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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해동성왕(海東聖王) 대조영이 설악산 끝자락에 발해를 다시 세웠다?’
2006년 11월의 일이다. 926년 거란족에게 무너진 지 1080년 만이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설악산과 동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강원도 속초에 1300년 전 번성했던 발해의 역사가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의 야외 세트장인 씨네라마 (www.seorakcinerama.co.kr)로 새롭게 태어났다.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하루 평균 3000명, 주말이면 7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씨네라마를 찾아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조영과 발해의 숨결을 한껏 느끼고 있다.

한반도와 중국을 지배하며 우리 민족의 기상을 드높였던 고구려. 화려한 명성은 내부의 분열로 금가기 시작해 668년 나당(羅唐)연합군의 공격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하지만 대조영이 해동성국 발해를 세우며 찬란했던 고구려의 맥을 이었다.

강원도 속초와 고성군 일대 2만 7000여 평에 지어진 씨네라마에는  옛 고구려와 당나라 시대의 건축물 등 120여 동이 빼곡히 들어섰다. 당나라의 황궁, 고구려 민가, 실물 크기의 광개토대왕비 등 다양한 건축물로 우리를 ‘발해’ 시대로 이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씨네라마는 6개월 만에 3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을 불러 모았다. 설악산과 동해 바다라는 자연적인 관광 자원밖에 없던 속초·설악권에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으며 금강산 관광으로 뒷전에  밀려났던 지역 관광에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역사 ‘대조영’ 세트장
“빨리 와보세요. 아빠 여기가 대조영이 거인하고 결투를 벌였던 곳이에요.”“그렇구나. 아빠도 생각난다. 대조영이 간신히 이겼지. 발해는 고구려의 역사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야. 소인이도 학교에서 배웠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소인(11)이는 아빠랑 대조영과 발해 역사에 대해 끊이지 않고 조잘거린다.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해 오전에 이곳을 찾았다는 김선태(40·경기도 고양시) 씨도 오랜만에 딸아이와 갖는 즐거운 시간에 흠뻑 빠졌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재미를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어 1석2조 여행지이지요.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 숨쉬는 우리 역사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이야기한다.

“여보, 내가 좋아하는 미모사가 있던 취성루네. 우리, 미모사가 입던 옷을 입고 사진을 한번 찍어 보자”라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옷을 입는 이기원(39·경기 성남시 분당) 씨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드라마 대조영의 주인공이 된 양 표정 가득히 기쁨이 묻어난다.

설악 씨네라마 입구에서부터 고구려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보내는 듯 거대한 광개토대왕비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 있는 실물과 똑같이 만들었다. 입구로 들어서면 휘날리는 삼족오(三足烏) 깃발과 거대한 성문, 성곽이 나타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금강굴과 울산바위, 공룡능선, 연녹색 옷으로 갈아입은 대청봉 등 아름다운 외설악 풍경과, 발해 역사의 어울림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고구려 군인들의 검표를 받고 들어선 성 안에는 고구려 거리가 나타난다. 고구려의 뛰어난 건축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관아와 민가들, 그리고 멸망한 고구려의 부흥을 꾀하던 고구려 부흥 운동지 등 역사적 고증을 거친 세트가 이어진다. 마치 우리의 선조들이 방문을 열고 “어디서 왔는가?”라고 반겨줄 것처럼 사실적으로 만들었다. 고구려 민가를 지나면 당나라 황궁이 나타난다. 18m 높이의 당나라 황궁은 붉은 색으로 칠해져 보는 이를 압도한다. 또한 중국 4대 정원의 하나인 졸정원(拙政園)을 모델로 한 측전무후 후원은 마치 무릉도원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당나라 전통주거지인 사합원, 조그만 배가 떠다니는 당나라 저잣거리 등 중국의 유적지에 온 듯하다. 운이 좋으면 대조영 촬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씨네라마의 곳곳을 돌아보면 하루해가 짧다고 느껴진다.
“둥둥∼ 둥, 얼쑤” 북소리와 사람들의 추임새가 들려온다. “엄마, 무슨 소리야? 빨리 가보자”  북소리가 들려오는 당나라 황궁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든다. 경쾌한 리듬의 난타 공연이 시작되었다. 젊은이들의 신나는 몸짓과 힘이 넘쳐나는 북소리가 어우러져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아니 무슨 세트장에 공연을 하나’ 생각하기 쉽지만 설악 씨네라마에는 늘 재미난 공연과 이벤트가 기다린다.






테마파크를 능가하는 재미와 체험
전국에 40개가 넘는 드라마 야외 촬영장이 있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촬영장도 생명을 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씨네라마는 기획 단계부터 일회적이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고 매일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남사당패 공연,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한 줄타기 공연, 페이스페인팅, 난타 공연, 전통 민속놀이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눈으로만 보는 곳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오감만족 촬영장이라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설악 씨네라마 여창호 팀장은 “드라마만을 위한 촬영장이라기보다 관람객을 위한 야외 세트장이란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시간마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재미난 이벤트로, 눈이 아니라 몸으로 즐기는 씨네라마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도 고구려 저잣거리에서 국밥, 파전 등 먹을거리를 팔고 있지만 당나라 황궁, 고구려 민가 등도 약간 손질을 해 민박 시설로 활용하는 등 설악권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원권 관광의 새로운 활력소
1990년대를 정점으로 설악권의 관광은 감소세를 보였다. 환경문제로 새로운 리조트가 들어설 공간이 없어졌으며 수도권에 새로운 놀이시설이 마련되는 등 더 이상 멀리 강원도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설악산, 척산 온천, 푸른 동해바다만으로 대한민국 관광의 메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또한 북한의 금강산 관광이라는 펀치(?)로 그야말로 설악산은 피서철이나 단풍철에 반짝하는 관광지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서 씨네라마가 더욱 중요해졌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드라마 대조영의 인기에 힘입어 씨네라마는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보는 설악권 관광의 새로운 콘텐츠로 쉽게 자리 잡았다.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철에 문을 열었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더니 올 봄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면서 관람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6개월 만에 3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입장했고 주말이면 평균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발해를 가슴에 품고 돌아간다.

노화숙 속초시 관광홍보계장은 “씨네라마는 낡은 것으로 인식됐던 속초에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85% 이상이 지역주민이 아닌 일반 관람객으로, 지역 경기 활성화와 관광수요 창출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각종 축제에 설악 씨네라마를 더해 새로운 관광 상품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속초와 설악산에 씨네라마라는 날개가 달려 제2의  관광 부흥기를 맞이한 것이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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