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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서매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멜론 수확으로 바삐 손길을 놀리던 김민자(65) 할머니가 막 따낸 멜론을 한 쪽 건넨다. 코끝에 스미는 향이 그만이다. 한 입 베어 물자 과즙이 뚝뚝 떨어진다. 서울에서 맛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역시 바로 따 먹으니 이렇게 맛있구나.’ 이런 생각이 스칠 즈음 “근디 아직은 맛이 덜 허당께. 원래 멜론은 말이여. 수확하고 한 열흘 정도 지나야 맛이 최곤디”라고 하대호(40) 씨가 옆에서 거든다. “아니 그런데도 제가 서울에서 맛보던 것보다 훨씬 맛이 좋은데요”라고 하자 그는 “이것이 바로 명품 멜론이지라”라며 껄껄 웃는다.

지구촌 전방위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세로 여겨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파고(波高)를 넘으려면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주먹구구식의 농사로 내수시장만을 고집하며 값싼 중국산이나 미국의 농산물과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일.
그래서 ‘멜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말 농림부는 멜론을 수출유망 30대 상품으로 선정해 적극 지원을 기약하고 나섰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고부가가치 농작물이 바로 멜론
멜론은 어떻게 만들고 얼마나 맛있는가, 즉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싸게는 한 개에 3000원부터 최고가는 몇 백만 원에 이르는 멜론까지 있다. 멜론으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 마을에선 개당 100만 엔(약 800만원)이나 하는 멜론도 팔린다. 일본에선 보통 맛 좋은 멜론의 가격이 몇 백만 원이다. 그래서 우리 멜론도 명품으로 만들면 그만큼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통 개당 3000원에서 5000원 정도 하는 멜론을 3만 원 정도에만 수출을 한다면 농가 소득이 10배 이상 올라간다는 희망을 남원 농민들은 갖고 있다. 그래서 남원에는 지난해 ‘멜론 수출작목반’이 만들어졌다. 내수 시장뿐 아니라 일본이나 선진국 수출을 위해 멜론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20년 넘게 멜론을 생산하고 있는 나주, 곡성, 청원 등 농민들 생각은 '내수' 멜론에 길들여져 있어요. 하지만 우리 남원은 멜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출’이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오히려 수월하답니다. 첫 발을 잘 떼는 셈이지요”라고 남원시청 박용섭(51) 축산과장은 말한다. 이제 국내 농가들을 내수판로를 위한 ‘우물 안’ 라이벌로 삼을 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상품생산을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지난해 남원지역 51개 멜론 농가가 힘을 모았다. 30∼50대의 젊은 농민들을 주축으로 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꾸린 멜론 수출작목반은 지난해 12월부터 일본의 멜론 전문가를 매달 초청해 기술을 전수받은 것은 물론이고 일본에서 멜론 재배기술이 가장 발전한 유바리 지역의 농가를 세 차례나 찾아가 선진 기술을 보고 익혔다. 이렇게 오래 공부를 하고 만든 첫 작품이 올 6월 출하되기 시작했다.

“아직 멀었어요. 일본을 주름잡는다는 꿈에 비하면요. 그러나 이젠 첫 걸음을 뗀 것인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멜론들이 나와서 기뻐요”라며 하완호(47) 수출작목반 회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아직 비닐하우스 시설투자는 못하고 간단하게 일본의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봉지 씌우기’, ‘U형 봉 설치’ 등 기본적인 개선책만으로도 뜻밖에 실하고 당도가 높은 멜론을 생산했다고 한다. 내년에 비닐하우스에 대한 투자까지 더해진다면 올해보다 훨씬 좋은 품질의 멜론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작목반원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정부와 시청의 지원도 한 몫
남원시는 멜론을 앞으로 10년 안에 지역대표 농산물로 집중 육성키로 하고 ‘수출 멜론 명품화 육성계획’을 짰다. 일본시장 석권에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현재 38ha 규모인 멜론 재배면적을 2016년까지 400ha로 크게 늘릴 생각이다. 또한 고품질 멜론 생산을 위해 유기농법을 전면 실시하고 농가를 대상으로 전문 재배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생산된 멜론은 남원 원예농협의 산지유통센터를 통한 공동선별과 공동출하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애쓰고 있다.

또 선진기술 접목을 통해 현재 개당 3000원 안팎인 멜론의 가격을 3만∼5만 원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간 400여 톤의 최고급 멜론을 골라 일본 시장에 수출해 멜론 산업을 남원의 원동력으로 만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올해 남원시는 6억7000만 원을 수출작목반에 지원했으며 내년에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격리상 재배’(땅에 직접 심는 것이 아니고 마치 화분 같은 곳에 심어 양분과 수분을 조절할 수 있는 선진 재배기술)가 가능하도록 비닐하우스를 대대적으로 고쳐 ‘명품 멜론’을 생산할 예정이다. 앞으로 5∼6년 뒤에는 남원 명품 멜론을 연간 1100톤 생산해 약 2700억 원의 농가소득을 올릴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또한 농림부 수출 T/F팀은 국내 멜론도 품질만 고급화하면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품질뿐 아니라 생산시설 및 수출단지 구축, 유통 체계화 등의 선진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멜론 수출전담연구팀은 21명의 연구 및 기술지원진에서 고품질·신품종 육성,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위한 영양·수분 및 토양관리기술, 생산비 절감을 위한 ‘무가온(無加溫)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등 멜론의 수출 경쟁력을 한층 높이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도 따가운 햇볕 속에서 멜론과 씨름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남원에 FTA가 가져다주는 희망이 넘실대기를 기대한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멜론 명품화 주역 - 박용섭 축산과장


농촌 살길은 특화된 고급 농산품 생산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한·미FTA만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경쟁력 있는 우리 농산품이 없다는 게 큰 일이라는 생각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농업 지원정책의 실무를 맡은 박용섭 축산과장은 이렇게 운을 뗀다. 그래서 그가 눈을 돌린 것이 바로 멜론이다. 6년 전 일본의 재래시장을 구경하던 중 하나에 12만 엔(당시 100만 원)이 넘는 멜론이 팔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작 개당 500엔을 넘지 못하는 우리 멜론의 200배가 넘는 가격 때문이다. 그 때부터 그의 머릿속은 온통 멜론으로 꽉 찼다. 남원의 멜론 명품화 계획도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세차게 밀려오는 개방의 물결 앞에서 특화된 고급 농산품을 생산해야만 우리 농촌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면서 “나의 남은 공직 생활을 모두 명품 멜론 생산에 바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여기에다 그는 얼마 전 남원의 포도 160톤을 미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남원의 농산물을 여러 경로를 통해 수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금 농촌에는 얼마의 ‘돈’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박 과장처럼 ‘농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선구자가 절실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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