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에 경제특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정부의 약초웰빙특구로 지정된 후 각종 사업을 벌여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유치하는 성과를 보였다.
“각 부서별로 사업을 구상해 현재 32가지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다른 약초특구와 달리 제천은 산·학·연 협조체제가 잘 짜여 있습니다. 세계적 한방특화도시도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제천시청 투자통상실 생태특화담당 이주식 씨의 자신감은 제천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제천은 약초 재배부터 이를 판매하기 위한 약초시장을 만들고, 약초를 새로운 상품으로 변신시킬 대학과 연구소까지 갖췄다. 한마디로 생산부터 가공과 유통, 서비스까지 논스톱 산업구조를 가진 것. 게다가 바이오밸리를 건설해 수도권의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했다.
제천은 원래 대구, 전주와 함께 전국 3대 약령시장으로 불렸다. 산이 많은 강원도는 발품만 팔면 약초를 캐낼 수 있다. 이렇게 캐낸 약초가 외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이 필요하다. 강원도의 약초들은 제천으로 모여 팔려나갔다. 철도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던 때 제천이 대구, 전주와 더불어 전국 3대 약령시장으로 꼽히던 이유이다. 그런데 철도물류 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며 물류 기능이 떨어지고 평범한 상업도시로 변모했다. 이나마 인터넷 붐이 일며 그 기능이 떨어졌다. 제조업 등 고용창출이 힘들다보니 인구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한방도시였다.
“제천은 사과와 고추가 유명합니다. 약초도 많이 재배되고요. 특히 황기와 황정은 전국 유통량의 80~90%를 차지합니다.”
다른 것보다 약초로 특구 신청을 하게 된 것은 시민들의 뜻이었다. 그 당시 제천 시민을 상대로 어떤 분야를 살릴 것인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60%의 시민들이 약초를 꼽았던 것.

현재 제천은 산·학·연·관 클러스터를 이룬 상태다. 이주식 씨는 특화도시에는 무엇보다 대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기반이 없으면 산업은 답보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 시내에 대학과 사업체, 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것도 제천만의 장점이다. 세명대 한의대, 대원과학대 식품기술연구소, 세명대 한방병원, 산자부 지원 전통의약산업센터를 비롯해 한방관련업체 70여 개가 모여 클러스터로 연결했다. 이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장차 한방특화도시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그동안 이들이 벌여왔거나 앞으로 벌여나갈 사업 규모는 약 4600억 원에 달한다. 가공제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약재 재배사업(GAP), 우수 한약제조사업(GMP), 약초특산주개발사업을 벌였다. 판매 유통을 위해서 진행 중인 사업은 약초시장현대화 사업, 약초시장정보센터구축 등이다.
또 약초의 효능을 개발하고 연구하기 위해 지역혁신한방특성화사업, 한방화장품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그 밖에 외지의 관광객들을 유도하고 제천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에코세라피 건강특구사업, 약초건강축제, 웰빙약초타운 조성, 한방산업지원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도 한방생명과학관 건립, 한방엑스포 개최, 시청사한방특화이미지사업 등 한방특화도시 건설을 위한 사업이 수두룩하다. 이런 사업의 결과, 특구로 선정되고 1년 만에 우수특구로 꼽힐 정도로 제천에 활기가 생겼다.
시대 흐름 맞춰 쇼핑몰·정보화센터 마련
제천은 행정구역상 충청북도에 위치한다. 그러나 막상 제천에 가보면 그들의 말투에 헷갈리기 십상이다. ‘~더래요’라는 말투가 딱 강원도 산골이다. 제천이 강원도와 얼마나 가까운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7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가 되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한창 한약재 소비가 많이 늘었죠. 그래서 재배도 많이 했는데 제천은 황기를 많이 했어요. 사양토에 석회암 토질이라 배수가 잘 되니 뿌리 작물이 잘 됐던 거지.”
제천약초시장 번영회 장용상 회장은 제천이 황기로 유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제천의 황기는 다른 지역보다 성분 함량도 우수하다고 해서 인기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약재 소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근심을 드러냈다. 다행히 특구 선정 이후 상황은 호전되고 있어 희망이 크다.
“요즘은 경동, 영천, 대구, 금산 등이 약령시장으로 꼽히죠. 제천도 이번 특구 사업을 통해 전국적인 약령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그는 특구로 선정된 후 생산도 늘고 홍보도 잘 돼서 소비자와의 교류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연매출이 120억 원을 넘어 특구 지정 전보다 수익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제천의 약초시장에는 국산 약재만 120종이 넘게 준비되어 있어 국내 최대라는 자부심이 넘친다. 여기에 경매제를 도입해서 전국 특산품을 제천으로 모을 야심찬 계획도 내보였다. 도매시장이지만 일반소비자를 위해 경매장 2층에 쇼핑몰과 전시판매장을 설치했다. 여기에 인터넷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보화센터도 마련해 시대의 흐름에 발맞췄다.

국산 약재만 120여종 국내 최대시장
황기 가공물량은 제천으로 몰린다. 전국에서 황기 절단 기술이 최고여서이다. 요즘은 우수 농산물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이 가운데 포장도 빠지지 않는다. 시설이 갖추어진 곳에서 가공·포장이 돼야 우수농산물이라는 상표를 달 수 있다. 황기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제천 외에 이런 기술을 가진 곳이 없다. 우리약초영농조합법인 정근원 대표이사는 제천에서 황기 써는 기술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황기를 바싹 말렸다가 기계를 돌릴 때는 적당한 수분 함량이 필요합니다. 기계를 만들어도 이 함량을 못 맞추면 썰어지지 않거든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이 바로 이거죠. 다른 지역에서는 아예 이 부분을 시도할 생각조차 못합니다.”
제천이 전국에서 판매되는 황기의 80% 이상을 가공 포장하는 것은 생산량보다 바로 이 기술의 힘이다.
최근에는 황기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이곳 약초상들의 고민이다.
“새고뿔이 사람 잡어. 사람 사는 게 톱니바퀴처럼 물려 있게 마련이지. 새고뿔 들었다고 우리 농가가 영향받을 거란 생각 누가 하나.” 약초시장에서 황기를 판매하고 있는 안상인(70세)씨는 최근 조류독감 때문에 황기 소비가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기가 닭 요리에 많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제천시는 2010년 한방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목표로 외국과도 적극적인 교류를 맺고 있다. 중국의 산둥중의학대학, 장시성의 장수시, 일본 도야마현 의과약과대학 등과 다양한 형태로 교류 중이다.
현재 제천시에서는 한약재의 효능에 관해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분주하다. 양방에 비해 의학적 규명이 부족해서 소비가 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디나 경쟁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건강합니다. 한방이 바로 그 경쟁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해답이죠.”
제천시민의 한방에 대한 자신감, 제천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글 이선민 기자·사진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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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