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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48년간 2500회 공연 국군방송 ‘위문열차’를 가다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는 해군 2함대 사령부 장병 여러분!”

국군방송 ‘위문열차’ MC인 유리와 홍순목의 인사에 “와” 하는 함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의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는 국군방송 위문열차 특집 공연 무대가 마련됐다. 추운 겨울, 위문편지 못지않게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바로 위문열차 공연이다. 대중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위문열차는 1961년 10월 27일 처음 시작해 50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국군방송의 장수 공연 프로그램이다.

유리의 첫인사를 시작으로 해군 2함대 영상이 오프닝을 장식한 이번 공연은 2009년 들어 평택 해군 2함대에서 두 번째 열린 위문열차 공연으로, 해군 2함대 병사들과 군 가족 등 1천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이어졌다. 해군 2함대는 1999년, 2002년 제1·2연평 해전과 2009년 대청해전에 참가한 부대다.

이번 연말 특집 공연은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공연의 오프닝은 박병철 병장을 비롯한 6명의 해군 2함대 댄스팀과 무용단, 코러스팀 등이 공연을 했고, 이어서 가수 아이유와 현숙이 등장했다.

‘소녀 디바’로 통하는 아이유는 ‘마쉬멜로우’와 ‘있잖아’를 불러 군인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현숙도 ‘물방울 넥타이’와 ‘가요 메들리’를 불러 흥을 돋웠다. 성악가 이지영, 장유상 씨는 ‘희망의 나라로’와 ‘오 솔레 미오’를 불러 진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가수들의 공연 중간에 고한석 해군 제2함대 부사령관이 장병들을 응원했다. 공연 후반부에는 연예병사 그룹 제이워크(J-Walk)의 김재덕이 등장해 젝스키스의 히트곡 ‘커플’을 불렀다.

특히 이날 병사들의 환성을 자아낸 하이라이트는 걸그룹이었다. 최근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들이 잇따라 출연해 객석의 끝없는 환호를 받았다. 걸그룹 F(x)는 히트곡 ‘Chu’와 ‘초콜릿 러브’ ‘라차타’ 등 세 곡을 불러 쉴 새 없는 박수갈채를 얻었다. 레인보우는 ‘가십 걸’과 ‘낫 유어 걸’ 등 두 곡을 불렀다.

인기 가수 아이비 역시 ‘터치 미’ ‘유혹의 소나타’ 등으로 공연장이 들썩일 듯한 열기 넘치는 반응을 얻었다.

공연 말미는 군 복무 중인 양동근과 다이나믹 듀오가 만드는 열정적인 힙합무대로 마무리했다. 이들은 ‘고백’ ‘해적’ ‘진짜’ 등 7곡 이상의 노래를 부르며 끝까지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2008년 10월 입대한 다이나믹 듀오는 최근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원으로 선발돼 연예병사로 활동 중이다.

해군 2함대 정훈공보실 이재호 공보과장은 “해군 2함대는 육군으로 말하면 전방에 있는 것과 같아서 여느 부대보다 긴장감이 높다”며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이 잘 마무리됐고 한 해를 격려하는 의미로 열린 위문 공연으로 긴장감이 많이 완화됐다. 위로도 받은 한편 사기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위문열차는 1961년 첫 방송 때부터 대중스타들이 등장했다. KBS 공개홀에서 열린 첫 방송에는 당시 인기 절정의 연예인 패티김, 김치켓, 박재란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이후 위문열차는 지상파 쇼 프로그램 못지않게 인기 스타들이 많이 출연해 군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까지 송해, 최희준, 현미, 현철, 설운도, 인순이, 혜은이, 조용필, 이수영, 원더걸스, 소녀시대, 시야, 배슬기, 카라, 이효리 등 최고 인기 가수들이 위문열차의 공연 무대에 올랐다.

이날 해군 2함대 공연에서도 부대원들이 만든 무대 응원용 도구들이 눈에 띄었다. 하드보드지나 켄트지에 이름을 적는 것은 기본이요, 쓰고 남은 박스를 이용해 좋아하는 가수에게 이른바 ‘팬심’을 드러낼 만한 도구를 만들었다. 특히 공연 중 적극적인 관람을 한 장병들은 특별 휴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응원에 더욱 열심이다.

무대 뒤쪽 대기실 풍경 또한 섭외된 인기 연예인들과 연예병사들, 녹화 방송 스태프들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번잡한 속에서도 출연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위문열차는 연간 52회가량 공연한다. 196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략 2천5백회 이상 공연을 펼쳤다. 가수나 그룹 등 한 회당 7~9개 공연팀이 참가하므로 누적하면 약 2만 개 팀이 위문 열차를 거쳐간 셈이 된다.
 

위문열차의 본래 목적은 ‘국군장병 위로’지만 때로는 민군(民軍) 화합을 목적으로 삼기도 한다. 매년 진해 군항제, 국군의 날, 지상군 페스티벌 등 민과 군이 함께하는 행사에서도 위문열차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외부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이러한 공연은 군대에 간 젊은 연예병사들과 모처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들의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 팬들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국군방송 위문열차 담당 천명길 PD는 “최근에는 신세대 장병들의 공연 감상 수준이 높아져 전에는 무조건 예쁜 가수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여자가수라도 가창력 있는 가수들을 더 좋아한다”며 “오히려 때로는 실력 있는 남자가수들이 더 호응이 좋은데, 얼마 전 연예사병으로 영입된 다이나믹 듀오가 특히 그렇다. 콘서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장병들과 일체가 되는 시간을 만들어 어지간한 걸그룹보다 인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예전에 라디오로만 방송되던 위문열차는 2005년 12월 국군방송 TV 개국 이후 한 달에 한 번 TV로도 전파를 탄다. 이젠 국군방송의 간판 쇼 프로그램으로, 군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는 중이다.


글·변인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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