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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시(詩) 바람이 불고 있다. 대중들은 서서히 그 바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영화 <시>가 돌풍의 주역이다. 영화는 시를 쓰고 싶어 하는 60대 노인 미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미자는 시를 쓰면서 삶의 애한을 감내하고 삶의 기쁨을 노래한다.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법도 깨닫는다. 시가 속살 같은 언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정끝별(45) 명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런 시점에서 출간된 한 권의 책을 추천했다. 마종기(71) 시인의 시작(詩作)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다.

1959년 <현대문학>에 ‘해부학교실’을 발표하며 등단한 마 시인은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40여 년간 방사선과 의사로 일했다. 인생의 반 이상을 타향에서 살아온 그지만 늘 모국어로 시를 쓰며 고국을 그리워했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마 시인은 그간 발표한 시 중 50편을 고르고, 각각에 얽힌 사연을 수록해 이 책을 펴냈다.

정 교수는 “평소 시에 관심이 없거나 어렵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시와 소통할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며 “시라는 객관적 텍스트를 읽고, 뒤에 이어지는 시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시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시를 접했을 거예요. 참 좋은 시들이 많았지만 시의 본질이 아닌 형식에만 치우쳐 배우고, 시험 문제를 맞히기 위해 외워야 하니 시와 멀어지게 된 거죠. 이 책은 그렇게 사라져간 우리들의 순수하고 따스한 마음을 되돌려주는 ‘마사지’ 같은 책이에요.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토닥토닥 두들기듯 위로해주면서 또다시 살아갈 힘을 북돋아주죠.”
 

정 교수는 스무 살 무렵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마 시인의 시를 베껴 쓰고 읊으면서 습작을 했다. 그가 마 시인의 시에 빠져든 것은 시인의 올곧은 성품 때문. 시와 시인의 삶이 일치하고, 촌스러울 정도로 치장 없고 소박한 그의 시 세계는 우리나라 현대시에서 보기 드문 미덕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해가 안 가는 단어도 없고 관념적이지도 않은 마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순수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며 “그렇기에 그의 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울림의 폭이 크다”고 말했다.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접시’라고 생각해요. 마 시인의 시는 그런 면에서 모든 사람과 편안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그릇이죠. 혼란스럽고 척박한 요즘 같은 세상에 시가 촉촉이 스며들어 삶의 진심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마종기 지음 / 비채 펴냄·1만1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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