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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누나 여기 장수풍뎅이다.”, “아이∼ 징그러워. 수철아 잡아줘.”, “나도 무서워. 이게 내 손으로 올라오네. 잉잉∼” 아이들은 곤충체험온실에서 각종 곤충을 보거나 만지고는 이내 울음을 터뜨리거나 줄행랑을 치고 만다. 대구에서 예천 곤충생태체험관을 찾은 수민(도원초 4학년), 수철(도원초 2학년)이는 정신이 없다. 특히 ‘파브르’ 같은 곤충학자가 꿈인 수민이는 이것저것 보고 조그만 노트에 뭔가를 적기도 한다.

체험관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아버지 김석현(39·대구 달서)씨가 “뭐가 제일 재미있었니?” 라고 묻자 “1층에서 영화 볼 때요”라고 답하는 수철. 3D영화라서 곤충들이 날아오르거나 뿔을 휘두를 때 비명을 지르더니 역시 제일 재미있다고 대답한다.

“저는요, 벌통에 손을 직접 넣고 벌을 잡을 때가 제일 신기했어요. 벌은 항상 침을 쏜다고 생각했는데 호박 수벌은 침이 없다는 걸 새롭게 배웠어요. 아빠, 곤충들의 세계는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제법 어른스럽게 말하는 수민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겨울의 중턱에 김씨 가족은 경북 예천의 곤충생태체험관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차에서 곤충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다.


블루오션 곤충산업 메카로 성장
수도권뿐 아니라 이젠 지방에서도 곤충 보기가 힘들다. 나비, 벌, 잠자리는 물론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거의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생명체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 ‘곤충 산업’이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낸 곳은 국내 첫 곤충전문 엑스포를 연 ‘경북 예천군’이다. 경북도립 경도대학이 분석한 엑스포 평가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곤충엑스포에 61만2375명의 관람객이 입장해 입장료 수입만 22억 원을 올린 것을 비롯해 751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4만9000여 명, 재정자립도 11.9%에 불과한 작은 군이 역사상 최대 규모로 감행한 행사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예천군의 성공 비결은 표본과 사진 일색이던 기존 곤충 전시에서 탈피해 곤충 관련 생태관과 놀이관, 산업관, 체험관 등을 갖춤으로써 재미와 학습, 즉 아이와 부모를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데 있다. 책에서만 보고 배웠던 알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는 곤충의 한살이를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장수풍뎅이 하늘소 사슴벌레 나비 사마귀 등 각종 곤충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생태학습장으로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다.
경북 예천이 곤충바이오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동력은 산업곤충연구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에 불고 있는 곤충산업의 열풍
10여 년 전부터 곤충산업에 눈을 뜬 예천군은 1997년 전국 최초로 ‘산업곤충연구소’를 만들어 곤충의 산업화에 도전했다. 1998년 사과나 배의 수정용 벌인 ‘머리뿔 가위벌’을 농가에 공급한 데 이어 2004년에는 오이나 수박 등 특수작물의 수정벌인 호박벌을 생산·공급했다. 연간 7만 톤 정도 소비하는 이들 수정용 벌 가운데 3만 톤을 예천 산업곤충연구소가 공급하고 있다. 가위벌은 1마리에 100원, 호박벌은 한 통(150∼200마리) 당 8만 원이다.

최경(31) 산업곤충연구소 연구사는 “한 통에 30만 원이 넘는 수입 호박벌의 수입대체효과만 연간 20억 원 이상”이라며 “예쁘고 맛있는 과실을 맺게 도와줘 농가 소득 증대 등 보이지 않는 이익도 많다”고 설명했다. 매개곤충뿐 아니라 유일하게 약용으로 쓰이고 있는 ‘흰점박이꽃무지’의 양식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예천군 오진환 계장은 “김수남 예천군수가 첫 취임한 1998년 당시 폐교 터에 산업곤충연구소를 열어 꽃가루매개곤충 보급사업을 벌이는 등 곤충을 농업과 연계한 후 차근차근 곤충산업을 육성해온 게 성공 비결”이라며 “블루오션이라고 불리는 곤충산업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말한다.

