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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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는 ‘삼(대마)’ 줄기를 가늘게 찢어 베틀에 짠 천을 말한다. ‘마(麻)’ 또는 ‘베’라 부르기도 한다. 삼은 주로 온대지방과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껍질 안쪽의 인피섬유(靭皮纖維)를 이용해 삼베 직물을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것을 ‘삼베포’ 또는 ‘마포’ ‘대마포’라고 한다.
천연섬유 중 섬유질이 가장 긴 것으로 알려진 삼베는 면사보다 10배 이상 강한 탄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주로 의류나 침구류에 쓰이지만 로프·그물·모기장 등을 만들 때 쓰이기도 한다.
순창의 삼은 다른 지역보다 ‘대(줄기)’가 가늘고 긴 편이어서 옷감을 얇고 촘촘하게 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순창은 한때 전국 최대 마포(삼베 포) 시장을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굽고 삶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더욱더 질겨져 안동포·강포(강원도에서 나는 베)와 더불어 전국 3대 명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국 최고 품질… 고가 판매
6월 20일
찾아간 순창 구리면 성곡리. 삼밭에 모인 10여 명의 마을사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바로 삼을 수확하는 날이다. 너른 삼밭에서 어른 키를 훌쩍 넘길 만큼 자란
삼을 낫으로 베어낸다. 대마초의 원료가 되는 삼은 마약류로 분류돼 있어 재배부터
수확까지 신고를 해야 한다. 이날 역시 군청과 보건지소 관계자가 수확 현장을 내내
지켜봤다.
수확을 하던 이공순(50) 씨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순창 삼 자랑에 여념이 없다. “아따 요놈(삼)은 순창이 최고랑께. 다른 지역에서는 요러코롬 부드러운 삼을 보기 힘들제.”
같은 마을에 사는 양병인(53) 씨도 “순창 삼베는 예전부터 전국에서 최고로 쳤제”라며 거든다.
열아홉에 시집와 3대째 삼베를 짜고 있다는 조경림(60) 씨는 “삼베가 효자제. 요놈(삼베) 덕분에 아그들 셋이 모두 대학꺼정 마쳤당께요. 힘은 좀 들어도 시골에서 이만한 농사가 어디 있소”라며 어깨를 으쓱댄다.
순창 삼베는 1필에 40만 원 선에 거래될 정도로 다른 지역 생산품보다 비싼 값을 받는다. 실제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삼베 수의(壽衣) 가격은 수입이 30만~60만 원 선. 국내산이 80만~150만 원 선에 거래된다. 그러나 순창 삼베는 100만~20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품질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순창 삼베가 이렇게 높은 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실이 얇고 촘촘해 품질 면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또 5~6대에 걸쳐 전수된 제작 노하우도 한몫한다.
올해로 30년째 삼베를 생산해온 노망월(63) 씨는 “이곳은 집안대대로 삼베를 해왔던 터라 나름의 비법이 있다”며 “조선시대 때부터 해왔는데 품질이 다른 곳에 비해 떨어지면 되겠느냐”고 활짝 웃는다.
1년 동안 20여 가지 공정 거쳐야 완성
순창
삼베는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들어내는 명품이다. 봄철에 씨를 뿌리면 7~8월에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란다. 다 자란 삼을 베어낸 후 잎을 제거하고 대(줄기)만 남긴다.
이 대를 10~20여 개씩 다발로 묶는다. 가지런히 묶은 대를 솥에 넣어 삶는다. 이어
그늘과 햇볕에 말리기를 2~3일 반복한 후 다시 한번 삶는다. 물러진 대에서 껍질을
벗겨낸다. 벗겨낸 껍질을 조심스럽게 햇볕에 널어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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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말려진 껍질을 다시 손으로 일일이 가늘게 찢는다. 마침내 삼베 실 모양을 갖춘 껍질을 ‘도리캐’라는 장치로 실타래를 감듯 둥글게 말아둔다. 그리고 가을께 양잿물에 담근다. 양잿물에 담그는 이유는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하얀색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마치면 완전한 삼베 실이 탄생된다. 이 삼베 실을 겨울철 냇가 등에서 차가운 물에 담갔다 꺼내기를 반복한다. 그러면 더욱더 탄력을 갖는다. 이후 삼베 실을 ‘실타래’에 돌리면서 일일이 손으로 한 가닥씩 끝을 이어준다. 그리고 우리 조상이 썼던 똑같은 형태의 직기로 천을 짜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삼베가 탄생되기까지 1년이 걸린다.
노씨는 “순창 삼은 품질이 좋아 아주 섬세하게 찢어져 가는 실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여인네의 피땀 어린 노고까지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질 좋은 삼베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삼베는 그동안 수의용을 제외하고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웰빙과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황토·숯·옥 등과 함께 삼베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삼베는 수분(땀)을 빨리 흡수, 배출하고 자외선을 차단하며 곰팡이를 억제하는 항균성과 항독성이 있다. 또한 건조가 빠르고 통풍이 잘되며 마찰에 대한 내구성이 커 수명이 길다. 아토피성 피부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웰빙 열풍으로
주목받는 삼베
이 때문에 최근 속옷이나 각종 여름옷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삼베를 이용한 여름용 침구세트가 큰 인기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혼수나
예단 침구로 제작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홈쇼핑에서는 삼베 침대시트가 에어컨과
함께 ‘여름 대박상품’으로까지 올라갔다. 이밖에 승용차 여름용 시트로 제작되거나
삼베를 원료로 한 벽지도 생산되고 있다.
패션계에서도 삼베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패션디자이너 정재우(32) 씨는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인공 섬유보다 천연소재 섬유에 관심을 나타내는 추세”라며 “특히 삼베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삼베를 이용한 옷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베를 재배했던 권인식(64) 씨는 “순창 삼베 판매 가격은 괜찮으나 투입 노동력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삼베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베는 한국의 전통과 역사가 녹아 있는 고유상품”이라며 “정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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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의 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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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때부터 옷감으로… 고려 땐 ‘화폐’ 기능도 삼베의 역사는 매우 길다. 고조선시대부터 마포로 옷을 지어 입은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부여 때도 기록이나 벽화를 통해 마포를 재배해 천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저마포(모시)와 대마포(삼베)로 따로 짰으며 실의 밀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다. 저마포는 왕족이나 귀족이 입었으며 서민은 대마포로 옷을 지어 입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삼베가 수의용으로 쓰이게 된 것은 935년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서민이 입던 누런 삼베 누더기를 걸치면서 시작됐다. 마의태자는 삼베옷을 입고 개골산(현 금강산)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이후부터 우리 조상들은 상(喪)을 당했을 때면 삼베옷을 입고 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삼베는 고려시대에는 마직 기술이 매우 발달해 쌀과 함께 세공(稅貢)의 대상이 됐으며 화폐로 쓰일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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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