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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그라운드 달군 그때 그 야구 스타들


 

특유의 오리궁둥이 폼으로 홈런왕과 MVP를 차지하며 그라운드를 풍미했던 김성한(51) 전 KIA 감독은 2004년 지휘봉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MBC espn해설위원을 거쳐 2008년 여름 광주에서 고급 중식당 ‘하이난’을 개업했다. 신도심 상무지구의 제법 목 좋은 곳이다. 요리재료와 가구를 직접 중국에서 공수한 6천6백 제곱미터의 대형 업소다. 맛이 일품이고 서비스가 좋다는 반응을 얻어 광주의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화요리는 또 한 명의 성공 인생을 만들었다. 전 해태 코치 최해식(42) 씨도 자장면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애당초 광주의 아파트촌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최고루’라는 브랜드는 입소문을 타면서 ‘브랜드’가 됐다. 광주 이곳저곳에는 ‘최고루’ 간판이 많다. 그가 첫 식당을 개업하고 직접 철가방을 들고 배달을 다녀 음식을 주문한 상대방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최 씨는 그럴 때마다 “나, 자장면 장사합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웃겨 매출이 급증했다. 김 전 감독이 ‘고급요리’로 승부를 걸었다면 최 씨는 ‘중저가형 품목’으로 승부를 건 셈이다.

은퇴 선수들은 한우전문점, 냉면집, 횟집, 주점 등 요식업을 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얼굴이 알려져 있어 영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 타자 출신으로 야구 해설도 했던 배대웅(55) 씨는 대구에서 대형 갈비집을 운영하는데 제법 번창하고 있다. 빙그레 유격수로 뛰었던 허준(39) 씨는 부산에서 대형 뷔페사업을 한다. 부산 시내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란다.
 

골프계로 진출한 이들도 여럿이다. 야구와 골프는 스윙과 회전, 임팩트 등 메커니즘이 비슷하다. 원년 OB의 ‘구레나룻 4번 타자’ 김우열(61) 씨는 골프 강사로 변신했다. 최근 리틀야구단을 운영하면서 여자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스윙 기술을 전수하는 골프 강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골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콧수염 홈런왕’ 김봉연(57) 극동대 교수다. 해태의 간판 4번 타자와 코치로 활약하다 극동대 체육학과 교수로 임용돼 골프를 가르쳤다. 해태의 20승 투수로 KIA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왕눈이’ 이상윤(49) 씨는 골프장 사장이 돼 중국의 옌타이 애플시티 CC 경영을 했다. 3년간의 중국생활을 정리하고 얼마 전 귀국했다.

‘원조 대도’ 김일권(53) 전 삼성 주루코치도 한때 골프연습장을 운영했고, 롯데 코치 출신 김용희(54) SBS 해설위원도 부산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해태 외야수 출신 김준환(54) 마지막 쌍방울 감독은 전주에서 골프용품점을 운영하다 지금은 원광대 감독을 맡고 있다. 전 LG 외야수 조현(33) 씨는 한국프로골프(KPGA) 세미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 LG 투수 이상훈(38)을 가장 이색적인 변신 스타로 꼽을 수 있다. 그는 지금 락 보컬그룹 ‘왓!’의 리더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LG 20승 투수, 일본 주니치의 명품 좌완 미들맨, 보스턴 레드삭스 입단 등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슈퍼 스타’였다. 그는 “내 볼을 던질 수 없다”며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미련 없이 옷을 벗더니 ‘언더그라운드 로커’로 변신했다. 직접 밴드를 결성해 오랫동안 자신이 소망해온 무대에 올랐다. 청바지에 치렁치렁한 머리로 기타를 연주하고 멋들어지게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 야구인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원년 우승의 일등공신 박철순(53) 전 OB 코치는 최고경영자(CEO) 인생을 살고 있다.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 프랭크 시내트라의 명곡 ‘마이 웨이(My Way)’가 절로 떠오른다. 치명적인 부상과 좌절, 그리고 재기에 이르는 그의 야구 인생은 드라마틱했다. 야구 인생처럼 암을 이겨내고 스포츠주얼리 전문업체인 알룩스포츠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야구 출신은 아니지만 경북고 출신으로 1970년대 야구계를 풍미했던 남우식(57) 씨는 롯데햄의 후신인 푸르밀 대표이사로 전문경영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야구계에서 자신의 몫을 하고 있는 스타들도 많다.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전무후무한 4승을 따낸 롯데 에이스 투수 최동원(51) 씨는 한화 2군 감독을 거쳐 지금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OB의 ‘불곰’ 윤동균(60) 씨도 KBO 기술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경기운영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전 삼성투수 김상엽(39) 씨는 영남대 투수코치로, 홍현우(37) 씨도 광주 동성고 타격코치로 활동하는 등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은퇴 선수가 모두 멋진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은 결코 아니다. 훨씬 많은 선수들이 사회에서 고전하고, 이호성 선수 사례처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대부분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요식업종에 진출하지만 경험과 준비 부족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야구인 역시 ‘엘리트 체육’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구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야구만 하느라 사실상 정규교육에서 제외된다. 인간관계나 사회 물정에 어두워 실패할 공산이 높다.

김성한 전 감독은 “야구선수들이 사회에 나오면 새로운 일을 찾기 어렵다. 앞으로는 학창시절부터 야구와 학교교육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강승규 아시아야구연맹회장이 “내년부터 대학리그는 주말에 열린다”고 발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KBO는 선수들의 은퇴 후 생활을 돕기 위해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0년을 불입하고 20년 정도 거치기간을 거쳐 수급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선수들의 평균 활동기간은 8, 9년에 불과하다. 대부분 야구를 그만두면서 중도 해약을 하기 때문에 실익이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야구인들은 10차례 우승 감독에 이어 삼성야구단 사장을 5년째 역임 중인 김응룡(68) 사장을 가장 부러워한다. 그는 야구방망이를 잡은 이후 평생 야구와 떨어지지 않고 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생활전선에서 악전고투하는 추억의 선수들 마음속에도 항상 푸른 그라운드가 자리 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야구는 여전히 그들의 로망이다.
 

글·이선호(OSEN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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