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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배영희 교수의 음식 이야기 | 선지해장국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엊저녁 술이 과해 뭔가 뜨끈한 국물로 속을 풀고 싶거나, 쌀쌀한 아침 낯모를 기차역에 내려 마음을 의지하고 싶을 때,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허기진 속에 생각나는 음식을 들라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된장토장 국물 내음이 구수한 ‘선지해장국’이다.

술을 먹지 않아도 누구나 즐기는 국밥인 선지해장국은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서 주로 즐기는 음식으로 소의 싱싱한 선지를 끓는 물에 삶아 국에 뚝뚝 잘라 넣는다. 선지에는 단백질과 흡수되기 쉬운 철분이 많으며, 겨우내 말렸다 삶은 후 고추장과 다진 마늘을 넣어 살짝 주물러 된장국에 넣은 우거지에는 섬유질과 칼슘이 많다.

또한 콩나물과 무, 내장을 넣어 끓인 뒤 소 뼈를 고아낸 토장국물은 우리 몸속의 알코올을 잘 분해하고 소화도 잘되며 시원함이 속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특히 부드러운 선지와 쫄깃한 내장고기의 건지가 많아 굳이 밥을 말지 않아도 입 안 가득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우리의 밥상을 분석하다 보면 유난히 철분이 부족한 것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철분은 식물성 식품보다 동물성 식품에 많고 흡수율이 매우 낮은 영양소다. 한국인의 철분 섭취원은 대부분 쑥갓, 시금치, 우거지, 상추, 깻잎 등의 나물과 매실, 자두, 말린 대추 등 식물성 식품으로 철 흡수율이 매우 낮다. 완전식품처럼 알고 있는 뽀빠이 아저씨의 시금치도 철분 흡수율이 1%밖에 되지 않는다.

빈혈인 사람에게 필수적인 철분이 많은 식품에는 소 간이나 내장 등 동물성 식품이 있으나 음식으로 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선지이고, 이를 잘 이용한 음식이 바로 선지해장국이다.

어렸을 적, 집에서 선짓국을 끓일라치면 할머니는 도살장에 다닌다는 옆 동네 아저씨한테 말을 넣어 선지 두세 바가지 받아오길 부탁하면서 꼭 곰보선지를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선지피를 받을 때 막걸리를 두서너 바가지 부어 휘휘 저어 섞으면 막걸리가 더운 온기를 만나 약간의 발효가 진행되면서 뿌걱뿌걱 거품을 내뿜어 선지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면서 굳는데, 이를 곰보선지라 하며 그 질감이 기막히다. 곰보선지는 푹신푹신한 듯하면서도 쫀득한 느낌을 주고 그 사이사이 우거지 토장국이 배어들어 씹으면서 느껴지는 구수한 맛의 묘미란….

엊그제 북한산 자락에서 아침에 먹은 해장국은 애석하게도 민선지를 넣어 끓여서인지 입에서는 부드럽기는 하나 씹으면서 나오는 국물 맛은 느낄 수 없음이 우리 음식이 갖고 있는 운치를 잊는 것 아닌가 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서울 한복판 청진동에서부터 우리나라 웬만한 산의 등산로 초입에는 모두 자리 잡고 있는 선지해장국은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즐기는 서민 음식 중의 음식이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우리네 음식으로 깊은 맛을 즐길 줄 아는 우리 정서에 가장 잘 맞는 한국의 맛이다. 

오산대 호텔조리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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