곤충산업에 일찌 감치 눈을 뜬 지자체로 전남 함평군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 5월 일찌감치 첫 나비축제를 연 이래 올해로 9회째 행사를 성황리에 치러낸 국내 대표적 곤충도시인 함평. 당초 친환경농업 지역임을 알리려고 기획한 것은 유채꽃축제. 하지만 1998년 취임한 이석형 군수는 지역발전을 위한 농촌 어메니티(Amenity:쾌적한 환경과 지역의 독특한 정서적 자원을 개발해 주민 삶의 질 향상과 관광수요를 창출하는 개념) 자원 개발에 나서면서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유채꽃축제를 나비축제로 바꿨다. 이는 곧 ‘함평=나비’라는 인식을 전국에 심는 계기가 됐다.

연간 2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던 관광객은 올해 제9회 나비축제 때만 154만 명으로 늘어 인구 3만8000여 명에 1차 산업 비중 66%, 재정자립도 11.1%에 불과한 함평군을 생태관광 명소로 바꿔놓았다. 그동안 축제로 거둬들인 관광수입만 843억 원에 이른다. 또 무형의 ‘함평 나비축제’란 브랜드와 높아진 지역 인지도 등을 합치면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 셈이다.

충남 부여군 또한 지난 8월 28일 국내 최대 곤충체험마을인 ‘부여곤충나라’를 만들었다. 부여군이 농림부에 공모사업을 신청해 국비와 지방비 등 70억 원을 지원받아 반산저수지 일대에 곤충체험시설과 사육시설에서 직접 만져보고 구입까지 할 수 있는 사계절 곤충나라를 세웠다.

이 밖에 전북 무주군과 경북 영양군이 대표적 생태환경지표 곤충인 반딧불을 활용한 청정 이미지를 선전하고 있고 전남 구례군도 잠자리의 상품화를 모색하는 등 많은 지자체가 곤충산업이란 블루오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김수남 예천군수

“새로운 도전만이 농촌 살립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새로운 도전만이 농촌을 살립니다”
곤충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김수남(65) 경상북도 예천군수의 첫마디다. 인구 4만9000여 명에 불과한 예천군에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전국 규모의 엑스포를 연다는 것은 군수 직함을 내놓을 수 있는 커다란 모험이었다. 그는 “88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크게 발전했다. 예천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전국에 예천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행사가 필요하다”며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일을 추진했다.

그가 당한 갖은 어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는가. 김 군수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학교 등을 대상으로 곤충엑스포를 발로 뛰며 홍보했다. 행사에 필요한 비용 150억 원 가운데 70%가량을 중앙정부와 경북도에서 확보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공사 감독, 행사 진행, 엑스포의 주제 등 그가 감당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여있었다. 급기야는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기까지 했지만 그 누구도, 어떤 어려움도 그의 ‘신념’을 꺾을 수 없었다.

그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예천을 ‘곤충스토리’특구로 재정경제부에 신청했다. 예천군 상리면 일대 330만㎡에 이르는 산과 계곡 전체를 ‘곤충생태원’으로 꾸미는 것이다. 누구나 산을 걷고 계곡에 발을 담그며 곤충과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친환경 특구이다. 곤충스토리 특구는 예천의 미래라고 한다.

김 군수는 “광활한 사막도 관광자원이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도 전 세계인들에게 생태의 보고, 자연스럽게 곤충을 만날 수 있는 도시로 자리 잡는다면 21세기 예천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또한 예천군은 종봉(種蜂) 기술이 앞선 중국 지린(吉林)성과의 협약을 시작으로 곤충의 산업화를 적극 펼치고 있다.
김수남 군수는 “농업과 산업에 도움을 주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곤충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며 “ ‘곤충 하면 예천’이 되도록 예천의 미래를 열어 나갈 각오”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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