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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시는 삶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미학적인 텍스트다.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소하게, 때론 진득하게 풀어내는 시를 읽으면 마음 속 깊은 곳이 뜨뜻해진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추운 겨울 훈훈한 열기를 만들어주듯 시 한 구절은 녹록지 않은 삶으로 얼어붙은 가슴에 희망을 불어넣는다.

김경주(34) 시인은 그런 따스한 온기가 살아 있는 시를 쓴다.지난해 제28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최근 세번째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펴냈다. 기존 시의 문법에서 탈피한 그의 시는 난해하지만 삶에서 느끼는 순간을 세밀하게 표현해 독자와 소통한다.

김경주 시인은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등단 전까지 야설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했고 지금은 복합문화창작집단 ‘츄리닝 바람’을 이끌며 극작가, 연출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다양한 활동에 지지대가 되는 것은 ‘책’이다. 그에게 책은 늘 함께 있고 싶은 ‘동거형 책’과 자신만 숨겨두고 읽고 싶은 ‘은둔형 책’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가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다며 ‘은둔형 책’ 중 한 권을 내밀었다.

다큐멘터리 작가, 미술가, 소설가, 사회 비평가로 알려진 존 버거의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이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에요. 제가 여행 책을 썼을 때 존경의 표시로 이 책의 한 부분을 오마주하기도 했어요.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시공간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소외받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들죠.”
 

존 버거는 미술 비평으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친 글쓰기로 영역을 확장한 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리고 사진처럼…>은 인문학 교양서지만 보통의 책들과는 조금 색다르다. 작가의 소소한 경험들을 시와 에세이로 엮어 썼기 때문이다.

1부는 시간, 2부는 공간을 주제로 쓰인 이 책은 3, 4쪽을 넘지 않는 짧은 글들로 채워져 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문장들은 결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곱씹어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계량적인 ‘시간’속에서 매 순간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어요.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지 못한 채요. ‘공간’ 역시 산업화와 자본주의에 의해 본래 의미가 퇴색돼 버렸어요. 원래 집(공간)이란 말은 자신이 편히 사는 ‘세상의 중심’을 얘기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의미를 되새기기 힘들죠. 집 한 채, 즉 자신만을 위한 공간에 머물기 위해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30만원’처럼 돈에 얽매여야 하니까요.”

김경주 시인은 책 속에 나온 이야기처럼 시공간으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과 ‘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간에 매이고 버림받은 것을 극복하려면 세상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랑’과 ‘시’가 도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렇듯 이 책에 숨겨진 비밀들을 알아간다면 삶을 좀 더 내밀하게 바라보는 눈이 생깁니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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