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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두릅은 나물이 아니고 하늘이 내린 보약이랑께. 자 하나 잡숴.”

계절의 여왕 5월, 천하를 울긋불긋 물들인 형형색색의 꽃보다 더 반가운 것이 바로 양지바른 둔덕을 파랗게 수놓고 있는 각종 봄나물이다. 입맛을 돌려줄 뿐 아니라 봄의 성장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어 영양도 가득하다.

이렇게 우리 땅에서 자란 나물들을 FTA 체결로 수입되는 값싼 농산물과 비교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정부의 도움과 마을의 노력 등으로 특화된 나물을 주로 키우는 마을들이 많이 생겨나 우리의 농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 중에서 봄나물의 지존, 아니 제왕이라는 ‘두릅’을 만나러 지리산 끝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한 전남 구례군 신동면 신학리의 하신마을을 찾았다.

하신마을 허경순(62) 이장을 만나자마자 따라 나섰다.
“닐리리야∼,닐리리야∼니나노…. ” 웬 노랫가락일까. 영화 마파도’의 한 장면이 떠오를 즈음 시야가 탁 트이며 나무숲 사이로  커다란 밭이 나타난다. 두꺼운 장갑을 낀 할머니들이 연신 노래를 해대며 가느다란 나무를 홱 하고 잡아채더니 무엇인가를 툭툭 꺾고 또 꺾는다. 그리곤 허리에 찬 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는다.

“무슨 냄새가 안나요?”라고 허 이장은 자못 진지하게 묻는다. “산중에 냄새는 무슨…” 하고 코를 킁킁거리자 알싸한 향기가 온몸에 가득해진다. “이게 바로 두릅 냄새요. 할머니들이 따고 있는 것이 두릅이고”라고 설명한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았다. 두릅이 갈색의 여린 나무 끝에 싱그러운 초록의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다.

두릅이 너무 예뻐 살짝 손을 대보았다. “어이 기둘려. 맨손으로 만졌다간 다치기 십상이여”라고 말리는 정순이(67) 할머니. 정말 자세히 보니 나무는 가시덩어리였다.

두릅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하신마을처럼 두릅나무의 새순을 딴 ‘참두릅’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도활’이란 한약재의 순을 식용으로 재배한 ‘땅두릅’이다. 맛은 비슷하지만 나무의 새순이 훨씬 담백하고 씹히는 감이 좋아 밥상에 흔히 오르는 두릅은 대부분 참두릅이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나물이 아니라 신이 내리는 선물”
“FTA? 그것이 뭐야. 난 잘 몰러. 알고 싶지도 않고. 우린 나물이나 잘 키워 팔며 되지. 우리 것이 우리 몸에 최고여.”

김순이(67) 할머니 말에 “외국에서 들어온 수입 나물들이 어떻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겠어요?”라고 받아치자 “글제, 글제” 감탄사가 이어졌다. 하신마을에서는 두릅을 하우스에서 재배하지 않고 지리산 자락에 심는다고 한다. 그 다음은 하늘이 알아서 키워준다. 흔한 농약 한번 칠 필요가 없다. 또 재배라고 하지만 인간의 손길이 가지 않아서 그냥 산에서 나는 자연산에 비해 맛과 영양의 차이가 없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먹을거리가 바로 두릅이다. 배수가 잘 되고 일교차가 클 뿐 아니라 땅의 토양이 좋아서 하신마을은 주 작목을 두릅으로 바꾼 지 4년째이다. “원래 나가 어렸을 땐 죽세공으로 마을이 먹고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오이하우스, 밤을 거쳤다가 두릅을 하기 시작했어”라고 허 이장은 거들었다.

지난해부터 구례군에서도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두릅을 처음 재배하는 농가에는 묘목, 퇴비 등 사업비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하신마을의 농가 세 군데에서  1000만 원 정도 지원받을 예정이다. 구례군에서는 두릅을 고로쇠 수액과 함께 지역의 대표 먹을거리로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처음 하신마을에서 두릅을 길렀다는 허갑조(68) 할아버지는 “밭 100평에 두릅 10㎏ 정도 나오니까 별로 양이 많지 않어”라면서도 “그만큼 귀하니 돈벌이에도 짭짤한 편이랑께”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춘궁기인 4∼5월에 우리가 뭐 해서 돈을 만질 수 있당가. 그래서 두릅이 효자는 효자여”라고 활짝 웃는다.

앞으로 구례군의 체계적인 지원에 힘입어 하신마을은 온통 두릅마을로 변신할 예정이다. 아직 두릅을 재배하지 않는 농가들도 내년엔 모두 참가해 명실상부한 전남의 대표 두릅마을로 변한다. 야산의 대나무 숲을 전부 없애고 온 마을에 두릅을 심는다고 한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묘목·퇴비 등 사업비의 80% 지원
봄엔 활동량이 늘어나고 에너지 소모가 급격히 이루어지므로 우리에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고 그 중에서도 비타민 소모량은 겨울보다 3∼10배 증가한다. 제때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채워주지 않으면 뇌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뇌가 피곤해지면 몸도 쉬 피곤해지게 마련이다.

바로 봄의 영양 결핍으로 오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엔 봄나물이 ‘약’이다. 제철 나물이 머금고 있는 영양분은 바로 그 계절,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영양분이다. 봄에 나는 대부분의 산나물은 소화를 도와 위와 장(腸)을 튼튼하게 한다.

또한 간에 쌓인 독소를 풀어내는 효능이 있고 피와 정신을 맑게 한다. 냉이, 달래, 쑥, 원추리, 들나물 등 숱한 봄나물이 있지만 지존은 ‘두릅’이다. 두릅엔 단백질이 많고 지방·당질·섬유질·인·칼슘·철분·비타민(B1·B2·C)과 사포닌 등이 갖가지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당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해준다.

두릅은 흔히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씹히는 맛과 향에 나른했던 몸이 활기를 얻는다. 기름에 튀기거나 고기와 함께 꼬치에 꿰어 구워도 그만이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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