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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배영희 교수의 음식 이야기 | 순두부



오늘 순두부찌개 어떠세요?        
두부는 우리의 식탁에 꾸준히 오르는 찬물이다. 찬물은 반찬의 순우리말이다. 두부는 콩의 영양을 고스란히 담아 뽀얀 색의 은은한 광택과 함께 고소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먹기 좋게 말캉하면서도 입속에서 톡톡한 감촉을 보이며 반듯한 자태를 가졌다. 특히 두부백진(豆腐百珍)이라 할 만큼 활용도가 다양하다.

어릴 적, 김이 뿌옇게 서린 부엌에서 “두부 나온다”라는 시골 외할머니의 말씀에 달려가면 뽀얀 뜨물 같던 가마솥 안 콩국물이 어느새 뭉게구름 떠다니듯 순두부로 엉기게 되고 우린 서로 바삐 바가지를 들이대어 엉긴 순두부덩이를 건져달라고 졸랐다. 바로 엉긴 뜨거운 순두부에 양념장을 쳐서 먹는 맛이란 평생 잊지 못할 진미 중의 진미다.

순두부를 얻으려면, 먼저 콩을 씻어 하룻밤을 물에 불렸다 맷돌에 간다. 간 콩물을 끓이다가 무명 자루에 넣고 짜내어 콩물과 비지를 받아낸다. 충분히 익히면 간수를 넣고 응어리지게 만드는데 이를 순두부라 하고, 두부 틀이나 채반에 무명 보를 깔고 순두부를 퍼 담아 위를 도마나 목판으로 눌러서 굳힌 것이 두부다. 이제껏 두부를 찌개 건지 정도로 넣어 먹었지만 오늘은 온통 두부를 먹는 순두부의 별미 속으로 다가가려 한다. 순두부는 원래 따뜻할 때 양념장만 넣어 먹던 음식이었다. 오래전에 뚝배기에 맵게 끓인 명동 순두부찌개가 유행하더니만 지금은 순두부 하면 달걀을 깨 넣고 고추기름 둥둥 뜬 매운 순두부찌개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야들거리는 촉감의 고소하고 배틋한 콩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하얀 덩이의 순두부는 간장 양념장을 조금 얹어 그대로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그 진가를 더욱 알아볼 수 있는 고급 영양음식이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이토록 좋은 순두부를 단지 모양새가 없다고 찌개 건지로만 생각하는데 요즘같이 식생활 속에 다양한 음식형태를 찾는 문화 속에서 에피타이저, 샐러드, 디저트로 이용할 수 있음을 왜 우리는 생각하지 않을까. 물이 많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이용해도 되고, 연(軟)하고 영양가 많으니 아기들 이유식으로 좋고, 아이들 간식으로 밀가루 좀 넣고 흑임자 뿌려 반죽해서 튀긴 후 치즈가루 뿌려서 먹여도 되는데…. 순두부 위에 상추, 물미역, 오이채를 어우러지게 얹고 참기름, 깨, 간장을 뿌려 샐러드로 내놔도 손색없는 손님상 음식이 될 것을…. 두부는 아마도 어떤 조미료와도 잘 어울리고 다른 식품과 조화도 잘되므로 더욱 서민의 식생활과 가까워졌을 것이다.

저녁나절이 되면 ‘두부 한 모 사오련’ 하시는 엄마 심부름에 (요즘처럼 비닐이 흔한 때가 아니니….) 양푼 하나 들고 두부공장으로 갔다. 커다란 자배기 안의 시원한 우물물에 두부를 담가두었는데, 주인아줌마의 익숙한 칼질이지만 어떨 땐 두부가 더 크게 잘린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땐 왜 내 것만 작게 잘라주는 것 같았는지…. 학교 갔다 와 초저녁잠이 들어버린 초등학생 귓전에 들리던 두부장수 아저씨의 짤랑짤랑 쇠종소리 속에 담겨진 ‘두~~부, 순~~두부’는 영원한 우리 한국의 맛이다.


오산대 호텔조리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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