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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1109호

검찰청 ‘인터넷신문’ 읽어보셨나요





‘북한에서 야동 보다 걸리면?’ ‘어느 유부남의 진술과 진실’ ‘드라마 <찬란한 유산> 그 진정한 의미’ ‘하이힐도 흉기라는데’ 제목만 보고 클릭했다가 낭패를 보고 마는 ‘낚시’글 같다고? 하지만 클릭한 누리꾼(네티즌)들은 ‘역시!’ 라는 감탄사를 터뜨린다. 흥미로운 제목 못지않게 알찬 법률지식을 담은 검찰청 블로그 ‘검토리가 본 검찰 이야기’(이하 검토리)에 실린 인기 포스트이기 때문이다.
 

“‘검토리’는 검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단어입니다. 외톨이처럼 사건과 씨름하고, 외롭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검찰이죠. 검찰과 도토리의 합성어로 귀엽게 봐주셔도 좋습니다.”
 

검토리 담당인 대검찰청 박채원(35) 수사관의 말이다. 검토리는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워 블로그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9월 개설된 네이버 검토리 블로그에는 하루 9천~1만명, 지난 3월 개설된 다음 검토리 블로그에는 하루 3천~4천명의 누리꾼이 방문한다.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란 부제를 달고 출범한 검토리의 인기 비결은 국민들에게 권위적이고 멀게만 느껴지던 검찰의 세계를 속 시원히 공개하고, 법률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것이다. ‘검찰 life’ ‘검찰 에세이’ ‘생생한 사건 story’ 등이 검찰 세계를 공개하는 메뉴라면 ‘판례, 법률상식’은 일상 속 법률지식을 담는 메뉴다.
 

여기에 대검찰청 온라인 홍보팀원들의 능수능란한 제목 뽑기가 실력을 발휘하면 블로그 글 랭킹이 껑충 뛰어오르게 마련이다. 올 들어 ‘조선시대 금주령’ ‘어느 유부남의 진술과 진실’ ‘화장품, 쓸수록 노화를 부른다?’ ‘지나친 노출은 화를 부르는 법!-공연음란죄에 대해 알아볼까요?’ 등이 다음 블로그 글 랭킹 1위에 올랐다.

 


 

지난 6월에는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와 로라 링이 10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보도를 보고, 서울동부지검의 김기수 수사관이 북한의 형법을 재미있게 해설한 ‘북한에서 야동 보다 걸리면?’은 <조선일보> <파이낸셜 뉴스> 등에 소개되는 등 미디어의 조명을 받았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독자층도 늘고 있다. 담임교사의 권유로 ‘노블리스 오블리주-성숙한 기부문화를 꿈꾼다’ 등의 포스팅을 읽는 숙제를 하러 오기 때문이다.
 

검토리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4층 대변인실. 이곳에서 온라인 홍보팀을 총괄하는 양인철(38) 연구관을 비롯해 이용철(40) 사무관, 박채원 수사관, 김민희(26) 씨 외에도 그때그때 수사관과 사무관들이 업무를 지원한다. 기획, 필자 발굴, 원고 청탁, 편집, 댓글 관리 등 역할을 분담해 웹과 블로그, 뉴스레터를 만드는 것은 여느 웹진 편집실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검찰이 블로그를 개설해 국민과의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2007년 3월부터 발행되고 있는 전자신문 <뉴스-프로스(News-Pros)>의 성공 덕분이다. 이용철 사무관은 <검찰가족>이라는 인쇄 사보를 대신해 발간하기 시작한 전자신문이 좋은 반응을 얻자 블로그 개설로 소통의 통로를 더욱 넓혔다고 말했다.
 

“<뉴스-프로스>는 창간 때부터 검찰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다양하게 보여주자는 기획 의도를 충실하게 담기 위해 그와 관련된 메뉴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검찰인의 생각’(설문조사), ‘바꿔 바꿔’(검찰 혁신 사례), ‘법조골목 탐험’과 같은 메뉴가 그 예입니다.”

 


 

지난해부터 <뉴스-프로스>는 검찰의 역할을 알리고 다양한 법률상식을 제공하는 정보처의 기능을 추가했다. ‘미디어 속 법률 이야기’ ‘사건과 사람들’ ‘해외 리포트’ 등이 추가된 메뉴들이다. 창간호부터 현재까지 2년 반 동안 <뉴스-프로스>에서 다룬 기사는 4백여 건. 구독자는 창간 초기 2만여 명이었다가 지금은 3배가 넘는 6만5천여 명으로 훌쩍 늘었다.
 

월간 발행 형식이 주간으로 바뀌었으며, 주간 e메일 레터도 구독자들에게 꾸준히 발송한다. 독자층은 전국 63개 검찰청에 종사하는 9천여 명과 그 주변인들이었으나 현재는 일반인이 훨씬 많다.
 

“<뉴스-프로스>에는 화제가 된 글들이 많습니다. 김진숙 검사(현 사법연수원 교수)가 홍보관실에 근무하면서 약 1년간 연재한 ‘미디어 속 법률 이야기’는 매회 5천 건 이상 조회가 됐어요. 인기 드라마나 영화 속 잘못된 법률상식을 짚어주는 코너로 매회 미디어에서 인용할 정도였으니까요.”








 

역대 최고 인기 글은 2008년 7월에 실린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추억(?)’. 당시 사건 담당이던 이건석 검사(현 변호사)가 쓴 글로 범인 검거에서 수사, 사형 확정까지의 뒷이야기를 다뤘다. 이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지켜본 유영철의 면모와 함께, ‘비 오는 날 유영철의 범행 재연 장면을 지켜보고 있자니 괴기스러운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는 등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았다.
 

이 밖에도 열독률이 높은 장기 연재물은 ‘검찰 CSI’다.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의 진상을 과학수사(유전자 감식, 문서 감정, 마약 감식, 심리 분석)로 밝히는 코너로, 해당 전문가들이 필자로 등장해 인기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검찰 CSI’에 실린 글은 ‘DNA로 기소된 일본 무기수, DNA로 풀려나다’다. 이승환(48) 대검 유전자감식실장이 기고한 이 글은 살인 누명을 쓰고 18년째 복역 중이던 일본인 무기수가 지난 6월 석방된 사건을 다룬 것. 이 무기수는 1990년 5월 DNA 감정 결과 살인범으로 지목되어 무기형을 선고받았으나, 변호인의 끈질긴 추적 끝에 DNA 재감정을 받고 무죄로 풀려났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이 사용한 ‘MCT118’이라는 DNA 감정법은 일본인 내에서 1천명당 1.2명의 확률로 동일한 DNA형을 가진 사람이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확률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10여 가지 유전자 분석법이 도입돼 우연히 동일한 DNA형이 존재할 확률이 수천조분의 1로 줄었다”고 이 실장은 말한다.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와 검토리 블로그는 검찰이 국민과 소통하는 양 날개이기도 하다. <뉴스-프로스>가 매주 3개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e메일 레터로 국민에게 차분히 다가가는 데 비해, 검토리 블로그에는 매일 3개의 글이 올라가고 댓글이 성실하게 달리는 게 강점이다. 검토리 블로그 담당 박채원 수사관은 말한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악플이 많이 달려요. 하지만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란 검토리의 구호에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국민과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글·최은숙 기자

 

네이버 검토리 블로그 blog. naver.com/spogood

다음 검토리 블로그 blog.daum.net/spogood

뉴스-프로스 enews.s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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