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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가마우지란 새가 있다. 한국에도 겨울철이면 전라남도 보길도나 낙동강 하구로 날아온다. 중국 계림이나 일본 마쓰야마 지방에서는 낚시꾼들이 이 새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다. 끝 부분이 갈고리처럼 생긴 기다란 부리를 갖고 있는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재빨리 부리를 물속에 처넣어 낚아챈다. 그러면 미리 그 새 목에 끈을 매어놓은 낚시꾼이 끈을 당겨 삼키지 못하게 한 뒤 물고기를 가로챈다.  

1980년대 말 일본의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의 붕괴>란 책에서 한국 경제를 이런 가마우지 신세에 비유했다. 당시 한국은 이른바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에 힘입은 대미 수출 호조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 수출품 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거의 다 일본산이었다. 그러니 한국은 입맛만 다시고 실익은 일본이 본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일본이 버는 격’이었다. 한국 정부라고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1970년대부터 역대 정부치고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선거공약이나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구호만 요란했을 뿐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한국 경제는 여전히 애처로운 가마우지 신세다. 한국이 중계하는 달러 흐름만 ‘미국→한국→일본’에서 ‘중국과 미국→한국→일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해 대일 적자가 298억8천만 달러, 대중 흑자가 189억6천만 달러, 대미 흑자가 85억5천만 달러였으니 중국과 미국에서 돈을 벌어 고스란히 일본에 갖다 준 꼴이다.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지금까지 따지면 더 기가 막힌다. 올 상반기까지 42년 남짓 대일 적자 누적규모는 3282억2600만 달러. 같은 기간 전체 무역수지가 1010억 달러 흑자였으니 다른 나라에 힘들게 팔아 번 돈의 세 배도 넘는 금액을 일본에 바친 셈이다. 더구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170억4천만 달러 적자라서 연간으론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게 생겼다. 한국이 IT(정보기술) 강국이고 휴대전화 기술이 대단하다지만 국산화율은 69% 수준이다. 휴대전화를 많이 만들어 팔수록 일본에서 핵심부품을 더 많이 수입해야 한다. 지난해 부품소재 부문 적자는 187억 달러로 전체 대일 적자의 60%를 넘는다. 핵심 부품소재만 많이 들여오는 게 아니다. 최근 소비재 수입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 자동차 메이커 현대차는 일본에서 이제 막 기어 다니는 수준인데, 일본차 도요타 렉서스와 혼다는 한국 내 수입차 중 최대 판매 실적을 사이좋게 주고받는다. 2006년 한국에 선보인 비디오게임기 닌텐도DS는 한 대에 15만원씩 하는데도 지난해 누적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런 판에 일본 시장이 중국에 잠식당하면서 대일 수출이 줄어들고 있으니 대일 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지경이니 ‘경제종속’ ‘기술종속’이란 말도 나온다. 문제를 깨달았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스스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부품소재산업의 한국 투자를 늘려달라며 일본만 쳐다보고 있기에는 당장 독도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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