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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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가을바람에 단풍잎이 날리는 광주 중외공원. 주차장에서 전시장으로 향하는 작은 연못가에 빨간 자전거와 하얀 자전거가 놓여 있고 나무로 만든 대형 실로폰을 신기한 듯 두드려보는 관람객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20m 높이에 달하는 커다란 꽃이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 서 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그곳은 문화의 향취 그득한 2006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B]세계로 향하는 아시아의 문화 에너지[/B]
비엔날레관 2전시실. 마치 벼룩시장에 온 듯하다. 70여 평의 공간 가운데에 나무로 된 집이 뼈대만 앙상하게 놓여 있다. 다양한 색상의 쇼핑백과 비닐봉지, 녹슨 가스통, 음료수가 담겨 있던 플라스틱 병, 낡은 운동화들, 여기저기 해진 옷과 나무의자 등이 종류별로 정리돼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송동의 ‘버릴 것 없는’이라는 작품이다.
“작가의 어머니가 30여 년간 모아온 물건들을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슬픔에 빠져 있는 어머니를 위한 작가의 애틋함이 느껴지지요. 아버지가 만든 화분, 나라에서 배급받았던 비누, 고물처럼 보이는 낡은 살림살이까지 모은 어머니의 전통적 세계관이 작가의 세계관으로 연결됩니다. 평범한 중국 사람들의 일상 또한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문화예술 전문 안내인인 도슨트(docent) 이한나(24·여) 씨의 설명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규모와 관람객 수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국제미술전으로 자리 잡았다. 11월 11일까지 열리는 올해 주제는 ‘열풍변주곡’. 열풍처럼 확산되는 아시아의 문화적 다양성을 짚고 세계문화와의 접점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설정됐다.
32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해 5개의 전시관에 총 89점의 작품이 선보였으며, 전시 부문은 ‘첫 장_뿌리를 찾아서: 아시아 이야기 펼치다’와 ‘마지막 장_길을 찾아서: 세계 도시 다시 그리다’로 나눠 구성했다.
전시와 함께 열리는 시민프로그램 ‘제3섹터_140만의 불꽃’도 이채롭다. 미술오케스트라, 광주별곡, 빛카페 등 10여 개의 프로그램이 관람객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관람객 수준도 많이 향상됐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어리둥절해하던 관객들도 이제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여유가 생겼다.
“첫해에는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색다른 작품이 많았거든요. 전에는 작품 하나를 보더라도 표현 방식에 놀라곤 했지만 지금은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리감이 줄어든 느낌이에요.”
전남 보성에서 가족과 함께 비엔날레 전시장을 찾은 김재상(32·소방공무원) 씨는 광주비엔날레 방문이 세 번째란다.
오승연(여·24·서강대 사회학 4) 씨는 흑백사진이 가득한 신문이 액자로 만들어진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그녀는 “지난 5회 때는 난해한 대형 작품이 많았는데 올해는 소품도 많고 주제가 아시아 현대미술이라 더 친숙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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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문화로 광주 이미지를 바꾸다[/B]
광주 사람들에게 광주비엔날레는 단순한 미술전이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광주의 속병을 치유하고 외지인들에게 밝은 미소를 던지게 만든 삶의 동력이었다.
광주시청 문화기반조성과의 서장훈(52) 담당관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남아 있던 지역의 패배의식과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 직전인 1995년 시작됐다.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도시에서 대규모 국제미술전의 성공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6회째를 맞아 세계적 비엔날레인 독일의 카셀도큐멘타, 베니스비엔날레, 베를린비엔날레 등과 겨루기 위해 한창 도약하는 중이다.
광주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이자 서사문학, 판소리, 전통 한국화의 보고인 문화예술의 중심도시. 이름 그대로 한국 문화의 맥을 구석구석까지 전파하는 ‘빛의 도시’다. 광주비엔날레가 12년이라는 시간에 국제적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이런 문화적·사회적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광주는 ‘문화중심도시’를 도시 발전의 주요 축으로 설정했다. 그 중심에 광주비엔날레가 있어 광주를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문화도시로 알리고 있다.
비엔날레 전시장을 찾은 박준배(30·회사원) 씨는 “광주비엔날레는 지역 주민들에게 자랑거리 이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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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수치로 따질 수 없는 경제적 가치[/B]
(재)광주비엔날레 측은 “매회 비엔날레 행사에서 입장권, 후원, 협찬 등을 통한 수익 60억 원과 국비 40억 원 등 100억 원으로 행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비 40억 원이 매회 들어가는 적자 행사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박봉화(52) (재)광주비엔날레 기획홍보팀장은 “입장권 수입이나 직접적 수익만 생각하는 것은 광주비엔날레가 주는 문화 교육적·사회 통합적 효과와 도시마케팅 효과를 보지 못한 오해”라며 “광주가 홍보되고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파급 효과는 수치로 따질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올해 유료관객 규모를 지난 대회보다 10% 이상 늘어난 50만 명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휘장사업과 광고사업, 영업시설 임대사업, 판매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김홍희 예술총감독은 “광주는 궁극적으로 아시아문화의 허브가 되고자 하며 그 핵심에 광주비엔날레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를 날개로 삼고 세계로 향하는 광주의 도약이 기대된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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