살핌’ 프로젝트는 ‘느낄 거리’와 ‘생각할 거리’에 방점을 둔 행사다. ‘살림’에서는 우리가 마구잡이로 버리는 물건들을 늘어놓거나 뜨개질로 만든 수세미를 설치작업으로 전시해 다시 쓰고 고쳐 쓰는 물자절약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또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고민한 ‘살핌’에서는 ‘배려의 디자인’과 만나게 된다.
상업적 성격과 분리되기 힘든 디자인 분야는 오랜 시간 서구의 것을 답습하고 받아들여왔지만 이번 비엔날레는 우리의 문화원형과 생활 속 디자인에 주목해 차별화된 전시를 펼쳐낸다. 그런 만큼 비엔날레는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나지만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자각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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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