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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는 “무엇이 아름다운가?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므로 행위가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그 행위는 어디서 출발하는 것일까. 

1984년 호네커 정권 말기의 동독. 문화활동 탄압과 비례해 비판세력도 성장하고 있었다. 조국에 대한 회의적 태도만 가져도 구속감이라고 피의자를 몰아대던 국가보위부(슈타지) 소속 교수 비즐러(울리히 뮈헤)는 예술가 사찰의 일환으로 공연장에 갔다가 배우 크리스타(마르티나 게덱)를 보고 호감에 빠진다. 크리스타와 연인 사이인 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흐)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두 사람에 대한 감시를 자청한다.

아름다운 크리스타는 문화부장관의 유혹과 추태에 시달린다. 호감을 가진 배우에 대해 타락한 권력이 휘두르는 횡포를 보며 비즐러의 내면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국가의 안전이란 명분에 모든 것을 걸었던 그는 삭막한 자신의 삶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한다. 

드라이만은 모든 활동을 금지당한 절친한 선배 알버트의 자살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그는  동독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자살 실태보고서를 집필하려고 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비즐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비즐러 역을 맡은 울리히 뮈헤는 연기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슈타지의 피해자로 아내에게서 10년 동안 감시받은 쓰린 체험을 가졌다. 그는 연기 속에 자신의 상처를 용해시켰을 것이다. 냉혹한 심문자의 얼굴에서 웃고 울며 사람의 표정을 찾아 간다. 변화를 보여주는 몰아의 연기가 과정을 다소 성급하게 뛰어넘는 내용을 상쇄해준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드라이만이 자신을 감시하던 존재를 알고 나서 벌어지는 상황이 매혹적이다. 감시하고 감시받던 두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은 채 서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경의를 표현하는 방식에 상상을 넘어선 깊이가 있다. 비즐러의 변화는 크리스타와 드라이만에 대한 인간적 호감 너머 공동선, 인간의 기본 권리에 대한 추구 차원으로 끌어올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 독일 문화사>(롭 번스 편저자, 손호은 번역, 도서출판 백의 출간, 2002년)는 독일의 문화적 배경과 특징을 시대 별로 고찰하면서 문학, 음악, 미술, 연극뿐 아니라 현대적 매체인 사진, 영화, 출판, 방송 등 다양한 문화제도와 매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문화의 개념은 호가트, 윌리엄스를 비롯한 영국 문화주의자들의 개념에서 차용했으며 분석시각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문화산업론에 의지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문화주의자들은 문화를 예술과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는 시각을 탈피하고 인류학적 의미로 확대해석했다. 대중문화에 초점을 맞춰 문화의 역동성을 파악하고 대중의 실천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문화는 오랜 기간의 사회적 변화가 누적되어 고착되는 장이면서 동시에 체제에 대한 저항의 기운이 분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독일 역사와 문화 연구는 통일을 앞 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타인의 삶’은 문화의 비판적 저항을 보여주는 동시에 진실을 향한 자기 회복에 포커스를 맞춰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혜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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