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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숏다리가 맛은 젤이여.”
햇살이 쪽빛 바다를 적셔 들어갈 무렵인 3월 29일 오전 7시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김의환(60) 씨와 아들 동식(31)씨는 1톤급 배에 올랐다. 차가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20여 분 물살을 갈랐다.

그리곤 동백정 앞바다에서 갑자기 엔진을 껐다. 부표 수십 개 가운데 하나를 끌어당기니 주꾸미 아닌 고둥이 줄줄이 로프에 매달려 올라 왔다. 주꾸미만 40여 년 잡았다는 김 선장은 10분쯤 지나자 갈고리를 고둥 안으로 집어넣더니 ‘휙’ 하고 배 바닥에 무언가 집어던진다. 바로 주꾸미다. 신기하게도 빈 껍데기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다시 로프를 바다에 던져 놓는다. 사나흘 뒤 다시 건져 올릴 것이다. 더 오래 바다에 넣어놓으면 ‘뻘’에 묻히기 일쑤인 데다 주꾸미가 알을 낳고 가버려 사나흘이 적당하단다. 주꾸미가 고둥 껍데기에 들어가는 것은 알을 낳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즈음 잡히는 주꾸미는 알배기다.

“이런 채취방식을 ‘소라방’이라고 불러. 내가 어렸을 때부터 주꾸미는 이렇게 잡았어. 새끼줄에 이렇게 고둥 껍데기를 매달아 바다에 넣어 두곤 했지.”

고둥 껍데기는 1m 간격으로 매다는데, 보통 5000개 많으면 1만 개여서 로프 길이만 5㎞ 이상이나 된다. 당기던 줄을 바다에 다시 넣고는 “동식아 저쪽으로 가자. ‘물’을 본 지 얼마 안돼 여기는 없다”란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조용히 배를 몰았다.
해가 머리 위로 솟구쳤을 즈음 어구를 챙기고 어부 부자는 공판장으로 향한다. 점심 때 넘겨야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있어서다. 시세는 보통 1㎏(8마리 정도)에 1만2000원 안팎이다.





봄 주꾸미 이곳이 으뜸 … 지금이 제철
주꾸미 잡이가 한창인 서천 앞바다의 동백정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동백 군락지로, 설설 끓는 물에 연분홍빛으로 익어가는 주꾸미와 어우러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문어, 낙지, 주꾸미의 공통점은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고 몸통이 머리 위에 있는 독특한 생김새이다. 다른 점은 크기 차이도 있지만 다리의 ‘힘’이다. 물 밖에 던져지면 낙지, 문어는 몸을 가누지 못해 흐느적거리지만 주꾸미는 벌떡 일어서기도 한다. ‘숏다리’라는 이유도 있지만 봄의 기운을 가득 머금었기 때문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가을 낙지에 견줄 정도로 봄 주꾸미는 맛과 영양이 으뜸이다. 쭈꾸미, 쭈게미, 쭈깨미 등 지역마다 달리 불리는 주꾸미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한 달간이 제철이다. 산란기(5∼6월)를 앞두고 알과 영양분이 가득할 뿐 아니라 육질이 쫄깃하기 때문이다. 5월이 지나면 살이 질겨져 맛이 뚝 떨어진다.

그래서 이맘 때면 서해 바다는 주꾸미로 바빠진다. 밑으로는 전북 군산부터 위로는 충남 태안까지 서해 전역에서 주꾸미가 나지만 갯벌이 아주 깨끗해 ‘서천 주꾸미’를 최고로 친다. 생산량도 지난해의 경우 335톤에 이를 정도로 전국 최고다. 또한 8년 전부터 ‘주꾸미 축제’를 열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더 알려졌다.

오는 6일까지 동백정 일원에서 ‘주꾸미 동백축제’가 이어진다. 붉은 동백꽃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쫄깃한 주꾸미가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축제는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서 봄을 맞아 만개한 동백꽃과 산란기를 앞두고 제 맛을 내는 주꾸미를 테마로 꾸며진다.
서해에서 갓 잡아 올려 신선한 주꾸미뿐 아니라 대하, 바닷가재, 활어회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맘껏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동백정 주차장을 둘러싸고 들어선다. 주꾸미 이어달리기, 주꾸미 빨리먹기, 노래자랑 등 방문객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곁들여진다.



흐드러져 불타는 동백과 더불어
마량포구 앞의 식당에는 온통 ‘주꾸미’ 깃발이 나부낀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깨끗한 ‘마량포 회센타’를 추천한다. 멸치, 다시마, 대합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버섯, 각종 야채와 함께 살짝 데친 ‘주꾸미’를 초장에 찍어 먹는 샤브샤브는 문어, 낙지와 비교를 거부한다. ‘숏다리’의 쫄깃쫄깃한 맛이 그만이다.
푹 삶은 주꾸미 머리를 입안에 넣으면 바다의 향기가 가득하다. 희고 길쭉해 언뜻 밥알처럼 보이는 주꾸미 알의 맛이 일품이다. 새콤달콤  양념과 싱싱한 야채를 버무린 무침 또한 별미다.
마량포구 주변의 식당에서는 샤브샤브든 무침이든 모두 1kg에 3만 원으로, 어른 2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해마다 3월 중순~4월 초순 열리는 축제가 소문을 타면서 어민들의 소득도 높아졌다. 2000년 첫 축제에는 5만여 명이 찾았고 소득도 4억 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33만여 명에 45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천군 문화관광과 김종겸 과장은 “지속적인 관광 인프라 투자로 도로, 숙박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재정비할 예정”이라며 “한번 서천에 맛을 들이면 다시 찾지 않고는 못배기도록 갖가지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글 사진 한준규 기자



5월엔 도미, 가을엔 전어 축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서천군 문화관광과 노희랑(41)씨는 맛난 수산물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 서천에 대한 자랑을 끝없이 늘어놓는다. 5월이면 광어와 도미가 넘쳐난다. 치어를 풀어 길러낸 자연산이다. 무게 7㎏을 넘기는 대물 광어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래서 5월 말이면 ‘자연산 광어 도미 축제’가 열린다. 또 6월에 들어서면 꽃게가 나기 시작한다. 살이 꽉 찬 서천 꽃게의 맛은 이미 전국에 소문이 자자하다. 7~8월 금어기를 지나면 전어 철. 전어 축제도 9월 말∼10월 초 열린다. 이렇듯 풍성한 해산물이 쉼 없이 나는 서천군 서면의 바다에서 더 놀라운 것은 청정해역에서 수확하는 김이다. 충남 생산량의 86%,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노씨는 주꾸미와 동백이 어우러진 ‘먹거리 축제’가 이젠 안정됐다고 여겨져 군에서 관리하지 않고 서면개발위원회로 주최권을 넘겨줬다고 귀띔한다. 주민들이 축제의 위력(?)을 실감하고는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대신 군에서는 각종 홍보와 엽서,현수막 등 뒷받침에 애쓰고 있다. 그는 “사시사철 자랑인 낙조와 노을 풍광은 덤”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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