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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 여행>



 

수평선까지 뻗어 있는 바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산, 너른 들판을 담은 섬은 대자연의 축소판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바지런한 모습은 하루도 빠짐없이 오가는 물때(조류)를 닮았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섬에 가면 고단하지만 평온한 삶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섬을 찾는다. 섬에서 잊었던 삶의 감사함을 깨닫고 버렸던 삶의 열정도 되찾는다. 남도에 있는 섬 서른세 곳의 이야기를 풀어낸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 여행>의 저자 김준(47) 씨 역시 이런 이유로 처음 섬과 연을 맺었다. 어촌을 주제로 한 논문을 준비하며 여러 섬을 드나들다가 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그는 주말과 휴일마다 전국의 섬들을 찾아 헤맸다. 그게 벌써 17년째다. 그가 다녀온 섬들만 해도 1백50군데가 넘는다.
 

그중에서 자연과 섬사람들의 생활이 잘 보존돼 있는 남도의 섬 소안도, 홍도 등 서른세 곳에서 겪었던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놨다. 이 섬 저 섬 ‘제 집 드나들듯’ 발품 팔아가면서 들었던 섬마을 사람들의 질퍽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는 다른 여행서와 달리 섬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와 뱃삯, 여객선 시간표 같은 여행정보가 담겨 있지 않다. 대신 섬의 역사와 전설, 섬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등 섬에 관한 하나부터 열까지를 세세하게 전해준다. 섬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치 그 섬이 왠지 어렸을 적 한 번쯤 놀러 갔던 곳처럼 정겹게 느껴질 정도다.

 


 

저자는 찾아가본 섬 가운데 소안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물때, 갯것 등 섬사람들이 쓰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서른 살의 그가 소안도에서 만난 섬사람들을 통해 섬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됐던 것이다. 항일운동의 근거지로 알려질 만큼 용맹했던 섬사람들의 이야기, 개(바다)를 막아 숭어와 낙지 등을 잡는 개매기(고기잡이) 체험은 그에게 섬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려준 첫 만남이었다.
 

홍도도 그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섬이다.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홍도는 태풍이 한번 오면 뱃길이 최소한 사흘은 끊긴다. 태풍이 오기 전 남자들이 모두 배를 몰고 근처 흑산도로 대피하기 때문이다. 마침 저자가 홍도에 갔을 때 태풍이 불어 관광객과 남자들은 모두 흑산도로 떠났다. 그러나 그는 여자들만 있는 섬에 남아 여행을 계속했다며 홍도 안에서 ‘청일점’이 됐던 재미있는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섬인 청산도와 증도, 1960년대 프로레슬러 김일 덕에 전기가 들어와 김 양식을 하게 됐다는 거금도 등도 가는 길은 멀고 힘들지만 막상 섬에 도착하면 섬의 아름다움과 몰랐던 옛 이야기에 빠져버린다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에서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앞으로도 자신이 만나왔던 섬에 관한 책들을 낼 계획이다. 그런 그에게 과연 섬은 무엇이냐고 묻자 단번에 ‘섬은 삶이다’란 대답을 내놓았다.
 

“젊은 시절을 섬에 미쳐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제 인생에서 섬을 빼놓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할 때 가장 포근한 마음이 듭니다.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삶을 마주한다는 자세로 떠나기 때문이죠. 남도의 섬과 바다에 씨줄과 날줄로 얽힌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떨까.”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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